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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여행

인생을 사랑한 사람, 프레디머큐리, 그 사람을 품었던 공간 몽트뢰. 스위스 여행의 마지막 흔적은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한 도시 몽트뢰다. 몽트뢰를 마지막으로 스위스 이야기를 매듭져야지 생각한 것은 영화 때문이다. 영화의 미덕은 퀸의 음악에 집중한다는 거다. 인도 소수 파사르계였던 태생이나 게이였던 성 정체성, 에이즈로 인한 이른 죽음과 같은 떡밥을 쉽게 물지 않고 그저 배경처럼 건조하게 그려낸다. 그보다는 친구, 연인, 가족과 같은 소중한 사람들 간의 유대를 회복하고, 우정을 회복하는 보편적인 서사를 배경으로 음악에 집중한다. 이 집중이 참 좋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몽트뢰가 떠올랐다.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한 도시, 그는 지인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몽트뢰로 가라"고 말할 정도로 이곳에 깊은 애정을 가졌다. 1978년부터 1991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부분의 음.. 더보기
삶에 대한 열망, 누구도 이 흔적을 지우지 마라. 몽트뢰로 가는 길 짹깍짹깍.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레만호수의 오후는 조용하다. Silence. 짹깍짹깍, 낮게 나는 새의 조그마한 지저귐 이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 이 고요함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짹깍짹깍 마음의 시계 정도다. 이제 움직여야 하는데... 몸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오후의 태양 때문도 고요함 때문도 아니다. 내가 내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왔다는 감각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오후 나는 내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조금 더 이동하려 한다. 무엇이 나일까? 이 고요함이 나일까? 분주함이 나일까? 어느 쪽이라도 좋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오후 4시, 나와 그녀는 몽트뢰 시옹성으로 향하는 유람선을 탄다. 뱃고동소리와 함께 유람선이 출발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유람선은 사포린(st.. 더보기
예상치 않았던 여정, 로잔으로 가는 길 아침이 밝았다. 새벽 6시 눈을 떠 테라스에 앉아 홀로 책을 본다. 그녀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체르마트의 아침, 아름다운 풍경이다. 시원한 공기, 청명한 하늘, 지저귀는 새소리, 이를 풍경으로 나는 금년에 출판하게 될 원고의 초안을 읽는다. 넓은 베란다, 시원한 테라스, 그리고 아침의 마테호른. 조용하고 굉장히 멋지다. 어제 새벽 한 무리의 청년 여행객들이 새벽 늦게까지 이 조용한 공간에서 시끄러운 음악과 고함을 지르며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자아냈던 것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새벽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일당의 무리들이 잠의 세계로 퇴장하자 새벽 6시 체르마트에 남아 있는 것은 침묵과 고요,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바람 소리, 새 소리뿐이다. 이 고요함이 마음에 든다. 그녀는 눈을 뜨자 창문을.. 더보기
반갑다 취리히! 비행기에서의 오랜 시간이 부여한 감정들. 피곤함과 무력감. 문득 나의 삶이 자주 지금과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생각을 한다. 무표정한 사람들, 엔진소리의 건조함, 변함없는 창밖 풍경, 비좁은 좌석. 시간대별로 먹게 되는 맛없는 기내식. 처음에 이 비행기에 탑승할 때는 목표도 있었고 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버티고 있을 뿐이다. 어디로 가는지 처음의 설렘은 사라졌다. 그냥 비좁은 좌석에서 몸을 비틀며 버티고 있을 뿐이다. 취리히 행 비행기에서 느낀 피로는 그 공간을 넘어 그것이 바로 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닌지 그런 생각으로 번졌다. 안전벨트 등이 켜졌고 얼마 후면 취리히에 도착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고, 나는 생각보다 들뜨지 않았다. 얼마의 돈을 지불하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