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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

이재룡, 박주미 (사랑을 믿어요) 이재룡. 6살난 딸 아이와 같이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다. 사실, 딸 아이를 일찍 재우려고 잠자리에 든 것일 뿐.. 잠을 잔 것은 아니다. 몸을 반쯤 일으켜 잠이 든 딸 아이의 이불을 덮어 주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구기동 한 자락에 위치한 만년 단독 주택. 세월이 흐르면서 잘 사는 사람들은 잘 사는 사람대로, 못 사는 사람들은 못 사는 사람대로 이곳을 떠났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이 집을 팔지 않으셨다. 고치려고도 하지 않으셨다. 이 집에 다시 돌아 온 것은 3년 전이다. 아내가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그렇게 나는 다시 구기동 옛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아내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다.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설렌다. 우리의 사랑은 또 어떤 빛깔로 펼쳐질까? 박주미. 3년만에 귀국이다. 딸 아이가 3살.. 더보기
송재호, 선유용녀 (사랑을 믿어요) 송재호. 나는 정년을 1년 앞두고 있는, 만년 교감이다. 얼마나 만년이라고 하면 10년째 교감 선생님이다. 내 인상을 보면 알겠지만 난 사람 좋음의 대명사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이 사람도 좋고, 저 사람도 좋다. 내가 만년 교감인 것에 대해 어머니도 아내도 딱히 뭐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둘 다 그 사실을 그다지 맘에 들어하지는 않는다. 그 정도 눈치는 있다. 오늘도 나는 하얗게 늙으신 어머니에게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아내에게는 "다녀올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그러면 또 나는 만년 교감선생님이 된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출근을 한다. 오늘 아침은 공기도 좋고, 유난히 햇살도 눈부시다. 선우용녀. 나는 만년 교감의 아내다. 해질 무렵, 마당의 나무와 화초들에게.. 더보기
나문희 ...(사랑을 믿어요) 모르는 것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내가 남자 상담을 잘한다고 해서, 남자 관계가 화려한건 아니야. 오히려 단출하지! 지금까지 딱 한 남자 사귀었어. 딱 한 남자랑 잤다구! 말이 너무 야하다구? 미친... 순진한척 하기는... 그 남자 내 영감이였는데. 내가 28살 때 나랑 3년 살고 죽었어. 그리고 어떻게 살았냐구? 미치도록 시장바닥에서 일했지. 돈 많이 모았어. 몸 쓰면 돈은 모이게 돼. 그래서 나는 지금 돈이 많은 노인네야! 하지만 나는 애들한테는 절대 돈을 풀지 않아. 미쳤어, 그건 내가 날 위해 써야 하는 돈인데.. 나는 이세상에서 자식들한테 물려 주는 "유산"이 제일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해 자식 인생 망치는 지름길이니까. 나는 동대문에서 60년을 바느질을 했는데, 그 돈으로 그 상가를 다 사버렸.. 더보기
12월 7일 때를 아는 것. 정주. 머무는 것. 13시간째 한 자리에 머물면서 머뭄과 이동에 대해 생각한다. 이동할 때인가. 머물 때인가. 때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동과 멈춤의 가장 적절한 때를 인간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러나 알 수 없다고 방기할 질문도 아니다. 사랑도, 일도, 우정도, 일상의 부대낌 속에서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못하고, 멈출때 멈추지 못하면 반드시 후회라는 찌꺼기가 가슴 한 구속에 묵직하게 남기 때문이다. 언제 움직여야 하나? 언제 멈춰야 하나? 누군가는 재미가 없으면 변해야 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감동이 없으면 변해야 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비전이 없으면 변해야 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사랑이 없으면 변해야 한다고 한다. 모두가 맞는 말이지만, 모두가 추상적인 말이다. 고로 모두 하나마나한 이.. 더보기
12월 5일 시간의 리듬 요즘 트위터의 재미에 빠졌다. 트위터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 유심히 보는 것 중 하나가 그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인데...이만교 소설가나 이외수 소설가의 경우 거의 밤을 꼴딱 세운 후 아침에 잠이 드는 것 같다. 반면 만화가 강풀의 경우 새벽 5시면 일어나서 6시쯤 작업실로 가, 커피 한잔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사실 언제 일어나고, 언제 자느냐..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뭔가 몸이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리듬, 나만의 운율을 가지는 것은 필요한 것 같다. 그 리듬과 운율은 전적으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 자신만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지금 나의 생활 리듬, 완벽하게 포드 시스템에 맞추어져 있다. 9시 출근시간에 맞춰 허덕이며 일어나고.. 더보기
11월 24일 대강해 그냥 문체는 격하고, 사실의 바탕은 충실하지 않다. 의문을 과장해서 극한으로 밀고 나갔고, 이미 정해진 답에 오늘을 끼워 맞춘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과장된 기대를 들을 때, 연평도 폭격에 대한 수많은 감정적인 반응을 들을 때 그 언어의 들뜸에 공감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날선 건조함과 촘촘한 사실로 버무러진 나를 연습하고 있다. 쉽지 않다. 쉽게 들뜨고, 쉽게 흥분하는 나의 감정과 나의 글을 누그려뜨리는 방식을 연습중이다. 아니 그런 연습이 필요하다. 사실 이 연습 나만 필요한 것 아닌 것 같다. 어제 내가 생각했던 방식과 어제 내가 쓰던 문체가 오늘의 나를 완벽하게 규정하는 것을 보고 깨뜨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게으름과 안일함의 잔재다.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글쓰는 것이, .. 더보기
11월 18일 협상안 회의를 대하는 자세 어제 밤 퇴근길 노조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 협상안을 만드는 회의 중이었다. 잠깐 앉아 어깨 너머로 100개의 조항을 보면서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도 쉽게 가지 못하고 30분 넘게 앉아있었다. 왜 여기 있는 것일까? 나의 관심 사항이 아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구나. 이 간극 속에 자연스럽게 왜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주변을 살펴봤다. 가족처럼 막 퍼주고 싶은 사람,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 가까이 하기 어렵지만 존경하는 사람, 때론 내 속을 뒤집어 놓아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 관계가 재미없는 시간을 버텨내게 한다. 기대하는 것은 이 관계가 나의 관심을 넓혀내는 것 우려하는 것은 재미없는 시간이 이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것 내가 협상안을.. 더보기
주말 뉴스데스크 이동과 MBC 개편 그 얄팍함에 대하여... 주말 MBC 뉴스데스크가 8시로 앞당겨졌다. 메인 뉴스 시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것이 미칠 프로그램 내외적인 효과가 분명하지 않고, 그래서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MBC는 주말 뉴스 수요자가 8시대 뉴스를 원하고 있고, 그래서 시간대를 옮겼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것은 MBC의 (일부) 주장일 뿐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 다만 경영자의 어떤 눈에서 보면 그것 이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MBC의 장기적 침체를 풀어내기 위한 방편, MBC 뉴스데스크의 몰락을 막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통째로 이사해서 새롭게 혁신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 만년 꼴등으로 살아가는 것보다, 어쨌든 좀 더 높은 시.. 더보기
10월 26일(화) 일등과 꼴등 사이 ‘이름 빼고는 전부 지우세요.’ ‘만약 제대로 읽었다면 이런 글이 나오지 않죠.’ ‘이렇게 공부해서는 절대 오늘의 자신을 넘어서지 못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이런 꾸짖음을 들어본 게 언제일까? 오랜만이다. 이 꾸짖음을 대하는 나의 감정이 재미있다. 선생님이 묻는다. 왜 유종원의 글쓰기가 애도의 글쓰기라 생각해요? 애도가 뭐죠? 내가 답했다. 왜냐하면 궁시렁 궁시렁.. 선생님이 재차 묻는다. 형일씨는 그게 정말 애도라고 보는 거에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옆에 있는 다른 학우들이 대답한다. 그게 어떻게 애도에요? 말이 안되요. 논리가 이상하잖아요. 근거가 없잖아요. 저는 전혀 그렇게 안 읽히는데요. 모두가 내게 ‘너 읽.. 더보기
2010년 10월 21일 개편 1. 내 안의 의식의 개편. 필요한 건 이거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말은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허구적인 문장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말을 껴안을 때 나는 “내”가 될 수 있다. 생각할 것, 의심할 것, 상상할 것, 사유할 것, 반성할 것, 통찰할 것, 그리고 기존의 묵은 습관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나를 실험할 것. 오늘부터 해야 할 일이다. 오늘은 매제 49제. 잘 보내고, 그럼으로써 과거의 나와 결별할 때다. 안녕. 고마웠다. 2. 공간, 사물, 사람 새로운 나를 위해 중요한 것 세 가지. 첫째 공간, 둘째 사물과 사람 공간이란 형체가 희미한 것이다. 이 공간이 형체를 이루는 것은 필히 사람과 사물에 의존한 후다. 눈으로 보면 형체 가운데 뚜렷한 것을 보고, 지혜로서 보면 희미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