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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

김대중 대통령의 일기장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의 슬픈 감정이 100이었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돌아가신 후 지난 며칠 간 느낀 슬픔의 감정은 채 10도 안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자살하신 게 아니니깐... 연로하셨으니깐...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일상이 되어버렸으니깐... 내가 지금 내 문제로 정신이 하나도 없으니깐... 여러가지 이유 중 가장 나를 씁쓸하게 하는 것은 세 번째 이유. 어떤 감정이든 일상이 되어버리면 그건 더 이상 감정이 아니다. 예전에는 느꼈던 감정을, 오늘 느끼지 못한다면, 그 오늘에 경고장 하나 날려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며칠, 나도 깜짝놀랄만큼 무덤덤하다. 문득 그 며칠의 무덤덤한 감정에 경고장을 날려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내겐.. 더보기
무릎팍도사에 한비야가? 한비야. 20대때 나를 감동시킨 세 사람 중 한 명. 그 사람이 황금어장에 나왔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나를 감동시킨 사람이 딴따라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단 말인가? 그치... 새로운 게 별건가? 고정관념만 깨면 된다. 왜 예능 프로그램에 한비야가 나오면 안되? 이 왜라는 질문에서 새로움이 나오는 듯 싶다. 한비야를 섭외한 것, 한비야가 유학길에 오르는 시점에 방송이 전파를 탄 것, 섭외도 굿이었고, 타이밍도 굿이었다. 좋아.. 좋아.. 더 좋은 것은 한비야의 속사포 화법.. 이거 중독성 있다. 아마도 그 화법으로 무수히 이어지는 주옥같은 말들 때문이겠지만... "이제 새로운 일을 찾아 유학길에 나선다." "내가 무엇이 될 지 나도 궁금하다." "벌써 성장을 멈추면 삶이 아깝잖아요." "나는 늘 가슴떨리..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 "자신의 입은 목소리를 갖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을 대신해 말하고 있다'고 말하던 시인. 그는 인간을 끝없이 괴롭히는 혼동과 카오스, 어둠, 고독을 노래하던 시인이었다. 이 소설은 네루다와 우편배달부의 따뜻한 기분좋은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것이 조급하게만 돌아가는 오늘의 내게 이 소설은 시원한 인도양 어느 한적한 섬의 바닷바람으로 다가섰다. --------------------------------------------------------------------------------- 1. 사랑 (1) 시작 심장이 너무 강력하게 펌프질을 해댔기 때문에 가슴에 손을 얹어서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시인에게 그렇게까지 번적이는 이미지를 불러일으키던 바다가 마리오에게는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 더보기
MBC 수목드라마 트리플 후텁지근한 하루였다. 오후 내내 협회보를 만든다고, KBS 별관 근처를 배회하고, 저녁 내내 회의와 촛불집회를 한다고 여의도 공원을 서성거렸다. 촛불이 모자라 패밀리마트에 초를 사러 가는데, 해질 무렵 거리를 배회하는 몇 명의 여의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커피를 홀짝 거리는 못생긴 커플, 노트북을 앞에 두고, 책을 읽으면서 '난 엘리트야'라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한 청년, 적당한 똥배 위에 넥타이를 올려 놓고 맥주잔을 기울이는 샐러리맨 군단,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그 길고 긴 여름의 해질 무렵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과잉 해석이지만... 그러면서 문득 저런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이 그리워졌다. 언젠가부터 내 삶에 저런 '일상적이고 일상적인'느낌이 지워져.. 더보기
<데비와 줄리> 도리스 레싱 도리스 레싱이라는 이란 출신의 할머니 작가. 깜짝놀랐다. 어제 우연히 인터넷을 떠돌다 라는 단편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이거 쓴 사람 누구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녀의 묘사 실력, 소위 스케치 실력은 일품이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 속의 어두운 측면을 직시하는 깊이 역시 대단하다. 1. 가장 앞권이었던 장면 : 줄리라는 소녀가 홀로 창고에서 아이를 낳는 장면 "한 가출 소녀가 홀로 허름한 창고에서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 한 문장을 그녀가 끌고가는 솜씨를 감상해 보시길... 줄리는 담요 위에 엎드려 있었다. 두 팔로 머리를 감싸고 주먹을 움켜쥔 채 울고 있었다. 고통은 끔찍했으나 견딜 만했다. 그녀는 철저하게 혼자라는 것을, 너무도 큰 외로움을 느꼈다. 엉덩이를 공중으로 쳐들고 있는 것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