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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

모든게 끝나니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을 봤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주말 서울광장에서는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버스는 퍼레이드 때문에 멈추어 섰고, 저는 영화 시간에 맞추기 위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시네큐브로 달려갔습니다. 예술, 일상, 운동. 퀴어문화축제는 이 3개의 원이 만나는 자리에서 만들어지는 축제라 생각합니다. 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좀 더 일상적이고 좀 더 예술적이며 좀 더 담백한 메시지를 담은 선물같은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제이알(JR)과 아녜스 바르다입니다. 남성과 여성, 33세와 88세, 키고 크고 키가 작고.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트럭을 타고 프랑스 전역을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얼굴과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습니다. 영화는 트럭이 도착한 공장, 농장.. 더보기
제니에게 <투 제니> 투 제니. 어제 밤 KBS2에서 방송된 뮤직드라마. 음악을 좋아하는 모태솔로 정민이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다 7년전 짝사랑 권나라와 재회하는데... 그 다음 이야기는 알겠지? 우리 정민이가 나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음악을 만들어가는 거다. 어젯밤 나는 이 드라마를 보다 20분 만에 잠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 “투 제니”를 어렴풋하게 떠올려보는데 생각나는 게 편의점, 꼬맹이, 딱히 귀에 감기지 않던 음악, 그 음악을 배경으로 잠이 든 나,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는 거다. 어쩌지? 사무실에 나와 여느 때처럼 가장 먼저 시청률부터 확인해 보니 1.9%. 여기서부터 꼬인 거다. 내가 잠이 든 이유는 피곤함, 분주함, 몰려든 업무, 밀린 이런저런 숙제 등등 수 만가지 이유가 있는데 괜히 “투 제니”를 가장 전면에.. 더보기
무엇이지 않기 위해... "소년이 온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난 이 책이 영 마음에 안 들어. 인물도 상투적이고, 사건도 새로울 게 없고, 문학적으로 새로운 뭐가 없어.” 이 책을 다시 본 것은 점심을 먹던 한 선배의 목소리 때문이었습니다.정말 그래? 난 그렇게 안 느꼈었는데... 그래서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인간에 대해 새삼스러운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지게 합니다. 인간은 정말 숭고한 존재일까? 인간은 정말 아름다운 존재일까? 그 질문이 상투적이고, 1980년 광주라는 공간이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한강의 이야기에는 매서움이 있습니다. 존엄, 자유, 사랑. 인간이라면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무너지는 조건에서 인간이 어떤 모습이 되는지, 숭고한 가치들이 얼마나 쉽게 좌절되는지, 한강의 문장은 날카롭.. 더보기
무서워하면 끝장이다. <그리스인조르바 3> 넌 도대체 조르바가 왜 좋아?도대체 왜왜왜? 왜가 없으면 좋아하지도 못하고 사랑하지도 못하는 거요? 이런 말을 하고 싶지만 어디서든 무언가 마땅한 답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럴 때 마주한 다음 문장은 제가 조르바를 좋아하는 이유의 처음이자 끝이에요. 나는 조르바를 마을까지 전송했다. 사면을 내려가면서 조르바가 돌멩이를 걷어차자 돌멩이는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조르바는 그런 놀라운 풍경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고 돌멩이를 바라보았다. 두목 봤어요? 사면에서 돌멩이는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매사를 처음 대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그는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를 본다. 아니 보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그는 이성의 방해를 받지 않고 흙과 물과 동물과 하느님과 함께 살.. 더보기
행복을 원한다구? 그럼 사기치지 말아요 <그리스 인 조르바 2> 어제 저녁 퇴근 길 한강을 걸어오면서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음악을 들으며 조깅하는 친구, 돗자리를 펴고 친구들끼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미세먼지가 걷히며 조금씩 선명해지는 하늘, 엉금엄금 살포시 강변북로를 밟고 있는 차들, 한강을 흐르는 유람선, 녹음이 짙어진 나무들, 개망초, 노랑선씀바귀, 벌사상자, 벳지, 냉이꽃, 지칭개, 노랑꽃창포, 민들레, 애기똥풀, 인동덩굴 등등 수많은 이름 모를 야생화들. 제게 여전히 이 모든 것들은 스쳐가는 풍경에 불과하지만 조르바는 다릅니다. 조르바는 울타리 곁을 지나다 갓 핀 수선화 한 송이를 꺾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그 꽃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이, 수선화를 생전 처음으로 보는 사람처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 더보기
내 사랑하는 친구 조르바 (1) 과거에는 이런 저런 책들을 마구 마구 읽어내는 것에 대한 어떤 갈망이나 조급이 있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드는 것처럼 읽는 것에도 이런 허기가 있었던 거죠. 어느 날 거실에서 여기저기 무질서에게 자리 잡은 책들을 바라보다 이제 왠만하면 책을 그만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자는 마음을 먹었다네요. 천천히, 오래오래. 그렇게 지난 한 달 제 가방에는 카잔스키의 [그리스 인 조르바]가 있었습니다. 조르바를 처음 만났을 때 그건 충격이었습니다. 너무 마초적이야. 누군가는 조르바의 야수성과 마초적인 목소리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게 조르바는 한결같은 사랑입니다. 일상이 무력해질 때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하하하 일상에 새로.. 더보기
유호진PD의 새로운 도전, 거기가 어딘데? 지난 주 금요일를 봤습니다. 너무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서로 비슷한 느낌의 향기를 머금고 있는 공간에서 는 하나의 메타포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우리가, TV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겠다는 물음표 같은 거였습니다. 이건 , 을 거친 유호진 PD가 스스로에게 던진 도전장 같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탐험의 시작인 거죠. 그 시작으로 사막 탐험을 첫 단추로 삼은 것은 과감한 시작입니다. 황무지 같은 사막, 적막, 공허, 외로움의 공간에서 새로운 예능의 장을 열어보겠다는 것은 사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거기에 뭐가 있어?” “거기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거야?” “거기에 도대체 왜 가는데?” 이 질문에 딱히 답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빛을 발합.. 더보기
Love Yourself. 방탄소년단의 외침. 지난주부터 전 회사에서, 집에서, 카페에서 틈만 나면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을 듣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BTS 왜 이렇게 인기야?”답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해줘서 굳이 동어반복으로 할 이유는 없지요. 그리고 사실 이건 방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방탄에게 고마운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 어떤 그룹에도 그만큼의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내 둔감한 마음을 한방에 사로잡았다는 거죠. 고딩 1학년 서태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방탄을 만난 것은 저한테는 큰 충격이자 즐거움입니다. BTS의 음악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음악적 능력에 있어 탁월함이 있습니다. 이번 3집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Love Yours.. 더보기
TV의 시대가 끝났다고? 지난 주말에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가 있었는데요, 토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해운대 바닷바람도 쐴 겸 오랜만에 부산을 갔습니다. 제가 토론을 하게 된 세션의 주제는 .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죠. 근데 발표는 재미있게 들었어요. 이 날 발표를 들으면서 느낀 점이 좀 있는데, 새로운 것, 있어 보이는 것, 멋져 보이는 것, 트렌드에 경도되는 걸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날 발표문에 쓴 말을 그대로 옮겨보면, “크로스플랫폼 환경, 모바일 전략 등을 논할 때 좀 조심해야 하는 게 TV는 올드미디어고 모바일은 뉴미디어다. 올드는 고루하고 뉴는 스마트하다. 그래서 연구도 뉴미디어에서 해야 하고, 콘텐츠도 뉴미디어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전 이 무의식적인 경계.. 더보기
셀럽PD, 나물캐는 아저씨에서 건져야 할 것 지난 주, 이번 주 금요일 KBS에서는 두 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습니다. 하나는 라는 교양프로덕션에서 만든 프로그램이었고 또 하나는 라고 몬스터유니온에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시청률은 둘 다 사이좋게 2%대, 시청자수는 사이좋게 40~50만명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수가 5,000만명 정도 되니 100명 중 1명 정도가 이 프로그램을 본 겁니다. 사실 제작자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결과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에 누가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해서 봐?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여기저기 플랫폼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될 잠재 시청자를 아무리 높게 잡아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KBS 예능 프로그램은 요상하게도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이 두 프로그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