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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1월 15일 (금) 쓸쓸함 머리가 지끈거릴때는 조깅만큼 좋은 운동은 내게 없다. 오랜만에 꽤 오랜 시간을, 꽤 긴 거리를 뛰었다. 어두웠고, 바람은 차가웠고, 길가에 쌓인 눈은 꽁꽁 언 상황이었다. 내복 위에 츄리닝을 입고, 그 위에 오리털 잠바를 껴입고, 털장갑을 낀 채, 난 어둠을 밟고, 눈을 밟고, 바람을 헤치며 한적한 홍제천 주변을 뛰는 듯 걷는 듯 했다. "왜 삶이 쓸쓸할까? 왜 삶이 무력할까?" 2010년 1월 갑작스럽게 찾아온 쓸쓸함과 무력함이 당황스럽다. 당황스럽지만 왜라는 질문은 뭔가 어울리지 않다. 그런 질문조차 하기 싫은 것이 쓸쓸함과 무력함이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씩씩하게 지냈던 듯 싶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난 더 씩씩했었던 것 같다. 씩씩해야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위기가 기회라는 상투적.. 더보기
12월 18일(금요일) 질문이 나를 만든다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카페라떼를 홀짝 거시며 음악을 들으며 여유있게 음미하며 읽었다기 보다는 기말 페이퍼를 쓰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한다는 어떤 강박관념때문에 부랴부랴 마치 패밀리마트에서 왕뚜껑을 먹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이렇게 대충 읽을 책이 아니더라구요. 제가 첫 번째 꽂힌 문장부터 소개하죠 "내 몸이여, 나를 언제나 의문을 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오!" 하악~하악~ 질문이 사라지고 의문이 사라진 사람의 눈빛을 보신적이 있나요? 세상 모든 것에 "다 그런거지"라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신적이 있나요? 그것만큼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파농의 이 문장은... 자기 자신이 끊임없이 약동하고, 살아있음을 바라는 저자의 욕망이 고스.. 더보기
원더걸스, 그녀들의 성장기. 황금어장에 원더걸스가 나왔다. 20살 소녀들의 미국 진출기를 들으면서 조금 배웠다.. 한국에서 1등이었던 그녀들이 듣도 보도 못한 조나다 브라더스라는 놈의 바람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공연 전후로 관객들을 만나 웃음을 팔면서 "저희도 가순데... 저희랑 사진 한 장 찍지 않으실래요?" 이런 말을 해야 한다? 자존심이 쉽게 허락지 않을 일이다. 듣도 보도 못한 조나다 브라더스란 놈이 전용기로 이동하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왜 미국가서 사서 고생일까.. 이런 생각이 안들리 없다. 2009년 원더걸스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미국땅에서... 스타 바람잡이 역할에서부터 시작하여, 관객들의 무관심에서부터 시작하여, 직접 한 명 한 명 미국인들의 손을 잡아가면서, 제가 가수인데.. 더보기
지독한 고정관념 : BBC ‘Strictly Come Dancing’ MC교체를 보고 BBC의 인기 프로그램인 ‘Strictly Come Dancing’ 최근 개편에서 여성 진행자를 66세의 안무가 알렌 필립에서 30세의 가수 알레샤 딕슨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진행자 교체, 별로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66세와 30세라는 나이가 앞에 붙으면, 그건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다. 기본적인 통념 하나. 시청자들은 무조건 젊고 예쁜 여성 진행자를 선호한다. 이 통념은 시청자들이 무조건 A급 쭈쭈빵빵 연기자가 나와야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통념, 예능 프로그램의 MC는 강호동과 유재석이어야 한다는 통념과 맞물려 있다. 과연 그럴까? 답은 알 수 없다. 이건 검증되지 않은 방송 현장의 직관적인 가설일 뿐이다. 솔직히 이건 직관도 아니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관행적으로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일 뿐이다.. 더보기
김대중 대통령의 일기장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의 슬픈 감정이 100이었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돌아가신 후 지난 며칠 간 느낀 슬픔의 감정은 채 10도 안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자살하신 게 아니니깐... 연로하셨으니깐... 슬픔과 분노의 감정이 일상이 되어버렸으니깐... 내가 지금 내 문제로 정신이 하나도 없으니깐... 여러가지 이유 중 가장 나를 씁쓸하게 하는 것은 세 번째 이유. 어떤 감정이든 일상이 되어버리면 그건 더 이상 감정이 아니다. 예전에는 느꼈던 감정을, 오늘 느끼지 못한다면, 그 오늘에 경고장 하나 날려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 며칠, 나도 깜짝놀랄만큼 무덤덤하다. 문득 그 며칠의 무덤덤한 감정에 경고장을 날려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기억은 내겐.. 더보기
무릎팍도사에 한비야가? 한비야. 20대때 나를 감동시킨 세 사람 중 한 명. 그 사람이 황금어장에 나왔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나를 감동시킨 사람이 딴따라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단 말인가? 그치... 새로운 게 별건가? 고정관념만 깨면 된다. 왜 예능 프로그램에 한비야가 나오면 안되? 이 왜라는 질문에서 새로움이 나오는 듯 싶다. 한비야를 섭외한 것, 한비야가 유학길에 오르는 시점에 방송이 전파를 탄 것, 섭외도 굿이었고, 타이밍도 굿이었다. 좋아.. 좋아.. 더 좋은 것은 한비야의 속사포 화법.. 이거 중독성 있다. 아마도 그 화법으로 무수히 이어지는 주옥같은 말들 때문이겠지만... "이제 새로운 일을 찾아 유학길에 나선다." "내가 무엇이 될 지 나도 궁금하다." "벌써 성장을 멈추면 삶이 아깝잖아요." "나는 늘 가슴떨리.. 더보기
MBC 수목드라마 트리플 후텁지근한 하루였다. 오후 내내 협회보를 만든다고, KBS 별관 근처를 배회하고, 저녁 내내 회의와 촛불집회를 한다고 여의도 공원을 서성거렸다. 촛불이 모자라 패밀리마트에 초를 사러 가는데, 해질 무렵 거리를 배회하는 몇 명의 여의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커피를 홀짝 거리는 못생긴 커플, 노트북을 앞에 두고, 책을 읽으면서 '난 엘리트야'라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한 청년, 적당한 똥배 위에 넥타이를 올려 놓고 맥주잔을 기울이는 샐러리맨 군단,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그 길고 긴 여름의 해질 무렵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과잉 해석이지만... 그러면서 문득 저런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이 그리워졌다. 언젠가부터 내 삶에 저런 '일상적이고 일상적인'느낌이 지워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