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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독서일기

돈의 경제학에서 살림의 경제학으로 강수돌 선생님의 을 읽었습니다. 경제학이 뭘까 생각해봅니다. 일상에서 경제란 “경쟁력”. “생산성”, “효율성” 등이 단어가 난무하는 세계입니다. Value for Money. 돈을 위한 가치에 전념하는 게 경제라는 것이죠. 사실 복잡한 수식어와 말도 안되는 가정으로 범벅이 된 경제학 책과 무관하게 현실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수익을 늘리고 비용을 줄여라. 수익을 늘리는 방법은 노동시간 연장, 새로운 기술 투입, 차별적 성과급제, 노동자 사이의 경쟁 강화, 새로운 시장 개척 등이 이야기되구요,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비용을 줄이게 되는데, 인원 감축, 해고, 정규직의 비정규직 대체, 임금 삭감, 노동 조합 억제, 다단한 하청 활용과 갑질, 관료적 조직.. 더보기
인생은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지난 한 달 동안 제 가방에는 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똑같은 아침이었습니다. 7시 10분, 용산을 빠져나와 노량진으로 연결되는 한강대교로 들어섭니다. 떠오르는 빨간 태양을 쳐다보고, 한강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리스본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강, 붉은 빛, 태양, 아침, 파란 하늘 그리고 리스본은 어떤 인연이 있는 걸까요? 가느다란 상상의 실. 지금 여기가 아닌 상상의 그곳이 새로운 삶의 장을 이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파스칼 메르시어의 는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문득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꽤 촘촘하게 천천히 읽어나갔습니다. 한 남자가 있습니다.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 스위스의 아름다운 마을 베른에 사는 고전문헌학 교사입니다. 책 읽기와 고전.. 더보기
140일여일만의 출근,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바람이 분다, 가라! 최근에 읽은 한강 소설의 제목입니다. 소설의 내용과 무관하게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 한강을 달리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너무 추워서 평상시 같으면 달릴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하루키의 를 읽으면, 그래 한 번 뛰어보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건 이 책이 달리기가 정말 건강에 좋은 거에요, 그런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래 나도 달리는 걸 좋아했었지.” 그런 추억을 소환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생활 초년병 시절, 저는 자주 저녁의 한강을 달리곤 했습니다. 저녁 7시즈음 회사 체육관에서 옷을 갈아 입은 후 여의도 공원과 한강 공원을 가로지르며 뛰고 뛰었던 것이지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10킬로미터를 뛰었던 것 같습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더보기
시간의 점,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 , , , 등등 요즘 여행기를 좀 자주 읽는 편입니다. 미세먼지가 잔뜩 낀 겨울 하늘을 마주하면서 삶에 있어 귀중한 요소, 그러니깐 아름다움, 호기심, 청명함, 순수함 이런 것을 현실보다 기행 문학, 에세이에서 찾는다고 할까요? 그 중 오늘 이야기할 책은 알랭드보통의 입니다. 알랜드보통은 일상적 풍경과 인문학을 아주 멋들어지게 엮어낼 줄 아는 작가입니다. 별 것 아닌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의 심리적 연원과 철학적, 미학적 뿌리를 찾아가는데 이만큼 탁월한 작가가 있을까, 그의 책을 보다보면 맛깔스럽고 풍부한 밥상 앞에 “참 대단한 놈이야” 감탄을 할 수밖에 없는데요. 은 제가 볼 때 알랭드보통의 작품 중에 그의 스타일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여행을 말하지만 여행기는 아니고,.. 더보기
일시적이고 과도적인 이야기, <먼 북소리> 새해 들어 다시 읽은 첫 번째 책은 무라카미하루키의 입니다.마음이 무거워질 때 저는 여행기를 쓰거나 여행과 관련한 에세이를 읽곤 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요, 하루키의 여행 산문집 는 마음에 짙은 황사가 머물고 있을 때 제격인 에세이집입니다. 황사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거리를 다니기 힘든 날, 한번 읽어보실래요?일단 들어가는 글이 참 솔직합니다. 하루키는 여행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나는 마흔 살이란 하나의 큰 전환점이어서 무엇인가를 선택하고 무엇인가를 뒤로 남겨두고 가는 때가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그런 탈바꿈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는 좋든 싫든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세월이란 앞으로만 나아가는 톱니바퀴라고 나는 막연히 그렇게 느끼고.. 더보기
경험되지 못한 것은 어떻게 될까? <리스본행 야간열차> 우리는 많은 경험 가운데 기껏해야 하나만 이야기한다. 그것조차도 우연히 이야기할 뿐, 그 경험이 지닌 세심함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침묵하고 있는 경험 가운데,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삶에 형태와 색채와 멜로디를 주는 경험들은 숨어 있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리가 영혼의 고고학자가 되어 이 보물로 눈을 돌리면, 이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알게 된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문득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월요일, 화요일 이틀동안 아침 일찌 회사에 와서 한장 한장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내 안에 경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 경험하지 못했지만 또다른 나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캐내.. 더보기
미셸푸코와 광기의 역사 사람들이 병들게 되는 것은 지나친 격렬함 때문이었다. 이제부터는 너무 많이 느끼기 때문에 병이 들고, 주위의 모든 존재와의 과도한 상관성으로 고통을 겪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내밀한 체질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세계의 표면에서 육체와 영혼을 자극하는 모든 것의 희생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때문에 사람들은 더 무구(無垢)하고 동시에 더 떳떳하지 못하다. 더 아픈 그만큼 더 심한 무의식 상태로 신경계의 흥분에 의해 이끌리므로 더 무구하지만, 이 세상에서 애착을 느낀 모든 것, 영위해 온 삶, 품었던 애정, 너무나 흐뭇한 마음으로 길러 온 정념과 상상력이 신경의 흥분상태 속에서 녹아 없어지게 되고 거기에서 자연스런 결과와 도덕적 징벌을 발견하므로 훨씬 더 떳떳하지 못하다. 삶 전체는 결국 이러한 신.. 더보기
5월 23일 쓸쓸한 동생에게. <지금도 쓸쓸하냐> 1.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것, 상처로부터 자유로운 것, 우리에게 그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2. 지난주 오랜만에 동생 집에 갔습니다. 동생이 넌지시 이런말을 전합니다. 나 요즘 이상해.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점점 더 기억은 또렷해져. 밤마다 병원에서 보내던 시간을 살고 있어. 사고가 났던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쳇바퀴처럼 돌아가. 잊어야지하면 더 기억하게 돼. 힘들어 아퍼. 난 이렇게 아픈데 그때 울었던 사람들이 다시 웃기 시작해. 여행도 다녀. 난 여전히 그 시간을 멤돌고 있는데... 3. 저도 그랬습니다. 한참동안 나무 근처에 가지 못했고, 한참동안 TV에서 중환자실이 나오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운 것 쉬운 일이 아닙니다. 4. 나는.. 더보기
조지오웰 <위건부두로 가는 길> 나는 노동자일까? 나는 노동자일까? 요즘 노동조합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그 뒤숭숭함 속에서 “나는 노동자인가?”라는 새삼스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지 않다. 요즘 조금은 짜증스러운 조합 분위기에 내 스스로 명확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른다. 쩝. 각설하고..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면, 계급적이고 역사적인 개념에서 노동자를 정의할 때, 내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프롤레타리아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나름 중산층 이상의 집안에서 크게 부족함 없이 자라온 가정환경, 사회적인 차원에서 받아온 엘리트 교육, 그리고 그 사회적 자본 아래에서 알게 모르게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의외로 내 주변에 자본가라고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꽤 있다) , 아무리 뜯어봐도 나를 노동자라고.. 더보기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질적인 바람이다. 고병권의 ‘민주주의론’은 샌델의 ‘정의론’이나 유시민의 ‘국가론’이 한국의 정치 지형에 어떤 균열을, 얼마만큼 냈는지, 그것의 파장과 한계를 알게 해준다. 그것은 또 2000년대 들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담론을 주도해온 최장집의 ‘민주주의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