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거기가 어딘데??>를 봤습니다.
너무도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서로 비슷한 느낌의 향기를 머금고 있는 공간에서 <거기가 어딘데??>는 하나의 메타포처럼 느껴졌습니다. 내가, 우리가, TV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겠다는 물음표 같은 거였습니다. 이건 <1박 2일>, <최고의 한방>을 거친 유호진 PD가 스스로에게 던진 도전장 같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탐험의 시작인 거죠. 그 시작으로 사막 탐험을 첫 단추로 삼은 것은 과감한 시작입니다. 황무지 같은 사막, 적막, 공허, 외로움의 공간에서 새로운 예능의 장을 열어보겠다는 것은 사실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거기에 뭐가 있어?” “거기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거야?” “거기에 도대체 왜 가는데?”
이 질문에 딱히 답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빛을 발합니다. 장소적인 단조로움, 어쩔 수 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배경의 반복성. 그러나 바로 그 부분 때문에 탐험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거기가 어딘데?>는 일반적인 여행 버라이어티와 확실히 다른 색깔을 빚게 됩니다. 탐험의 주인공들은 단조롭고 척박한 땅을 걷고 걷을 수밖에 없고, 그 걸음이 이야기를 만듭니다. 변화무쌍한 배경, 낯선 이국의 사람들, 저작거리의 음식들, 이른바 여행의 풍경이 이야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오롯이 주인공들의 삶이, 걸음이 이야기를 만드는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공간에 설 때, 우리는 어떤 인간이 될까? 탐험에 나서는 나는, 서울에 두고 온 나와 어떤 차이를 보일까?”
어쩌면 <거기가 어딘데?>는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막을 걸을 때, 탐험에 나설 때, 인간의 모습은 이 전과 완전히 다른 빛깔을 머금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니깐 탐험 출발 전 우리가 아는 지진희, 조세호, 배정남, 차태현의 모습과 사막에서 마주하게 될 모습은 아마 100% 다를 겁니다. 이 다름을 유호진 피디는 아마 디테일하게 잡아낼 겁니다. 1회의 자막, 음악, 구성을 보면 “유호진이라는 친구가 에이스이긴 에이스구나.”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 하나 허투루 두루뭉술 넘어가질 않습니다. 게다가 출연진들의 가진 저마다의 차별화 된 개성과 그 개성 사이의 캐미도 좋습니다.
그래서 전 본격적인 사막 탐험이 시작되는 2회가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인생의 단면이 사막이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극화되어 나타날지, 그걸 통해 나는 또 삶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2회는 이번 주 금요일 밤 11시 2TV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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