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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

사운드박스와 김예슬! 나를 흥분시킨 두 젊음 오랜만에 나를 흥분시키는 젊은 놈들을 만났다. 사운드박스.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난 그들에게 매료됐고, 완벽하게 그들의 팬이 되었다. 그들은 길거리 뮤지션이다. 한마디로 유목민이고 무소속주의자들이다. 기획사도 없고, 단지 싸이월드에 카페 하나 달랑 있을 뿐이다. 뮤직뱅크에서 부를 일은 예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 홍대 놀이터에 가면 가끔은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여기까지는 그냥 일반적 소개이고...) 사실... 기타 치고, 베이스 뚱까뚱까 하는 것, 누구나는 아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다. 드럼이야 교회 열심히 다니는 친구들이면 한 번쯤 두들겨본 기억이 있을테고, 노래야 한국인이라면 다 18번 몇 곡씩 있는 법이고, 조금 어려워보이는 게 탭댄스와 비트박스인데, 이것 역시 지들끼리 배틀하는 것 보니.. 더보기
4월 10일(토) 여성영화제.. 엔젤... 사랑에 대한 책임감... 모성에 대한 현명함... 아트레온에서 여성영화제가 진행되고 있다. 어제 저녁 괜찮은 영화 한 편을 거기에서 건졌다. 앤젤. 노르웨이의 마그레트 올린 작품이다. 첫 장면은 충격적이다. 허름한 화장실, 피곤에 지친 한 여자의 얼굴이 비친다. 약물 투여의 상처로 부서져버린 그녀의 얼룩진 몸도 보인다. 엉덩이에는 주사바늘이 깊게 꽃혀 있다. 그녀가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것, 그녀의 몸과 얼굴이 말해준다. 이 영화는 마약에 중독된 한 여성의 가족과 과거를 조금씩 조금씩 드러낸다. 알콜과 마약과 성매매의 고리에 빠진 여성 레아,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녀의 가족은 어쩌다가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 이 영화는 조금씩 조금씩 시선을 과거로 돌리면서 그 답을 풀어낸다. 레아의 어머니, 레아를 가장 끔찍하고 극단적인 상황으.. 더보기
4월 9일(금) 짬짬이 시간이 오늘을 규정한다 바쁘게 산다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에 쫓겨 사는 삶, 일에 치여 사는 삶을 혐오하는 편이다. 그런데... 혐오한다는 것의 이면에는 바쁘고 쫓기듯 살아가는 오형일의 삶에 대한 연민이 담겨있다. 2년 전인가 언제나 무언가에 쫓겨사는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내 삶은 왜 이모양일까,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적 있다. 나름 1년 동안 개인의 역사, 그래봤자 30년이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아주 우연한 어릴 적 기억 속에서 그 이유를 캐낼 수 있었다. 최근 내가 정신분석학과 프로이드와 융과 정혜신과 이무영에 열광하는 것, 내가 누군가의 뛰어난 이론과 실천보다 그 이면에 깔려 있는 누군가의 삶과 과거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나는 전태일 평전과 융의 자서전을 읽었고.. 더보기
3월21일(일) 뚱뚱함을 벗고 아침을 열다 (박민규 아침의 문) 1. 요즘 제대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아주 바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지키기로 했던 약속들이 자꾸 뒤로 미뤄진다. 어제 아침 오랜만에 북한산에 올랐다. 등산이 아니라 운동이었다. 나와 선배는 산을 뛰다시피 올랐고, 그보다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시작하여, 칼바위능선을 지나, 백운대 근처까지 정신없이 올랐고, 완만하지만 긴 진달래 능선을 단거리 선수처럼 뛰어 내려왔다. 중간에 몇 번 바위에 걸터 앉아 쪼잔해 보이는 서울을 내려보며 보온통에 담긴 물을 마시기도 했지만, 이 휴식은 펄떡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아주 살짝 움켜지는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산을 꼭 이렇게 힘겹게 오를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이렇게 오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의도다. 뭔가 심리적으로나 육.. 더보기
KBS2 <연대기 100인의 전설>의 실패, 그러나...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개인의 역사다. 최근 융의 자서전을 읽고 있는데, 그는 자신의 삶의 궤적을 꿈과 무의식으로 풀어낸다. 기막히게 새롭고 멋지다. 이제껏 나는 이런 역사를 만난 적 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배우기를 욕망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우느냐가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배우느냐이다. 배운 내용은 순식간에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지만, 사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지난 토요일 밤 10시대에 KBS2에서 이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기획의도는 참 좋았다. “한 사람 속에는 그를 있게 한 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내가 만난 사람, 혹은 내가 스친 사람들이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아닐까? 라는 물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고자 한다.. 더보기
봄개편의 의미 주기적인 개편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실제로는 큰 틀의 판 바꾸기보다는 작은 수정과 반성이 좀 더 큰 진보를 일으키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철이 지나면 옷을 바꿔입듯 방송사는 봄이 되고, 가을이 되면 새로운 옷을 입기위한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 지금 나와 우리 팀은 봄 개편 준비로 혼이 빠져있다. 실은 개편 준비라 해서 거창한 무언가는 아니다. 그냥 끊임없이 개편안을 수정하고, 그러니깐 편성표를 이렇게도 그려보았다 저렇게도 그려보았다가, 그 수정안을 출력하고, 보고하고, 설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솔직히 이 과정은 참 비효율적이고 비환경적이다. 이 과정에서 출력되고 버려지고 찢겨지는 종이들을 보면, 꼭 이런 방법밖에 없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개편 준비 기간에 하루동안 인쇄되고, 복사되고, 쓰레기통에 쳐.. 더보기
KBS 파일럿 해피버스데이와 화성인 침공 K본부 복귀 후 우연치 않게 제일 처음 접한 기획안이 해피버스데이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다림, 출산 장려 버라이어티라는 문구가 해피버스데이의 핵심 키워드였는데... 아빠가 될까 말까 고민하는 나같은 놈에게 이런 프로그램은 의외로 효과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탄환효과라는 게 있다. 탄환처럼 미디어의 메시지가 무차별적으로 시청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 효과 이론은 19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라디오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된 최초의 미디어 효과이론이다. 이 효과를 이야기하면서 반드시 사례로 이야기되는 프로그램. 1938년 미국의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The War between World"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자인 오손웰스는 핼로윈데이인 10월 30일, 로웰의 소설 '우주전쟁'을 특집 라디오.. 더보기
3월 20일 (토) 담배의 벽 토요일 밤 9시 30분... 난 지금 이 시간에도 KBS 신관 7층에 앉아있다. 이번주 내내 개편안을 찍찍 긋고, 지운다고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 문자가 한 통 날라왔다. "오형일.. 너 담배 걸렸어." 명하한테서 온 강력한 메시지...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문자이지만, 나와 명하 의 싸움의 기억 속에서 담배는 가장 큰 화약고다. 이게 터지는 날이면, 그 후유증, 만만치 않다. 좋았던 일상은 사라져버리고, 무의식 저편에 가라앉아 있던 지난 상처와 불신과 아픔의 이미지들이 화산처럼 폭발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젠장... 개편도 그렇고, 싸움도 그렇고, 역사도 그렇고, 진보한다기 보다는 돌고 돈다. 그래서 대충 감이 오는 법... 앞으로 당분간 난 집에서 쥐새끼처럼 지내야 한다. 후회가 물려왔다.. 더보기
법정스님과 실존적 자유 학교 수업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 법정스님의 입적 소식을 들었다. 또 한 명의 어른이 그렇게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 시대에 내가 어른이라고 감히 부르는 분이 얼마나 남았는지 손꼽아 보게 됐다. 하나, 둘, 셋,,, 채 열 손가락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내가 메마른 건지, 이 시대가 메마른 건지... 딱히 기분 좋은 셈은 아니었다. 그의 한 평생은 일관되게 실존적 자유를 실천하는 삶이었다. 내가 그를 존경하는 것은 그가 무소유를 이야기해서도 아니고, 글을 잘 써서도 아니고, 스님이기 때문도 아니다. 모든 시선으로부터, 모든 권력으로부터,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롭다는 것, 난 그 자유로움이 부러웠고, 일관되게 하루 하루를 더 큰 자유를 얻기 위해 공부하고, 실천하고, 살아가는 그의 삶의 태도.. 더보기
파스타의 두 남녀. 몸이 좋지 않다. 봄이 오니 꽃이 피고, 꽃이 피니 몸이 시든다. 일요일 오후 내내 소파에 누워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소파에 누워 TV를 켠 채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MBC 드라마에서 파스타 종일방송을 편성했는지, 돌리는 족족 붕어 공효진과 버럭남 이선균을 만날 수 있었다. 트렌드드라마를 볼만큼 마음이 한가하지 않아, 한참동안 툭 놓았던 드라마, 그러다 아프고 지친 몸 때문에 우연히 보게 된 파스타는 오랜만에 꽤 괜찮은 휴식을 선물했다. 솔직히 파스타 1회를 첨 보았을 때, 소리만 지르는 이선균이 못마땅했다. 바보같은 공효진도 조금 짜증이 났다. 그런데 소파에 누워 한 회 한 회 보다 보니 이 두 사람 의외로 매력있더라. 공효진의 매력은 씩씩한 삼순이(내 이름은 김산순)의 매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