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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제천 국제음악영화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난 주말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다녀왔다. 제천은 올해만 두 번째다. 이곳에 오면 홍상수 감독이 생각난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가장 최근에 본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제천과 제주를 무대로 한 때문일 것이고, 홍상수 감독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묘한 이중성이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제천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 이틀 동안 심사는 뒷전이고 술판이다. 이 술판에 구경남이 사랑할 수도 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기도 한 여인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 극장 앞에서 우연히 만난 오래전 친구 부상용(공형진)의 아내 유신(정유미)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제천 어느 극장 앞에서 만난 부상용이 자기 집에 가서 술을 먹자고 .. 더보기
거리의 의사, 정혜신 정혜신.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온통 회색빛이다. 엄마에 대한 기억, 아빠에 대한 기억이 회색빛의 근원이다. 첫째로 딸을 낳은 그녀의 엄마는 둘째 아이가 아들이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러나 둘째 아이 역시 딸이었다. 엄마는 그녀를 낳고 시무룩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갖다 버리라고 했다. 그 시대에 태어난 둘째 딸들이 가진 어떤 공통된 서러움이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도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언니에게 엄마는 굉장히 열성적이고 관심도 많았던 극성엄마로 기억되지만, 정혜신에게 그런 기억이 없다. 게다가 엄마는 그녀가 7살 때 암 진단을 받았다. 이후 13살 때 돌아가셨다. 이후 늘 일찍 죽을 공포에 휩싸였다. 다른 친구들이 그렇게 좋아하던 소풍조차 아무런 느낌이 .. 더보기
코미디언 김미화가 삶을 사는 방식 김미화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폐병으로 고생하는 아버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날품팔이를 하는 어머니 밑에서 큰 딸로 태어난 그녀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아버지 병 수발은 그녀의 몫이었다. 9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처음 목격한 것은 그녀였다. “밖에서 놀다 집에 들어와 방문을 여니 공기가 싸늘했어요.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그때의 섬뜩함을 잊지 못해요.” 어머니는 보따리 옷 장사, 식당일, 건물 청소원 등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아버지가 다른 가정을 두었기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의 성을 따라 이름을 바꾼 아픈 가정사도 있었지만 그녀는 명랑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명랑함이다. 그것은 창문 위로 사람들 발이 지나다니는 수유리 천지촌 부근 반지하방에 살.. 더보기
유령작가 김연수 1. Preview 김연수의 글은 꼭꼭 씹어먹는 맛이 있다. 그 맛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어쩌면 스스로를 문헌보관소로 삼는 글쓰기 방식, 어쩌면 그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 원본으로서의 삶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유령작가로 호명하는 바로 그 관점, 어쩌면 쉬임없이 운동하고 변화하는 여행자의 마음. 바로 거기에 김연수 작가의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삶이 아름다운가? 인간이 아름다운가? 이들이 지향하는 세계에 희망이 있는가? 이런 질문을 버리고, 오직 길을 걷고,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는 작가. 2. History 1970년생. 본명은 김영수.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 3학년인 1993년, 계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강화에 대하여.. 더보기
관계의 위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사회는 내게 완전히 자유를 주는 척하지만 막상 선택권은 제한되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현실은 이래저래 갈등적이지만 진실은 심플하다. 그래서 노래가사가 모두 진부한 거다. 외로워도 힘내자. 아파도 Keep Going! 그런데 말은 심플해도, 삶은 복잡하다. 그게 늘 문제다. 요즘 공간, 도시에 대해 공부 중인데 독일의 사회학자인 짐멜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인간은 목적성을 가진 동물이다. 사람들은 목표를 정하고 성취하기 위해 도구를 만들어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애초에 수단이었지만, 심리적으로는 목적이 되어버리는 돈에 점점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 화폐는 목표가 된 수단의 가장 극단적인 일례다. 이제 (도시)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산다. 그들은 계산적이고 .. 더보기
슬라보예 지젝 "투쟁을 멈추지 말아라. 당신들이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 20120629 슬라보예 지젝 세계적인 석학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를 찾았다 지젝은 분향소 방명록에 “투쟁을 멈추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라는문장을 남겼다 배경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에 속했던 슬로베니아 출신. 옛 유고연방은 자본주의 서구와 공산주의 소련 사이의 완충지대. 소련의 완전한 종속국도, 서구에 가까운 나라도 아니었음. 실상은 이 두 지역의 혼합체였다. 티토가 사망하고 소련이 무력화한 뒤 유고연방은 여러 민족단위로 해체됐고, 1990년대에 유고내전이라는 참혹한 전쟁을 겪음. 지젝이 철학을 공부한 곳은 슬로베니아 수도의 류블랴나대학. 정치적·지리적 중간지대였던 이곳은 소련의 공식철학보다는 서유럽의 철학에 더 친숙한 곳이었음. 지젝은 .. 더보기
여우의 화원 #20120616-1 함께 걷자 함께 웃자 함께 살자 까만 파마머리 가발을 쓰고 선글라스를 낀 여섯 명의 어린이들이 지난 6월16일 오후 대한문 앞에 세워진 무대 위에 올랐다. 두 손에 북채를 들고 '여름이다' 음악에 맞춰 공연을 펼쳤다. 카메라를 향해 쇼맨십도 선보였다. 어린이들이 뒤로 돌자, '우', '리', '함', '께', '웃', '자'가 등 뒤에 적혀 있었다. 이 아이들은 쌍용차 해고노동자 자녀들이다. 일주일이 지났다. 아이들은 여전히 그날의 이야기를 신나게 재잘거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아빠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추천 : 여우의 화원. http://youtu.be/NQD3YeZgtWY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불가능한가요? 이 책을 보면서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듯... 더보기
하위 종의 삶과 사랑 - 습지생태보고서 # 20120618-1 습지생태보고서 KBS 2TV 6월 3일 (일) 밤 11시 45분 방송 연출 박현석 / 극본 한상운 1. 내용 2005년 만화가 최규석이 대학시절 친구들과 반지하 자취방 생활을 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그려낸 ‘습지생태보고서’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습지로 비유되는 좁은 반지하 방, 그곳에서 자취하는 만화학과 학생들의 평범한 일상 사이에 숨은 시대의 모순, 그 벽에 부딪혀 그들이 느끼는 절망, 그 너머 꿈꾸는 희망, 성장을 그림. 어른들은 세상 참 좋아졌다하지만, 그러면서 젊은 것들을 뭐라고 하지만, 정말 뭐가 좋아졌는지 알 지도 모르는 채 등록금, 아르바이트, 학자금 대출 사이를 종종걸음 치는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보여줌. 불안한 미래와 외로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 시대 젊은 이들에게.. 더보기
팽이가 나를 울린다 (김수영을 위하여) #20120613-1 팽이가 나를 울린다 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1953년작. 팽이가 돈다 팽이가 돌면서 나를 울린다 제트기 벽화 밑의 나보다 더 뚱뚱한 주인 앞에서 나는 결코 울어야 할 사람이 아니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 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이 밤에 나는 한사코 방심조차 하여서는 아니 될 터인데 팽이는 나를 비웃는 듯이 돌고 있다. ...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 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한 남자가 운다. 도는 팽이를 보면서... 왜일까? 도는 팽이가 이 남자에게 던진 질문이 아파서다. 너는 나처럼 돌고 있느냐? 다른 도는 것에 의탁해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돌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는 것은 아니냐? 어제와 똑같은 오늘, 매일이 그날 그날인 일상, 도는 것을 멈춘 오늘을 .. 더보기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20110612-1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1 박민규 작가. 2009년작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 이 책을 읽는 내내 삶, 얼굴, 사랑, 기억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함. 오늘 아침 읽어내려간 마지막 장 작가의 말이 참 인상적임. 우리는 힘을 얻기 위해 진화해 왔습니다. 강해지기 위해, 이 세계에서 유리해지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힘... 저는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그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습니다.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절대 다수를 사로잡아 왔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극소수가 절대 다수를 지배하는 이 시스템에 대해 저는 많은 생각을 해야만 했습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