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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4월 9일(금) 짬짬이 시간이 오늘을 규정한다

바쁘게 산다는 것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시간에 쫓겨 사는 삶, 일에 치여 사는 삶을 혐오하는 편이다. 그런데... 혐오한다는 것의 이면에는 바쁘고 쫓기듯 살아가는 오형일의 삶에 대한 연민이 담겨있다. 2년 전인가 언제나 무언가에 쫓겨사는 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내 삶은 왜 이모양일까,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적 있다. 나름 1년 동안 개인의 역사, 그래봤자 30년이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아주 우연한 어릴 적 기억 속에서 그 이유를 캐낼 수 있었다. 최근 내가 정신분석학과 프로이드와 융과 정혜신과 이무영에 열광하는 것, 내가 누군가의 뛰어난 이론과 실천보다 그 이면에 깔려 있는 누군가의 삶과 과거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나는 전태일 평전과 융의 자서전을 읽었고, 4월 들어서 맑스 평전을 읽고 있다. 왜 읽냐구?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끌렸고, 끌리는 대로 가방 속에 이 책들을 쑤셔 넣었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이 책들은 나의 바쁜 일상과 업무와 공부에 1%의 도움도 주지 않는 책들이다. 그런데 나는 지난 몇 주간 전태일과 융과 맑스 때문에 살아 숨쉬는 듯한 행복을 느꼈다. 이 말은 조금은 희극적인 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비극적인 말이기도 하다. 내 일상 속에 이 책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코딱지만큼의 시간이다. 회사에서는 TV와 시청률과 프로그램을 말하고, 학교에서는 통계와 정책과 사회와 미디어를 말한다. 이것만 해도 벅차고, 최근 몇 주는 벅찬 것을 넘어 머리고 폭파할 듯한 과부하 상태였다. 문제는 그 일상만을 가지고 나는 그리 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뭐라고 할까... 뭔가 열심히 뛰어가긴 가는데, 돌아보니 아무 것도 남지 않는 듯한 기분? 그 바쁘고 바쁜 일상이 어떤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푹 가라앉는 듯한 느낌?  뭐 그런 것이었다.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코딱지만큼의 시간이지만.... 우연에 이끌려 읽게 되고 보게 되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밥벌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위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스스로 끌려서 보게 되고 만나게 되고 경험하게 되는 어떤 것들 때문인 듯 싶다.

금요일 오전이다. 오래 쓸 시간 내겐 없다. 근데 하루를 시작하기 전... 오늘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한 삶의 전략은 뭔지.. 잠깐 생각하게 됐고, 그래서 그냥 주절주절 써봤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내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직장과 학교가 아니라, 그 사이 사이에 잠깐씩 걸터 앉아 있는 짬짬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에 읽어지고 보게되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이 제대로 설 때, 직장과 학교에서의 가치도 행복도 찾아낼 수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