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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미디어 놀이터

나는 가수다를 응원한다


1.
나는 가수다. 바야흐로 오디션 프로그램이 예능의 대세가 된 시점에, 이 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장점들이 고루 갖추어져 있다. 세상의 1인자라 불리는 아티스트들이 모인다. 100점. 이들이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경쟁한다. 50점. 그 중에 누가 떨어진다. 이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200점.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젊은이들의 꿈을 겨냥했다면, 그래서 때론 어설프고, 때론 둔탁하기도 했다만, 이 프로그램은 꿈이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는 아티스트들의 자존심과 아우라를 겨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자체로 텔레비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미학을 최고의 긴장감과 호기심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로 김영희 PD의 기획은 가히 TV 프로그램에서 창의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싶다.


2.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우라를 건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나는 가수다는 단지 예능일 뿐인데, 그 예능에서 차용한 서바이벌은 막상 순위가 정해지니, 순위를 거부하는 아우라와 부딪혀 갈팡질팡하게 되어 버렸다. 이건 예능과 음악의 충돌이자, 대중매체와 문화예술과의 충돌이자, 서바이벌을 요구하는 시청자와 차마 그것을 인정할 수 없는 뮤지션들과의 충돌이기도 하다. 사실 이 충돌은 '나는 가수다'가 대박 기획이라고 간주되었던 처음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자신만의 색깔을 통해 Only One을 추구하는 뮤지션들을 Number One의 장으로 초대한 그 순간부터 충돌과 갈등은 예견되었던 것이다. 


3.
그 갈등을 어떻게 중재할 것인가? 사실 이 중재는 PD의 몫이다. PD가 프로그램만 생각한다면, 과감히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에 충실해야 했고, PD가 음악과 뮤지션을 생각한다면, 서바이벌이라는 애초 기획의도에서 한걸음 물러서야 했다. 쌀집 아저씨는 후자를 선택했다. 나는 그 선택이 프로그램을 망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 선택 때문에 PD가 여론의 몰매를 맞아야 하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하고, 그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방식이 영 거시기하다면, 우리는 단지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면 될 뿐이다.  


4.
개인적으로 내가 김영희 PD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봤다. 나 역시 달리 다른 선택을 하지는 못 했을 것 같다. 서바이벌이라는 애초 기획의도에는 어긋나지만, 그거야 다시 조정하면 되는 것이고, 김제동도 원하고, 이소라는 울면서 퇴장하고, 후배 뮤지션들이 김건모의 탈락을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PD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그리 많지 않았을 법하다. 룰을 조금 바꾼다 한들 그것이 '나는 가수다'의 진화에 방해가 될까? 오히려 서바이벌이라는 틀거리에 박제될 때, 프로그램이 고루해질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었을 듯 싶기도 하다. 고로 나는 김영희 PD의 선택을 존중한다.    

 
5.
 김영희 PD의 선택을 존중하든 아니든, 사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김건모다. 나는 김건모가 재도전을 결정했을 때, 그의 결정에 '역시 프로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능력과 자존심을 생존 근거로 삼는다. 비록 립스틱 짙게 바르며 퇴장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평가단으로부터 최하위 점수를 받고, 다시 한 번 평가받아보겠다는 오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김건모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고로 재도전은, 김건모가 이 시대의 최고 뮤지션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나는 본다. 


6.
그런데 왜 이렇게 난리지? 왜 김영희 PD가 사과를 하고, 김건모 자진사퇴설이 나오는 거지? 사실 이것은 '나는 가수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치의 반영일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우리 사회가 참 쓸데없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반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비판받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이런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비판만큼 지금의 논쟁은 무의미하다. 예능 프로그램은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재미가 없다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떠나면 그만인데, 이것 가지고 왈가불가하는 것.. 그 수다가 누구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나는 가수다'논쟁은 무의미한 것을 넘어 폭력적이다. 


7. 
나는 가수다. 우려는 있지만, 나는 이 프로그램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여기서 성공이란 재미와 감동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은 가만히 놓아두면, 내게 꽤 오랜 시간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TV에서 한참동안 잃어버린 우리 대중 음악의  세세한 결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논란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여론과 말들에 휘둘려 오래 못가거나 그냥 그런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나는 가수다는 여론이 만드는 게 아니라 PD와 뮤지션들이 만든다. 이들이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에 수많은 뮤지션들이 몰릴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면 좋겠다. 


8.
고로 하고픈 이야기는 한 가지다. "나는 가수다. 화이팅!"  



마지막 부침말..

'나는 가수다'는 대박인데,
왜 '나는 미디어다'는 점점 판매지수가 떨어지는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