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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

고대영 해임, 새로운 시작 141일. 고대영 사장이 해임되기까지 걸린 시간. 작년 9월에 시작한 파업이 해를 넘겨 드디어 오늘 마무리됩니다. 어제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결정될 때 뭔가 울컥하더군요. 생각보다 이 시간을 많이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지난 5개월, 많은 시간의 점들이 떠올랐습니다. 한양대 1인 시위 현장에서 느꼈던 뜨거운 여름 햇살,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서 얼굴을 들지 못했던 시간, 광화문 필러버스트 공간에서 느꼈던 매서운 칼바람과 누군가의 눈물, 강규형 이사가 해임 되던 날 과천 방통위 앞에서 마주한 추위와 기쁨. 그 사이에 여름이 가을로, 가을이 겨울로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파업 마지막 날인 오늘, 서울 온도는 영하 11도. 미세먼지가 걷히니 추위가 왔습니다. 아니 이것은 정확한 말이 아닙니다. 매서운 바람이 부니.. 더보기
김동식, 회색인간의 등장 “이거 봤어?”“김동식의 회색인간? 김동식이 누구야?”“신인작가래, 낮에는 주물노동자고 밤에는 단편소설을 오늘의 유머에 올렸다나봐. 이걸 김민섭이라고 썼던 친구, 이 친구가 발굴했나봐.” 읽기 시작했습니다. 서너 편을 보고 이 이야기꾼의 팬이 되어버렸는데요..이런 친구들은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이미 홈런을 쳤지만... ^^) .평소에 서점에 가면 제일 먼저 가는 곳이 새로운소설 코너인데요, 개인적으로 한국의 문단에 20~30대 새로운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이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출판계의 문제이기도. 성공한 작가가 아니면 쳐다보지 않는... 한마디로 “김영하”, "장강명" "정유정" 급이 아니면 출판의 기회도 잡지 못하는 거죠. 그러.. 더보기
시간의 점,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 , , , 등등 요즘 여행기를 좀 자주 읽는 편입니다. 미세먼지가 잔뜩 낀 겨울 하늘을 마주하면서 삶에 있어 귀중한 요소, 그러니깐 아름다움, 호기심, 청명함, 순수함 이런 것을 현실보다 기행 문학, 에세이에서 찾는다고 할까요? 그 중 오늘 이야기할 책은 알랭드보통의 입니다. 알랜드보통은 일상적 풍경과 인문학을 아주 멋들어지게 엮어낼 줄 아는 작가입니다. 별 것 아닌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의 심리적 연원과 철학적, 미학적 뿌리를 찾아가는데 이만큼 탁월한 작가가 있을까, 그의 책을 보다보면 맛깔스럽고 풍부한 밥상 앞에 “참 대단한 놈이야” 감탄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은 제가 볼 때 알랭드보통의 작품 중에 그의 스타일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여행을 말하지만 여행기는 아니고,.. 더보기
일시적이고 과도적인 이야기, <먼 북소리> 새해 들어 다시 읽은 첫 번째 책은 무라카미하루키의 입니다.마음이 무거워질 때 저는 여행기를 쓰거나 여행과 관련한 에세이를 읽곤 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요, 하루키의 여행 산문집 는 마음에 짙은 황사가 머물고 있을 때 제격인 에세이집입니다. 황사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거리를 다니기 힘든 날, 한번 읽어보실래요?일단 들어가는 글이 참 솔직합니다. 하루키는 여행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나는 마흔 살이란 하나의 큰 전환점이어서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무엇인가를 뒤로 남겨두고 가는 때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그런 탈바꿈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는 좋든 싫든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세월이란 앞으로만 나아가는 톱니바퀴라고 나는 막연히 그렇게 느끼고.. 더보기
B형독감과 블로그의 만남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얼떨결에 이 블로그에 들어온 여러분과 저를 환영합니다. 이 블로그의 마지막 업데이트 날짜를 보니 2012년 8월이네요. 그러니깐 6년 동안 방치한 놀이터에 다시 돌아온 거네요. 왜 돌아왔냐구요? 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독감 때문이랍니다.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다짜고짜 코에 솜뭉치를 쑤셔 넣는 거에요. 그러더니 하는 말 “B형 독감입니다. 5일 동안 격리 치료하셔야 해요.” “그렇게 오래요?” “물론 방법은 있습니다. 좀 비싸서 그렇지 이 링거를 맞으시면 두 시간 만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얼만데요?” “13만원” “다른 방법은 없나요?” “약만 제조해가고, 5일 동안 집에서 격리 치료하는거죠. 둘 중 하나 결정하세요” 이런 사기꾼 의.. 더보기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난 주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왔다. 제천은 올해만 두 번째다. 이곳에 오면 홍상수 감독이 생각난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가장 최근에 본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제천과 제주를 무대로 한 때문일 것이고, 홍상수 감독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묘한 이중성이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제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 이틀 동안 심사는 뒷전이고 술판이다. 이 술판에 구경남이 사랑할 수도 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기도 한 여인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극장 앞에서 우연히 만난 오래전 친구 부상용(공형진)의 아내 유신(정유미)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제천 어느 극장 앞에서 만난 부상용이 자기 집에 가서 술을 먹자고 .. 더보기
MBC 골든타임 최인혁 요즘 TV를 통해 만나는 사람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 MBC 의 최인혁 교수다. 생사의 갈림길 마지막 1시간 골든타임. 이 시간 위를 반복해 살아가는 최인혁에게 응급실이란 명예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전쟁터가 아니라 숨 돌릴 틈도 없이 몰려드는 환자들을 일단 살리고 봐야 하는 일터다. 수술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수술을 하고, 시간이 없어 배도 봉합하지 못한 채 1차 수술을 마무리하고, 중환자실조차 없어 응급실에서 회복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곳. 그럼에도 환자를 살려냈다는 칭찬 대신 “여기가 최 선생 개인병원이야?”라는 타박이 돌아오는 공간. 이 드라마 매력의 70%는 어찌보면 리얼하고, 그래서 말도 안되게 씁쓸한 아웃사이더 최인혁 교수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인혁이라는 남자. 국내에서 .. 더보기
Woody Allen 삶의 부조리를 달콤씁쓸하게 이야기하는 거장 우디앨런. 우디앨런 삶의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거장.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년 한 편씩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감독. "나에 대해 가장 크게 신화화된 두 가지 사실은, 내가 지성적이라는 것과 아티스트라는 것이다. 그건 아마도 내가 뿔테 안경을 쓰고, 내 영화가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것 같다." "기본적으로 나는 저급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다. 나는 맥주에 미트볼을 먹으며 야구 중계 보는 걸 좋아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별 재미 없이 지낸다. 그 나머지 시간은 그 어떤 재미도 없이 지낸다." Mr. Allen, do you truly believe that happiness in life is impossible? This is my perspective and has always b.. 더보기
거리의 의사, 정혜신 정혜신.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온통 회색빛이다. 엄마에 대한 기억, 아빠에 대한 기억이 회색빛의 근원이다. 첫째로 딸을 낳은 그녀의 엄마는 둘째 아이가 아들이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둘째 아이 역시 딸이었다. 엄마는 그녀를 낳고 시무룩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갖다 버리라고 했다. 그 시대에 태어난 둘째 딸들이 가진 어떤 공통된 서러움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도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언니에게 엄마는 굉장히 열성적이고 관심도 많았던 극성엄마로 기억되지만, 정혜신에게 그런 기억이 없다. 게다가 엄마는 그녀가 7살 때 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13살 때 돌아가셨다. 이후 늘 일찍 죽을 공포에 휩싸였다. 다른 친구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소풍조차 아무런 느낌이 .. 더보기
코미디언 김미화가 삶을 사는 방식 김미화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폐병으로 고생하는 아버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날품팔이를 하는 어머니 밑에서 큰 딸로 태어난 그녀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아버지 병 수발은 그녀의 몫이었다. 9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처음 목격한 것은 그녀였다. “밖에서 놀다 집에 들어와 방문을 여니 공기가 싸늘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그때의 섬뜩함을 잊지 못해요.” 어머니는 보따리 옷 장사, 식당일, 건물 청소원 등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아버지가 다른 가정을 두었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의 성을 따라 이름을 바꾼 아픈 가정사도 있었지만 그녀는 명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명랑함이다. 그것은 창문 위로 사람들 발이 지나다니는 수유리 천지촌 부근 반지하방에 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