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가볍게 넘어서기 - 고병권,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 방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책이 니체전집입니다. 언어의 기원에 관하여, 비극의 탄생-반시대적 고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바이로이트의 리하르트 바그너 유고, 선악의 저편-도덕의 계보 등. 물론 제대로 읽은 것은 한 권도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체를 가장 눈에 잘 띄는, 책장 제일 위쪽 오른편에 꽂아 놓은 것은, 언젠가는 만나고 싶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죠. 그를 만난다는 것은 스승으로부터 고개 끄덕이며 배우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로의 진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겁이 나죠. 니체와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것은, 과거의 나와 단절하겠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나와 나의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거든요. 적어도 여기 저기서 들은 니체의 이야기를 조합하면 그렇다는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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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와 우리 사회가 고개를 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론 - 4001을 본 소회
1. 4001. 정아씨가 1년 6개월간 가슴에 달고 있었던 수인번호. 4001을 달고, 여론의 뭇매를 마지면서,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억울함, 배신감, 분노, 절망, 좌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아픈 감정의 밑바닥까지 다 겪었을 듯 싶다. 그것은 그녀가 살아온 지난 시간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이 시대의 언론이 과도하게 그녀를 상품화시켜 융단 폭격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정아라는 이름이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씩 빗겨가면서, 그녀는 작정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토해내지 않으면 화병이 날 것 같은 마음, 자신에게 등을 돌린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의지, 공적인 영역에서 제대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섞여 4001은 탄생했다. 나는 그녀의 마음과 의지, 그리고 욕망을 존중한다. 그것은 언젠가 시간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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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폴리에 길담서원 짓기 - 포스트만 [테크노폴리]
1. 경복궁 근처에 길담서원이라는 곳이 있다. 테크노폴리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문득 이곳이 떠올랐다. 길담서원이 위치한 동네엔 ‘길’과 ‘담’이 어울어져 있다. ‘길’과 ‘담’은 떠남과 머무름, 열림과 닫힘, 비움과 채움이라는 은유가 담겨 있다. 우리는 길을 떠나야 하지만, 언제까지나 길 위에서만 살 수 없다. 담으로 둘러쳐진 안식의 공간이 배면에 깔릴 때, 그곳이 내 정신이 상승하는 근거지가 될 때, 떠남도 의미가 있는 법이다. 담이 없다면 길은 정처없이 헤메고, 방랑하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길담서원은 이름 그 자체에서 드러나듯이 옛 서원의 계승을 표방한다. 서원은 선현을 모시고, 인재를 양성하며, 공론을 형성하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각 지역의 정신적 중춧돌로서의 역할을 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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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올레길을 걷던 나의 모습.. 그대로.. 가는거다.
내가 참 매력적이라고 느낄 때, 누군가 참 멋지다고 느낄 때, 그 느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장인 것 같다. 성장과 성공은 확실히 다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성장은 느릿느릿, 식빵을 베어물고, 생수 한 병을 베낭에 넣은 채, 우와~ 감탄사를 지르면서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다시 돌아나오는 과정, 예기치 않은 길 위의 인연에 들떠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올레길 여행과 맞다아 있다면, 성공은 렌트카를 몰고 해변도로를 일주하며, 추천 명소로 알려진 공간을 찍고 또 찍는 나 홀로 관광 여행과 비슷한 것 같다. 지난주 제주도를 다녀왔다. 4일 동안 올레길을 걷고 또 걸었다. 많은 사람을 만났다. 10년 동안 IT기업을 경영하다, 제주도가 좋아 서울 생활을 접고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아저씨. 어린이집을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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