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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오늘의 탐정] 상처받은 자들의 이야기, 호러와 탐정의 콜라보. [오늘의 탐정]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미니시리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호러가 더해진 탐정물이거든요. 1~2회 이야기는 대단히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의 시작은 흥신소가 아니라 탐정이라고 주장하는 이다일(최다니엘)이 실종된 아이 세 명을 찾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범인은 어린이집 선생님 찬미(미람)인데요. 이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 정도 수준이 아니구요. 찬미를 뒤에서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보이는 손이 있는 겁니다. 창백한 표정과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나온 선우혜(이지아)가 그 “손”인데요. 탐정 이다일은 어린이집 지하에서 아이 둘을 구하지만 정작 이 사건을 의뢰한 아버지의 아이를 찾으려다 누군가 휘두른 망치에 쓰러지고, 비오는 새벽 땅에 파묻힙니다... 더보기
내가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갈 때의 이야기 <거리의 만찬> 을 봤습니다. 거의 3년 만에 다시 만난 거리의 만찬. 파일럿1회를 보면서 “그래 공영방송은 이런 만찬을 준비해야 했던 거야.” 이런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방송인 박미선, 정의당 이정미 대표, 아산연구소 김지윤 박사. 은 여성 3인이 이슈의 현장을 찾아가는 토크쇼입니다. 스튜디오가 아니라 거리로 나가 현장과 사람을 만난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엣지인데, 첫 회로 그들이 찾은 곳은 서울역 KTX 승무원들이 노숙 농성을 하는 파란 천막이었습니다. 천막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날의 노숙 당번들. 13년째 서울역 한귀퉁이 거리에 있는 여승무원들입니다.서울 곳곳을 다니다보면 여기저기에서 이런 천막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 천막에는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있고, 피켓이 자리 잡고 .. 더보기
최저임금 뒤에 서있는 문제들, 시사기획창 시사기획 창 [최저임금은 정의로운가]를 봤습니다. “살아있네!” 공영방송에서 만든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홍사훈 기자가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하청업체를 착취하는 대기업, 동네 자영업자를 구석으로 모는 건물주, 통신사를 찾아다니는데 그 기세가 정말 놀랍습니다. 마치 거대 권력과 맞짱뜨는 홍콩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단지 맞짱만 뜨는 게 아닙니다. 꼼꼼하게 제도와 법률들을 검토하고 전문가들을 취재하면서 대안도 제시하는데, 이게 허탈하지 않고, 고개 끄덕이게 만듭니다. 이 프로그램은 대략 이런 고민으로 시작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이건 새로운 정책 실험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불법과 꼼수와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왜 그럴까? 최저임금을 받.. 더보기
<끝까지 깐다>를 추천하는 이유 KBS 혁신 프로젝트 를 봤습니다. 한마디로 KBS가 자신들이 만든 뉴스, 시사, 다큐멘터리, 예능 프로그램과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 일하는 방식 등을 집요하게 까는 프로그램입니다. 파업을 마무리하면서 반성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것인데요, 시청자들이 바라보는 KBS의 모습을 날 것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KBS 구성원이라면 누구에게든 추천하고픈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직업군의 시청자 패널 6인입니다. 이들은 두 번에 걸쳐 같은 테이블에 앉습니다. 첫 번째 만남은 KBS하면 떠오르는 것을 이야기하는 인상비평. KBS하면 뭐가 떠오르세요라는 질문에 고인 물, 재건축 앞둔 아파트 상가, 멸종해가는 동물 등등의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웃기지 않다는 걸 넘어서.. 더보기
KBS 후보 정책 발표회 시청 후기 : 시민자문단의 승리 시민자문단이 KBS의 사장을 뽑는 날. 반나절 내내 나는 그 현장을 울 회사 홈페이지에서 구경했다. 공론조사가 진행되는 방식을 약간이나마 구경했다는 것,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고, 나름의 합의된 질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양승동 PD는 세월호 추모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왔다. 10년 전 회사로부터 받은 파면 징계 통보고서를 스크린에 띄우며 발표를 시작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뭔가 찡했다. 몰랐던 것도 아니고, 일종의 전략이기도 했겠지만, 뭐라고 할까, 이것만으로도 앞으로 KBS가 나갈 방향을 선언한 듯 싶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배제되지 않게 하는 것, 반대로 평범한 일상인들을 투사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 그리고 이.. 더보기
코코파이를 아시나요? 2월의 첫날입니다. 여러 생각을 합니다. 공부에서 길을 찾기. 최선을 다하지만 열심을 다하지는 않기. 나를 지키며 일하고 공부하기. 관행과 습관으로부터 탈주하기 등등. 다시 돌아온 현장에서 일상은 해야될 일 투성이입니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참여해야 할 회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분주하게 하루 하루를 지내다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놓치기 십상입니다. 조심하는 부분입니다. 어제 저희 팀에서 코코파이라는 수용자 지수를 공개했습니다. TV 브라운관에서, TV 밖 디지털 세계에서 프로그램이 어떻게 시청자, 오디언스, 시민이라 불리는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있는지를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지수라 할 수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주간 단위로 발표될 예정인데, 사실 보고서를 열.. 더보기
140일여일만의 출근,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바람이 분다, 가라! 최근에 읽은 한강 소설의 제목입니다. 소설의 내용과 무관하게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 한강을 달리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너무 추워서 평상시 같으면 달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하루키의 를 읽으면, 그래 한 번 뛰어보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건 이 책이 달리기가 정말 건강에 좋은 거에요, 그런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 나도 달리는 걸 좋아했었지.” 그런 추억을 소환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생활 초년병 시절, 저는 자주 저녁의 한강을 달리곤 했습니다. 저녁 7시즈음 회사 체육관에서 옷을 갈아 입은 후 여의도 공원과 한강 공원을 가로지르며 뛰고 뛰었던 것이지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10킬로미터를 뛰었던 것 같습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더보기
고대영 해임, 새로운 시작 141일. 고대영 사장이 해임되기까지 걸린 시간. 작년 9월에 시작한 파업이 해를 넘겨 드디어 오늘 마무리됩니다. 어제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결정될 때 뭔가 울컥하더군요. 생각보다 이 시간을 많이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지난 5개월, 많은 시간의 점들이 떠올랐습니다. 한양대 1인 시위 현장에서 느꼈던 뜨거운 여름 햇살,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서 얼굴을 들지 못했던 시간, 광화문 필러버스트 공간에서 느꼈던 매서운 칼바람과 누군가의 눈물, 강규형 이사가 해임 되던 날 과천 방통위 앞에서 마주한 추위와 기쁨. 그 사이에 여름이 가을로, 가을이 겨울로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파업 마지막 날인 오늘, 서울 온도는 영하 11도. 미세먼지가 걷히니 추위가 왔습니다. 아니 이것은 정확한 말이 아닙니다. 매서운 바람이 부니.. 더보기
노희경의 빨강 사탕, 그 사탕 속에 사람도 사랑도 없다. 그랬다. 노희경 작가의 [빨강사탕]을 보고 난 드라마스페셜 홈페이지에 이런 말을 남겼다. 정말일까? 홈페이지에 평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가는 심야버스에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조금은 심한 평이었다. 사랑도 사람도 없다는 것은 드라마에 대한 전면 부정이다. 꼭 그렇게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약간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이었다. 지하철에서 빨강 사탕을 문 예쁜 그녀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이재룡의 시선과 나의 시선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사실 큰 차이 없다. 일상이 뻑뻑하다면, 삶이 힘들다면, 설레임과 긴장과 새로운 관계에 대한 상상, 충분히 성립 가능하다. 사랑은 지성에 대한 상상력의 승리라고 베르나르는 말한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합리성과 이성으로 사랑의 감정을 이겨낼 수 없다는 거다. 이건 절대 안되는.. 더보기
봄개편의 의미 주기적인 개편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실제로는 큰 틀의 판 바꾸기보다는 작은 수정과 반성이 좀 더 큰 진보를 일으키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철이 지나면 옷을 바꿔입듯 방송사는 봄이 되고, 가을이 되면 새로운 옷을 입기위한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 지금 나와 우리 팀은 봄 개편 준비로 혼이 빠져있다. 실은 개편 준비라 해서 거창한 무언가는 아니다. 그냥 끊임없이 개편안을 수정하고, 그러니깐 편성표를 이렇게도 그려보았다 저렇게도 그려보았다가, 그 수정안을 출력하고, 보고하고, 설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솔직히 이 과정은 참 비효율적이고 비환경적이다. 이 과정에서 출력되고 버려지고 찢겨지는 종이들을 보면, 꼭 이런 방법밖에 없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개편 준비 기간에 하루동안 인쇄되고, 복사되고, 쓰레기통에 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