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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 날, 빈의 거리에서 미사를 마치고 성슈테판 성당을 나오니 오전과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그러니깐 이 거리는 빈 관광의 핵심공간인 듯 싶다. 우리로 치자면 명동성당 즈음 되는 느낌? 수많은 관광객으로 거리는 발디딜틈 없었고, 태양의 온도는 뜨거웠으며, 콘서트 티켓을 파는 청년이 거리 곳곳에서 관광객과 흥정 중이었다. 한 대학생을 만났다. 의심이 많은 우리는 애써 시선을 피했지만, 그의 밝은 웃음, “안녕하세요? 전 음악대학교 학생입니다. 오늘 저녁 좋은 공연이 400년도 더 된 궁전에서 있어요. 한 번 보지 않으실래요?” 이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 어떻게 한국어를 이렇게 한단 말인가? 게다가 당당함과 여유를 잃지 않는 표정, 자신이 세일즈를 하고 있는 공연에 대한 무한 애정의 느.. 더보기
낯선 곳에 밤에 도착했다면?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첫 날밤 빈에 도착한 것은 초여름 밤 9시 즈음이었다. 낯선 언어와 사람들, 새로운 공간의 느낌은 공항에 새겨진 광고 카피들, 사진들, 이미지에 조금은 상투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우리가 첫날 묵을 곳은 “BEST WESTERN PLUS Amedia Wien”이라는 호텔이었다.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그냥 가는 게 아니라 가는 도중에 OBB Train Ticket이라는 표지판을 찾아 표를 구매해야 한다. 항상 여행에 있어 첫 번째 발자국은 상대방에게도 내게도 중요하다. 이 여행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어떤 예언 같은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든지 첫 번째 스타트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그날 공항에서 헤매지 않고 ‘OBB Train Ticket’을 찾고, 거기에서 거의 헤매지 않고 .. 더보기
오스트리아, 새로운 여정의 시작 어느 여름날, 오스트리아 여행을 떠나기 2주 전. 나는 이미 오스트리아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구글맵에서 길을 익히고, 동선을 짜고, 호텔닷컴에서 숙소를 찾아보고... 시작은 환불이 불가능한 비행기 표를 사는데서 시작했다. 어느 평일 저녁, 주말 부부였던 나는 퇴근 후 홀로 라디오를 들으며 저녁을 준비하는데 모차르트의 음악이 나오는 거다. 그 음악이 어떤 촉매제가 되었을 거다. 노트북을 열고 몇 번의 클릭으로 오스트리아 빈으로 들어가 독일 뮌헨으로 나오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빈과 뮌헨 사이에 15일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출발 2주전, 나는 진행하던 이런저런 프로젝트, 한 출판사와 계약한 단행본 초고의 마지막 챕터 등등 그해 초여름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매듭지었다. 여행에는 이런 기능도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