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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

걸어가는 사람들 KBS2 <1%의 우정> 토요일 밤 11시, 1%의 우정을 봤습니다. 성격, 배경, 가치관, 성향이 너무도 다른 물과 기름 같은 두 사람이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입니다. 누구와 누구를 관계 맺게 할 것인가? 섭외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1번 타자로 안정환과 배정남, 2번 타자로 김희철과 주진우 카드를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안정적이면서도 신선하고, 낯설면서도 익숙합니다. 이 미묘한 느낌이 좋습니다. 스튜디오는 라디오 부쓰처럼 아날로그의 향기가 가득합니다. 배철수가 중심축을 잡는 모습도 좋습니다. 진행은 깔끔했고, 솔직했고, 예의가 있었습니다. 배철수는 어찌보면 과감하면서도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회 시작은 김희철이었습니다. 예술의 전당,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미술전, 빨간 트.. 더보기
건반이 사라지고 하이에나가 보이지 않는 아쉬움 KBS <건반위의 하이에나> 지난 주 금요일 밤 11시 KBS2에서 첫 방송된 [건반 위의 하이에나]를 봤습니다. KBS 프리미엄이 아니라 KBS디스카운트를 느낄 수 있는 첫 방송이었습니다. 1회 시청률 0.7%. 개인적으로 놀란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이 아주 이상하다고, 맛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분명 있었습니다. 궁금하지 않았던 초반 그레이와 리듬파워(행주, 보이비, 지구인)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결론적으로 시작 포인트가 아쉬웠습니다. 1회의 초반, 관심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문제는 나도, 너도, 그레이와 리듬파워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 소수의 열광하는 사람은 존재하지만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 확장성이 떨어지는 대상을 첫 번째 편집점으로 사용했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행주가 메.. 더보기
초록의 혼이 지나간 자리 우포늪<KBS스페셜 인간과 습지> 공사창립특집 을 봤습니다. 우포늪의 아름다운 풍광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생명의 삶이 잘 포착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포늪’이 이렇게 멋진 곳이었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불러일으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프로그램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겨울,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로 이어지는 흐름이 좋았습니다. 겨울프로그램의 시작은 겨울입니다. 우포늪의 겨울. 칠십 평생을 우포늪과 살아온 한 노인의 얼굴이 꽁꽁 얼어버린 대지에 비칩니다. 평생 욕심 없이 살아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표정입니다. 그 표정 밑으로 겨울의 날선 수면이 있고, 얼어붙은 잿빛 수면 아래로 가물치가 지나갑니다. 바람소리가 들립니다. 쓸쓸하고 외롭습니다. 적막한 우포늪, 그러나 새.. 더보기
인생은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지난 한 달 동안 제 가방에는 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똑같은 아침이었습니다. 7시 10분, 용산을 빠져나와 노량진으로 연결되는 한강대교로 들어섭니다. 떠오르는 빨간 태양을 쳐다보고, 한강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리스본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강, 붉은 빛, 태양, 아침, 파란 하늘 그리고 리스본은 어떤 인연이 있는 걸까요? 가느다란 상상의 실. 지금 여기가 아닌 상상의 그곳이 새로운 삶의 장을 이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파스칼 메르시어의 는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문득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꽤 촘촘하게 천천히 읽어나갔습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 스위스의 아름다운 마을 베른에 사는 고전문헌학 교사입니다. 책 읽기와 고전.. 더보기
KBS 후보 정책 발표회 시청 후기 : 시민자문단의 승리 시민자문단이 KBS의 사장을 뽑는 날. 반나절 내내 나는 그 현장을 울 회사 홈페이지에서 구경했다. 공론조사가 진행되는 방식을 약간이나마 구경했다는 것,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고, 나름의 합의된 질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양승동 PD는 세월호 추모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왔다. 10년 전 회사로부터 받은 파면 징계 통보고서를 스크린에 띄우며 발표를 시작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뭔가 찡했다. 몰랐던 것도 아니고, 일종의 전략이기도 했겠지만, 뭐라고 할까, 이것만으로도 앞으로 KBS가 나갈 방향을 선언한 듯 싶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배제되지 않게 하는 것, 반대로 평범한 일상인들을 투사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 그리고 이.. 더보기
우리라는 말을 경계함 아침 7시 즈음에 저는 회사 근처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닙니다. 음악이 들립니다. 커피향이 공간을 채웁니다. 커피내리는 소리, 사람들의 대화소리, 그리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어제 어느 회의석상에서 잠깐의 소란이 있었습니다. 변화는 불편합니다. 관행을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왜 당신은 아직도 그렇게밖에 생각 못하는 거야? 이런 질문이 아닙니다. 내 안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마주하는 겁니다. 그래 어차피 불편하니깐, 모두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자. 여기서 모두는 내가 '우리’라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때론 “우리” 밖 타자에 대한 부당한 지시, 요구,.. 더보기
시트콤협동조합, 그 새끼를 죽이기 전에 해야 하는 일. 어느 날 페이스북을 눈팅하다 시트콤 협동조합이라는 흥미로운 공간을 만났습니다. 시트콤을 만드는 창작집단의 느슨한 커뮤니티? 언젠가 한 번 구경해 봐야겠다하고 저장해두었는데 무슨 인연인지 어느 날 대학 동기로부터 간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영화도 만들고, 시트콤도 만들고, 웹드라마도 만들고, 방송 출연도 하고, 전 방위로 대중문화 장을 넘나드는 놈인데 시트콤 협동조합을 추천하는 겁니다. 고래? 한 번 봐야겠다, 해서 오늘 오전에 그 공간에 넌지시 들어갔는데요 ‘본격 노조 말하기 시트콤’이라는 생경한 카피가 걸려 있는 .아마도 이게 시트콤 협동조합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굳이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이유는 없겠죠.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페이지에 회당 5~7분 가량 5부작으로 게시되어 있으니 이런 저런.. 더보기
<패턴슨>, 당신의 생기가 시작되는 도시, 노트, 언어 입춘이라 하는데 날은 여전히 어제의 날씨 연속입니다. 영하 10도. 이제 이 숫자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몸도 예전과 달리 어제의 온도에 익숙해진 모양입니다. 아주 춥다라는 느낌은 없습니다. 짐 자무쉬 감독의 . 오늘 오후에 문득 떠오른 영화입니다. 이번 겨울에 봤던 영화 중에 좀 인상적인 영화였다고 할까요?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마눌님은 뚱한 표정으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짐 자무쉬라는 감독, 미국 중소 도시의 중년 남성, 그러니간 패터슨의 싸나이네. 어떻게 이렇게 여성 캐릭터에 무심할 수 있지?”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작은 중소 도시에서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그게 짐 자무쉬의 관점이고, 그리하여 한 남자와 함께 사는 여자는 자주 주변으로 몰리기도 합니다. 저한.. 더보기
코코파이를 아시나요? 2월의 첫날입니다. 여러 생각을 합니다. 공부에서 길을 찾기. 최선을 다하지만 열심을 다하지는 않기. 나를 지키며 일하고 공부하기. 관행과 습관으로부터 탈주하기 등등. 다시 돌아온 현장에서 일상은 해야될 일 투성이입니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참여해야 할 회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분주하게 하루 하루를 지내다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놓치기 십상입니다. 조심하는 부분입니다. 어제 저희 팀에서 코코파이라는 수용자 지수를 공개했습니다. TV 브라운관에서, TV 밖 디지털 세계에서 프로그램이 어떻게 시청자, 오디언스, 시민이라 불리는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있는지를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지수라 할 수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주간 단위로 발표될 예정인데, 사실 보고서를 열.. 더보기
140일여일만의 출근,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바람이 분다, 가라! 최근에 읽은 한강 소설의 제목입니다. 소설의 내용과 무관하게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 한강을 달리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너무 추워서 평상시 같으면 달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하루키의 를 읽으면, 그래 한 번 뛰어보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건 이 책이 달리기가 정말 건강에 좋은 거에요, 그런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 나도 달리는 걸 좋아했었지.” 그런 추억을 소환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생활 초년병 시절, 저는 자주 저녁의 한강을 달리곤 했습니다. 저녁 7시즈음 회사 체육관에서 옷을 갈아 입은 후 여의도 공원과 한강 공원을 가로지르며 뛰고 뛰었던 것이지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10킬로미터를 뛰었던 것 같습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