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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미디어 놀이터

이재룡, 박주미 (사랑을 믿어요)


이재룡. 6살난 딸 아이와 같이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다. 사실, 딸 아이를 일찍 재우려고 잠자리에 든 것일 뿐.. 잠을 잔 것은 아니다. 몸을 반쯤 일으켜 잠이 든 딸 아이의 이불을 덮어 주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구기동 한 자락에 위치한 만년 단독 주택. 세월이 흐르면서 잘 사는 사람들은 잘 사는 사람대로, 못 사는 사람들은 못 사는 사람대로 이곳을 떠났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이 집을 팔지 않으셨다. 고치려고도 하지 않으셨다. 이 집에 다시 돌아 온 것은 3년 전이다. 아내가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그렇게 나는 다시 구기동 옛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아내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다.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설렌다. 우리의 사랑은 또 어떤 빛깔로 펼쳐질까?

박주미. 3년만에 귀국이다. 딸 아이가 3살 때 남편과 딸을 남겨두고 홀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반대도 많았다. 그것을 막아준 것은 온전히 남편의 몫이었다. 남편이 홀로 딸 아이를 키우던 시간, 나는 프랑스에서 그 어느때 보다도 알차고 행복했던 시간들을 보냈다.돌이켜보면 꿈만 같던 시간들이다. 프랑스에서 나는 지난 시간에 대한 한풀이를 하듯이 죽으라고 공부해 박사학위를 땄고,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나에서 근무도 했다. 어느날 문득 이제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 보고싶었다. 한국에 돌아가 새로운 삶의 지평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거기서 그 남자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