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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2011년 5월 11일 수요일 약간의 여유를 위한 조건 온종일 비가 내리던 날, 나는 습하고 어둔 구석진 방에서 책의 잔뿌리 하나도 놓치지 않을 마음으로 책을 읽고, 이파리 끝에서 채 발음되지 않고 떨어지는 생각을 남김없이 받아낼 기세로 부암동 골목길을 걸었다. 사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고, 길을 걸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공부방의 깜박거리는 전등을 이제는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조금은 귀찮고.. 꾸벅꾸벅 졸면서도 데드라인때문에 책을 부등켜 있을 수밖에 없는 내가 안쓰럽고.. 막상 구석진 방에서 나와 부암동길에 들어서자.. 어느 커피숍이 괜찮을까, (가격은 비싸지 않을까?) 부암동에 집을 지으면 어떨까, 정말 집을 지어볼까? 그렇다면 (평당 가격은 얼마일까?) 불법주차한 차는 잘 있을까. 기름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 쓸데없는 생각으로 이파리.. 더보기
2011년 5월 9일 인스턴트 일상과 작은 꿈 어쩌다 나의 과거를 들춰 볼 때가 있다. 지금이 그 시점. 방송사에 들어온 게 2005년, 나간 게 2009년, 다시 들어온 게 2010년, 그리고 지금은 2011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철마다 돌아오는 개편, 이제는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이야기, 부장님은 이런 나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넌 자판기야. 누르면 바로 나오거든. 이게 좋은 말일까? 이 칭찬이 아프다. 난 어느새 자판기가 되 버린 거다. 싸구려 커피가 자판기 사이로 줄줄 흐른다. 영양가 없는 인스턴트 커피. 이 커피가 한때는 꿈이었던 이 공간의 리얼 현실이다. 며칠전 이대 친구들이 인터뷰를 한답시고 울 팀에 방문했다. 부장님은 급한 회의가 있다고 도망가고, 남은 나와 몇몇 선배들이 인터뷰를 대신했다. 이.. 더보기
정신적 멘토. 문순C 1. 30대에 만난 언론인 중 내 심장을 가장 뛰게 만든 사람. 최문순. 2007년 MBC PD 공채 시험 최종 면접장. 1차, 2차, 3차 시험을 얼떨결에 통과해 최종면접장에서 최문순 사장과 운명적으로 조우했던 첫 번째 날. 남겨진 2명 중에서 1명을 가려내는 면접장에서 난 그를 처음 만났다. 면접장에서 느낀 그는 인심 좋은 동네 아저씨. 면접이 끝나고, 당연히 합격이라는 나의 생각과 달리, 덜컥 떨어진 것을 알게 된 다음 날. 그로부터 한 통의 메일이 왔다. 발신인 : 최문순 제목 :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인사위원들 모두 훌륭한 인재라고 마음을 모았지만 KBS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됐던 것 같습니다. 모자란 것이 아니라 넘쳤던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인연이 닿았으니 언젠가.. 더보기
3월 2일. 올레길을 걷던 나의 모습.. 그대로.. 가는거다. 내가 참 매력적이라고 느낄 때, 누군가 참 멋지다고 느낄 때, 그 느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장인 것 같다. 성장과 성공은 확실히 다른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성장은 느릿느릿, 식빵을 베어물고, 생수 한 병을 베낭에 넣은 채, 우와~ 감탄사를 지르면서 걷다가,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다시 돌아나오는 과정, 예기치 않은 길 위의 인연에 들떠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올레길 여행과 맞다아 있다면, 성공은 렌트카를 몰고 해변도로를 일주하며, 추천 명소로 알려진 공간을 찍고 또 찍는 나 홀로 관광 여행과 비슷한 것 같다. 지난주 제주도를 다녀왔다. 4일 동안 올레길을 걷고 또 걸었다. 많은 사람을 만났다. 10년 동안 IT기업을 경영하다, 제주도가 좋아 서울 생활을 접고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아저씨. 어린이집을 운영.. 더보기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 일대기 나는 1966년 평범한 가정의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원적은 현재의 포항시인 경북 영일군 구룡포지만, 태어난 곳은 서울이다. 회사원으로 근무하던 부친의 근무지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어린 시절 전국 곳곳으로 이사다니면서 자랐다. 맏이인 누나와 둘째인 형이 학생운동을 했지만, 소년 김기식은 서울 경성고 2학년 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다. 나의 삶에 ‘동요’가 온 것은 고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1983년이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살던 나는 누나가 다니던 연세대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가 많았다. 집에서 가까운 연세대 캠퍼스에서 만난 ‘5월 광주’의 진실은 소년 김기식에게 적잖은 변화를 가져다 준다. 캠퍼스에 뿌려진 광주항쟁의 실상을 알리는 유인물을 보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을.. 더보기
12월 7일 때를 아는 것. 정주. 머무는 것. 13시간째 한 자리에 머물면서 머뭄과 이동에 대해 생각한다. 이동할 때인가. 머물 때인가. 때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동과 멈춤의 가장 적절한 때를 인간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러나 알 수 없다고 방기할 질문도 아니다. 사랑도, 일도, 우정도, 일상의 부대낌 속에서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못하고, 멈출때 멈추지 못하면 반드시 후회라는 찌꺼기가 가슴 한 구속에 묵직하게 남기 때문이다. 언제 움직여야 하나? 언제 멈춰야 하나? 누군가는 재미가 없으면 변해야 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감동이 없으면 변해야 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비전이 없으면 변해야 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사랑이 없으면 변해야 한다고 한다. 모두가 맞는 말이지만, 모두가 추상적인 말이다. 고로 모두 하나마나한 이.. 더보기
12월 5일 시간의 리듬 요즘 트위터의 재미에 빠졌다. 트위터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 유심히 보는 것 중 하나가 그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인데...이만교 소설가나 이외수 소설가의 경우 거의 밤을 꼴딱 세운 후 아침에 잠이 드는 것 같다. 반면 만화가 강풀의 경우 새벽 5시면 일어나서 6시쯤 작업실로 가, 커피 한잔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사실 언제 일어나고, 언제 자느냐.. 이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뭔가 몸이 알아서 움직이게 만드는 리듬, 나만의 운율을 가지는 것은 필요한 것 같다. 그 리듬과 운율은 전적으로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식, 자신만의 개성이 물씬 묻어나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지금 나의 생활 리듬, 완벽하게 포드 시스템에 맞추어져 있다. 9시 출근시간에 맞춰 허덕이며 일어나고.. 더보기
11월 24일 대강해 그냥 문체는 격하고, 사실의 바탕은 충실하지 않다. 의문을 과장해서 극한으로 밀고 나갔고, 이미 정해진 답에 오늘을 끼워 맞춘다. 소셜 미디어에 대한 과장된 기대를 들을 때, 연평도 폭격에 대한 수많은 감정적인 반응을 들을 때 그 언어의 들뜸에 공감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날선 건조함과 촘촘한 사실로 버무러진 나를 연습하고 있다. 쉽지 않다. 쉽게 들뜨고, 쉽게 흥분하는 나의 감정과 나의 글을 누그려뜨리는 방식을 연습중이다. 아니 그런 연습이 필요하다. 사실 이 연습 나만 필요한 것 아닌 것 같다. 어제 내가 생각했던 방식과 어제 내가 쓰던 문체가 오늘의 나를 완벽하게 규정하는 것을 보고 깨뜨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게으름과 안일함의 잔재다.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글쓰는 것이, .. 더보기
11월 18일 협상안 회의를 대하는 자세 어제 밤 퇴근길 노조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 협상안을 만드는 회의 중이었다. 잠깐 앉아 어깨 너머로 100개의 조항을 보면서 그것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면서도 쉽게 가지 못하고 30분 넘게 앉아있었다. 왜 여기 있는 것일까? 나의 관심 사항이 아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구나. 이 간극 속에 자연스럽게 왜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주변을 살펴봤다. 가족처럼 막 퍼주고 싶은 사람,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 가까이 하기 어렵지만 존경하는 사람, 때론 내 속을 뒤집어 놓아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 관계가 재미없는 시간을 버텨내게 한다. 기대하는 것은 이 관계가 나의 관심을 넓혀내는 것 우려하는 것은 재미없는 시간이 이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것 내가 협상안을.. 더보기
10월 26일(화) 일등과 꼴등 사이 ‘이름 빼고는 전부 지우세요.’ ‘만약 제대로 읽었다면 이런 글이 나오지 않죠.’ ‘이렇게 공부해서는 절대 오늘의 자신을 넘어서지 못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이런 꾸짖음을 들어본 게 언제일까? 오랜만이다. 이 꾸짖음을 대하는 나의 감정이 재미있다. 선생님이 묻는다. 왜 유종원의 글쓰기가 애도의 글쓰기라 생각해요? 애도가 뭐죠? 내가 답했다. 왜냐하면 궁시렁 궁시렁.. 선생님이 재차 묻는다. 형일씨는 그게 정말 애도라고 보는 거에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옆에 있는 다른 학우들이 대답한다. 그게 어떻게 애도에요? 말이 안되요. 논리가 이상하잖아요. 근거가 없잖아요. 저는 전혀 그렇게 안 읽히는데요. 모두가 내게 ‘너 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