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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날, 빈의 거리에서 미사를 마치고 성슈테판 성당을 나오니 오전과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그러니깐 이 거리는 빈 관광의 핵심공간인 듯 싶다. 우리로 치자면 명동성당 즈음 되는 느낌? 수많은 관광객으로 거리는 발디딜틈 없었고, 태양의 온도는 뜨거웠으며, 콘서트 티켓을 파는 청년이 거리 곳곳에서 관광객과 흥정 중이었다. 한 대학생을 만났다. 의심이 많은 우리는 애써 시선을 피했지만, 그의 밝은 웃음, “안녕하세요? 전 음악대학교 학생입니다. 오늘 저녁 좋은 공연이 400년도 더 된 궁전에서 있어요. 한 번 보지 않으실래요?” 이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 어떻게 한국어를 이렇게 한단 말인가? 게다가 당당함과 여유를 잃지 않는 표정, 자신이 세일즈를 하고 있는 공연에 대한 무한 애정의 느.. 더보기
[유목의 눈으로 본 세계사] 8부 흉노와 무제의 마주침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룬타이현(輪臺縣) 남부에 타림 호양림(塔里木 胡楊林)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호양수(胡楊樹)들이 가을이면 노란색으로 물들면서 경이로운 사막 풍경을 연출하는데요, 적막한 타클라마칸 사막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광경이라고 합니다. 호양수는 식물계에 있어 가장 탁월한 생존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요, 지하 20m까지 뿌리를 깊이 박아 지하수를 빨아들이는데, 뿌리는 염도 높은 지하수에서 수분만 빨아들이는 능력이 있고, 줄기는 아주 견고하여 대량의 수분을 자기 안에 축적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호양수는 죽어서도 천 년 넘게 넘어지지 않고 넘어져도 그다음 천 년 동안 썩지 않는다고 전해지는데요, 호양림은 살아 있는 찬란한 호양림과 죽어 있는 신비로운 호양림이 독특한 풍경을.. 더보기
[유목의 눈으로 본 세계사] 7부 사기의 기록, 흉노와 묵돌.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스키타이가 있다면, 사기의 기록에는 흉노가 있습니다. 유라시아의 동쪽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목국가의 원형이 흉노인 것이죠.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원래 흉노는 중앙아시아, 특히 몽골고원에 흩뿌려져 살아가던 작은 집단에 불과했습니다. 기원전 3~4세기 무렵 중앙아시아에는 다양한 유목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요, 가장 동쪽 흥안령 산맥에는 동호라 불리는 유목민이, 서쪽 타림분지 지역은 월지가, 북쪽 바이칼 호수에서 예니세이강까지는 투르크라 불리는 정령 등이 있었습니다. 흉노족은 수많은 유목민 중에 하나였는데요, 이들이 동방 최초의 유목 제국이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사마천의 ‘사기’ 흉노열전(권110)에 기록된 흉노에 관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흉노는 물과 풀을 따라 옮겨 살았기 때문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