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호른 썸네일형 리스트형 문제는 마음이야! 다섯 개의 호수길 (체르마트) 수네가행 열차를 타고 10여분 정도 가파른 산악터널을 지나면 해발 2,280미터의 수네가에 도착하게 된다. 수네가에서 바라본 마테호른은 어제 아침 고르너그라트에서 바라본 풍경과 조금은 다르다. 어제의 마테호른이 남자의 미학을 보여준다면 수네가에서 바라본 마테호른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가깝다. 파란 하늘, 흰 눈, 그리고 녹음으로 이어진 풍경이 따사로운 화풍으로 그려져 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트레킹을 하고 있다. 거대한 자연 아래 띄엄띄엄 새겨진 인간의 모습은 자연의 한 부분일 뿐이다. 조금 걸어가면 바위투성이의 넓은 대지를 마주하게 되고 조금만 고개를 들면 심도 깊게 펼쳐진 알프스 산맥의 위엄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의 재잘거림은 줄어든다. 단지 햇님처럼 평화로운 미소와 바람처럼 시원한 느낌만 공유할.. 더보기 체르마트에서의 아침 극도로 지쳤던 마음은 깊은 잠을 초대한다. 새 몇 마디가 침대 위를 붕붕 날아다닌다. 창 밖으로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고 나는 침대에 누워 몇 분째 새의 지저귐과 바람 소리를 가만히 듣고만 있다. 푹 삶은 콩나물처럼 완전히 골아 떨어진 어제 밤의 피로를 뒤로한 채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가만히 누워 조용히 하루를 시작한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줄곧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욕망한다. 과도하게 음주한 다음 날 아침이면 또는 밤새 불면의 고민으로 잠을 설친 아침이면 나는 커피 한 잔으로 과도하게 달린 마음을 달래곤 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신의 세계로부터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과도하게 몸을 움직인 어제의 기운을 충전하는 매듭으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 몸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레지던스를 .. 더보기 두려움과 놀라움 사이,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Bahn) 눈을 떴다. 새 소리가 들린다. 주변은 고요하다. 창문 밖으로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진 산야와 들판과 하늘이 자리하고 있다. 해는 언제 지고 언제 뜬 것일까? 인간이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해는 졌고 다시 떴다. 그렇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한참을 가만히 누워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새소리와 함께 창문 밖에서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여행은 몸을 변화시킨다. 시간과 공간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신기한 현상이다. 테라스로 나가 마테호른을 마주한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사이에 우뚝 솟아오른 대지의 여신은 “굿모닝”하며 씩씩하게 아침 인사를 건낸다. 오늘 우리는 이 친구에게 좀 더 가까이 갈 예정이다. 아침으로 치즈와 빵과 요플레를 먹는다. 마테호른을 마주한 테라스에서 춤을 추고 싶다는 생.. 더보기 체르마트로 가는 길 베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기차에 오른다. 중간에 비스프라는 곳에 한 번 갈아타야 하고 총 이동 시간은 2시간 30분. 취리히에서 베른으로 오는 기차 위에서도 느꼈지만 확실히 스위스의 시골은 아름답다. 같은 시골이라 해도 느낌은 매번 달라진다. 베른에서 비스프로 가는 기차 위에서 마주한 풍경, 비스프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기차 위에서 마주한 풍경은 “아름답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함을 내포한다.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묘사하라고 하면 지금 이 순간 대답하기가 곤란하지만 아무튼 확실히 다른 것이다. 베른에서 비스프로 가는 길 위에는 스피츠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사실 기차를 탈 때만 하더라도 이 마을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그러나 기차 뒤편으로 사라지는 옥빛 색깔의 호수와 하얀 요트와 때론 가.. 더보기 마흔, 다시 여행 2015년, 마흔이라는 나이는 나의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분기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분기점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마흔이 되면 이래야지 하는 굳은 결의가 있었던 것도 물론 아니구요. 하지만 마흔 살이라는 작은 언덕을 건너면서 이제껏 걸어온 길과 다른 길이 펼쳐질 거라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이런 막연한 예감은 대부분 비껴가는 일이 없습니다. 물론 어제와 다른 길 위에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는 오롯이 내 선택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 역시 내가져야 하는 것들입니다. 싫든 좋든 마흔이라는 작은 봉우리 위에서 내가 선택하는 길은 좋든 싫든 돌이킬 수 없는 것이고, 빽도가 불가능하며, 그것이 바로 인생이기 때문입니..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