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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3월 20일 (토) 담배의 벽

토요일 밤 9시 30분... 난 지금 이 시간에도 KBS 신관 7층에 앉아있다. 이번주 내내 개편안을 찍찍 긋고, 지운다고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 문자가 한 통 날라왔다. 
"오형일.. 너 담배 걸렸어."
명하한테서 온 강력한 메시지...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문자이지만, 나와 명하 의 싸움의 기억 속에서 담배는 가장 큰 화약고다. 이게 터지는 날이면, 그 후유증, 만만치 않다. 좋았던 일상은 사라져버리고, 무의식 저편에 가라앉아 있던 지난 상처와 불신과 아픔의 이미지들이 화산처럼 폭발해 수면 위로 올라온다. 젠장...  개편도 그렇고, 싸움도 그렇고, 역사도 그렇고, 진보한다기 보다는 돌고 돈다. 그래서 대충 감이 오는 법... 앞으로 당분간 난 집에서 쥐새끼처럼 지내야 한다.
후회가 물려왔다. 
"난 왜 담배를 끊지 못했을까? 난 왜 담배를 끊지 못하면서도 끊었다고 큰소리 뻥뻥 질러댔을까? 난 왜 담배를 끊는다고 큰소리 치고 서랍 속에 쌓인 라이터고 담배고 다 쓰레기통에 쳐 넣은 뒤, 얼마 못가서 다시 담배가게 아저씨를 찾아가는 것일까? 난 왜 명하 입에서 담배라는 말만 나오면 작은 아이가 되어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일까?"
명하는 담배가 아니라 거짓말에 화가 났고, 이 거짓말에 대한 "화"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하... 답답한 침묵이 온 집안을 감싸는 주말을 보내겠다. 참참참....
집에 들어 가기 전에 명심해야 하는 한 가지...
절대 변명하거나, 절대 억울하다고 이야기하지 말자..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 너무 많이 하면 그게 더 화를 부른다.  쩝!!! 
사랑은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어떤 사물, 시간, 공간에서 이런 장벽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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