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봄개편의 의미

주기적인 개편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실제로는 큰 틀의 판 바꾸기보다는 작은 수정과 반성이 좀 더 큰 진보를 일으키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철이 지나면 옷을 바꿔입듯 방송사는 봄이 되고, 가을이 되면 새로운 옷을 입기위한 이런저런 시도를 한다. 지금 나와 우리 팀은 봄 개편 준비로 혼이 빠져있다. 실은 개편 준비라 해서 거창한 무언가는 아니다. 그냥 끊임없이 개편안을 수정하고, 그러니깐 편성표를 이렇게도 그려보았다 저렇게도 그려보았다가, 그 수정안을 출력하고, 보고하고, 설득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솔직히 이 과정은 참 비효율적이고 비환경적이다. 이 과정에서 출력되고 버려지고 찢겨지는 종이들을 보면, 꼭 이런 방법밖에 없을까 그런 생각도 든다. 개편 준비 기간에 하루동안 인쇄되고, 복사되고, 쓰레기통에 쳐박히는 종이의 양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상상 그 이상이다. 오늘 아침만 하더라도 내 자리 옆에 위치한 쓰레기통은 찢겨진 종이 파편들로 북새통이다.

소위 개편 보고가 임박할 시점에 나는 소위 복사집 아저씨가 된 기분이거나, 출판 편집자가 된 기분이다. 게다가 이 작업은 철통 보안을 하도 강요하다보니, 출력하면 반드시 찢어내야 하고, 조금의 흔적도 남겨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비밀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알고싶은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알아내고야 만다.) 문득 A4종이로 가득 찬 쓰레기통을 보다 개편이 뭘까 생각해봤다. 뭔가를 새롭게 개편한다고 것, 그 결과로 가끔은 뭔가가 정리되고 개선되기도 하지만, 그가능성만큼 쓰레기만 쌓이고 혼란만 가중될 가능성도 크다.



마침 오늘 아침 김인규 사장이 어떤 강연에서 KBS 봄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한듯 싶다. 그 내용을 첨부하자면...

김인규 사장은 23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 3층 엘리제홀에 여의도 클럽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한국의 방송,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김 사장은 KBS가 어떤 방송철학으로 공영방송의 가치를 구현해야 하고,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사장 취임 후 첫 정기개편을 앞두고 "'9시 뉴스'의 방향이 변화될 것이다. 현재 '9시 뉴스'는 26개의 아이템을 보도한다. 너무 많다. 앞으로 '9시 뉴스'는 아이템 수를 줄이고 8개로 압축해 뉴스를 심층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또 방송 저널리즘의 애매 모호성을 감소시키기 위해 기자와 PD가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하겠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방송사의 큰 문제점은 기자 저널리즘과 PD 저널리즘을 분리한다는 점이다. 기자 저널리즘에서 강조하는 사실성 객관성 공정성과 PD 저널리즘에서 강조하는 이야기 구조의 적합성을 조화시킨다면 최고의 프로그램이 탄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적용해 김 사장은 "이번 개편에서 KBS는 PD 4명과 기자 4명, 총 8명이 TF팀을 구성에 회의 중이다. 이번 개편 때 '월드 와이드', '세계 탐구', '추적 60분', '와이드 코리아' 등에서 기자와 PD를 함께 구성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며 "올해 KBS 신입사원 역시 기자·PD 구분없이 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KBS는 공영 방송이다. 공정성을 확보하고 선정성을 배제할 것이다"이라며 "다음 달 개편 때 PD들은 선정적인 것을 배척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2010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