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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미디어 놀이터

화이트크리스마스의 편지

2011년 최고의 드라마를 만났다. 정작 본방은 보지 못했고, 집에서 VOD로 야금야금 보는 중이다. 야금야금이 아니라 아껴서 꼭꼭 씹어 본다는 게 더 맞는 이야기인 듯 싶다. 처음에는 졸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눈이 번쩍 떠지면서, 이거 물건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첩을 꺼내놓고, 미친 듯이 이야기들과 느낌들을 적어가면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

이 드라마의 시작은 편지다. 누군가가 보낸 자살편지. 이 편지를 받은 여덟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남았다.
일주일 후, 누군가는 죽으려했고, 누군가는 죽이려했고, 그리고 누군가는 죽었다. 이 편지 한 번 볼래? 얼마나 섬뜩한지, 얼마나 묵직한지, 얼마나 너와 나의 관계 같은지... 쉿~ 조심해~

계속해서 생각해봤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어째서 나는 나인 걸까? 내가 바라는 것은 뭘까?
멀리 있는 네 이름을 소리 내 부르는 것
너에게 안부를 묻고 네 어깨를 툭 치는 것
마주 앉아 밥을 먹고 별것 아닌 얘기에 소리 내 웃는 것
그러나 너는....
너는 나를 비참하게 했고,
너는 나를 구석괴물로 만들었고
너는 네가 아는 것을 침묵했어.
그리고 너는...
너는 내 가망 없는 희망을 비웃었고
너는 내가 가진 단 하나를 빼앗아 너의 목에 걸었고
너는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가 놓아버렷어.
마지막으로 너는...
너는 눈앞에서 나를 지워버렸고,
너는 나를 가로 챘어.

Merry Christmas Happy new year!!
8일간의 휴일이 지나고 느티나무 언덕길을 올라오면
죽어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걱정하지 마. 금방 잊힐테니까
빨간 핏자국이 흐려지다 지워지듯이 안녕.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밤에 나는 너를 저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