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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Love Yourself. 방탄소년단의 외침.


지난주부터 전 회사에서, 집에서, 카페에서 틈만 나면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을 듣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BTS 왜 이렇게 인기야?”

답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해줘서 굳이 동어반복으로 할 이유는 없지요. 그리고 사실 이건 방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방탄에게 고마운 것은 서태지와 아이들이후로 어떤 그룹에도 그만큼의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내 둔감한 마음을 한방에 사로잡았다는 거죠. 고딩 1학년 서태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방탄을 만난 것은 저한테는 큰 충격이자 즐거움입니다.


BTS의 음악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음악적 능력에 있어 탁월함이 있습니다. 이번 3집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Love Yourself : tears"입니다. 리더 RM은 한 인터뷰에서 "Love Yourself” 컨셉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전합니다.

 

작년 초까지 행복이란 키워드에 꽂혀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일본에 가던 중 신문 칼럼을 읽었는데 인간은 절대 원하는 행복을 쟁취할 수 없다고 한다. 유전자에 그렇게 돼 있어서 행복을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욕망에 의해 산업혁명, 과학의 발전 등 목표를 달성했지만 하나를 달성하면 또 다른 데서 결핍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저희도 1등 하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다음 목표가 또 생기고. 그 글에 수긍이 됐다. 그래서 행복보다는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러브 유어셀프'에서 나름의 결론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러브 유어셀프'는 나를 사랑하기 위한 과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제 꿈은 빌보드 1등도 아니고 저를 제대로 사랑해주는 것이다. 제 추함과 초라함을 몇 억 번 마주해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지금 운 좋게 '러브 유어셀프'란 콘셉트를 만났으니 이 정서에 충실하면서 제가 저를 좀 더 사랑할 방법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가 보고 싶다. 그 주제로는 어둠, 고독 등 할 수 있는 말이 많다.”(RM)


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꼰대 같은 두려움도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너무 빨리 올라가고, 너무 많이 사랑받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세상에는 늘 양과 음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거칠 것 없는 성장과 확장이 있다면 반드시 그에 걸맞는 대립항도 배치되기 마련입니다. 이번 3집 앨범은 어쩌면 거침없이 성장하는 청년들이 이 속도와 확장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기 질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질문에 흐르는 도도한 감정은 혼란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 지는 자기와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기 사이에서의 간극에서 마주하는 혼란이죠.

 

그 혼란 속에서

“Love Yourself : tear"

세상의 시선과 주변의 기대, 과도한 관심과 사랑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자기 다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음반의 시작 인트로는 이렇습니다.

내 목소릴 널 위해 묻었잖아. 날 버린 겨울 호수 위로 두꺼운 얼음이 얼었네. 잠시 들어간 꿈 속에도 나를 괴롭히는 환상통은 여전해. 나는 날 잃은 걸까? 아니 널 얻은 걸까? 난 문득 호수로 달려가 그 속엔 내 얼굴이 있어

<듣기: Intro: Singularity>


 케이팝과 대중음악, 그리고 한류. 방탄은 자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기 목소리를 묻은 것은 아닌지, 그 목소리를 묻은 그 시간의 대가로 자기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와 팬들의 사랑을 얻은 것은 아닌지, 그런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나는 날 잃은 걸까? 아니 널 얻은 걸까?

  그리고 말합니다. 이건 가짜 사랑(Fake love)이라고....


"널 위해서라면 난 슬퍼도 기쁜 척 할 수가 있었어. 널 위해서라면 난 아파도 강한 척 할 수가 있었어. 사랑이 사랑만으로 완벽하길. 내 모든 약점들은 다 숨겨지길. 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나도 내가 누구였는지도 잘 모르게 됐어. 거울에다 지껄여봐 너는 대체 누구니... 낯설다 하네. 니가 좋아하던 나로 변한 내가. 아니라 하네. 예전에 니가 잘 알고 있던 내가... It's all fake love. 나도 날 모르겠어

<듣기: Fake Love>


 <Fake Love>는 들으면 들을수록 슬퍼지는 음악입니다. 널 위해서 슬퍼도 기쁜 척하고, 아파도 강한 척 했던 내가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내 모든 약점들이 숨겨지질 바랬고, 그 시간이 쌓이면서 이제는 내가 누구였는지 모르는 내가 되어버렸다고 고백합니다. 그런 내가 낯설고, 이 모든 사랑은 전부 가짜라고, 이게 무슨 사랑이냐고 절규합니다.

 

 이 절규는 <전하지 못한 진심>으로 이어집니다. 가면을 벗고 사랑을 마주하고 싶은 게 차마 전하지 못한 진심인 거죠..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난 초라하고, 이 초라한 모습을 보이면 사랑이 떠나버릴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초라한 모습 보여줄 순 없어. 또 가면을 쓰고 널 만나러 가. But I still want you 외로움의 정원에 핀 너를 닮은 꽃 주고 싶었지. 바보 같은 가면을 벗고서. But I know 영원히 그럴 수는 없는 걸 숨어야만 하는 걸 추한 나니까. 난 두려운 걸 초라해. I’m so afraid 결국엔 너도 날 또 떠나버릴까 또 가면을 쓰고 널 만나러 가.” 

<듣기: 전하지 못한 진심>


 여기까지 듣고나면 한 템포 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이 뭘까? 나는 누굴까? 20대 청년의 이야기는  기성세대가 되어 버린 한 아재의 삶에 질문을 던집니다. 많은 가면을 쓰고 사는 인생입니다. 이 가면을 두텁게 쓰는 이유는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사랑을 관심을 원하기 때문이죠. 그 가면을 벗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건 어쩌면 사랑, 관심, 애정에 대한 갈망 때문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두려움도 있습니다. 언젠가 민낯이 드러나는 날, 사랑은 떠나고 나는 가면을 썼던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때 조금만 이만큼만 용길 내서 너의 앞에 섰더라면 지금 모든 건 달라졌을까. 난 울고 있어 사라진 무너진 홀로 남겨진 이 모래성에서 부서진 가면을 바라보면서. And I still want you But I still want you But I still want you And I still want you <전하지 못한 진심>  


조금만 용길 내서 사랑 앞에 좀 더 솔직하게 섰더라면 지금 모든 건 달라졌을까? 방탄은 이에 대해 이런 잠정적 답변을 전합니다.

영원히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숨어야 하거든요. 왜냐구요? 나는 추하거든요.”


자기와 사랑에 대한 이런 질문과 답변을 하는 방탄의 목소리는 아프고 쓸쓸하고 고독합니다.

그리고 이런 방탄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사랑이 뭘까요? 나는 누구일까요? 내가 지금 하는 사랑은 “Fake Love"가 아닐까요?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나는 내 추한 모습을 감추고 누군가의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포장한 그런 내가 아닐까요?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추하니깐사랑을 위해 또 가면을 쓰고 당신을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탄은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청춘이기에 던질 수 있는 질문이자, 사랑을 받고 있고, 사랑을 주고 있기에 가능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자기의 삶을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하고 변주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자들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방탄을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을까요? 저같은 팬들에게 방탄은 이렇게 회답합니다.

“Love Yourself" 그리고 방탄을 사랑하는 팬은 방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어떤 추한 모습이든 그걸 고민하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너를  좋아한다, 

그리고 너를 좋아하면서 추하고 비루한 내 자신도 좀 더 사랑하게 된다."

사랑은 그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