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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

찌질함을 넘어서는 예민함에 대하여, 쿵이지 쿵이지. 루쉰이 자신의 단편소설 중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작품입니다. 쿵이지를 읽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몰락한 전통 지식인의 삶입니다. 쿵이지, 훤칠한 키에 희묽은 얼굴 주름 사이론 상처자국이 끊이질 않았고 희끗한 수염을 덥수룩하니 달고 있습니다. 걸친 것이 지배계급, 자본계급, 지식인계급을 상징하는 장삼이라곤 하나, 땟국에 절고 너덜거리는 것이 십 년 정도는 빨지도 꿰매지도 않은 듯싶습니다. 말끝마다 이로다, 하나니를 달고 다니는 통에 듣는 이로 하여금 긴가민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주 웃음거리가 됩니다. 과거에 붙을 만큼 학식을 갖춘 것도 아니고, 부지런한 것도 아니고, 아이들과 노동계급을 상대로만 아는 척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니 초라함이 더해집니다... 더보기
아이를 구해야 할텐데. [광인일기] 외부의 바람에 의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를 대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트럼프, 아베, 김정은, 핵, 성폭력, 갑질, 가짜뉴스, 구조조정, 집값상승, 청년실업, 왕따, 미세먼지.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어떤 사건들이 몰고 오는 변화는 때론 폭력적이고 어쩌면 비루하기도 합니다. 방치하고 유예하고 책임을 미루다 곪은 상처가 터져 절뚝거리기도 합니다. 촛불혁명 후 마음은 기대와 희망으로 넘실대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잘못된 관성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희망”, “기대”, “변화의 열망”이 넘실대는 공간에 있다 보면 오히려 적막과 공허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쩌면 그러한 이유.. 더보기
삶과 화해하지 마라(루쉰을 읽다 1)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의 《고향》 중에서 -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회를 기억하시나요? 미생이 살아남기 힘든 희망없는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기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담긴 엔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루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 즈음 부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루쉰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관련하여 책도 보고, 세미나도 참여하고, 그러니깐 전 루쉰을 애정합니다. 에서 틈틈이 루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루쉰을 읽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넘어 제게는 어떤 실존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