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의 즐거움

스스로를 경계하는 삶의 조건 : 기운과 감정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수많은 공인들이 성희롱과 성폭력의 가해자였다는 것이 하루가 멀다하고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면면을 보면 인간이라는 것이, 남자라는 것이 얼마나 치졸하고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스스로를 경계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보통 두려운 것, 치졸한 것, 야만적인 것, 몰상식한 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겠죠. 그러나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그 모든 이야기가 곧 나의 과거이자 오늘이자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과 행동에 그런 찌질함과 폭력이 없었을까, 앞으로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이 드는 겁니다.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남성이라는 이유로 내가 알지 .. 더보기
아이를 구해야 할텐데. [광인일기] 외부의 바람에 의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변화를 대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트럼프, 아베, 김정은, 핵, 성폭력, 갑질, 가짜뉴스, 구조조정, 집값상승, 청년실업, 왕따, 미세먼지.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어떤 사건들이 몰고 오는 변화는 때론 폭력적이고 어쩌면 비루하기도 합니다. 방치하고 유예하고 책임을 미루다 곪은 상처가 터져 절뚝거리기도 합니다. 촛불혁명 후 마음은 기대와 희망으로 넘실대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잘못된 관성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 않습니다. “희망”, “기대”, “변화의 열망”이 넘실대는 공간에 있다 보면 오히려 적막과 공허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쩌면 그러한 이유.. 더보기
<아q정전>, 너희가 우리를 어떻게 혁명하겠다는 거냐? 루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아q정전을 떠올린텐데요. 루쉰의 두 번째 이야기는 바로 그 아a정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q정전]은 1921년에 베이징의 일간지 에 매주 1장씩 연재된 소설인데요, 당시 루쉰의 나이는 마흔, 그리고 사회적으로 보면 미몽에 그친, 처절하게 실패한 중국의 민주주의 혁명 신해혁명 10주년이 되던 해였습니다. 청춘에서 중년으로 가는 시간, 그리고 신해혁명 10주년, 왜 바로 이 시기에 루쉰은 [아q정전]을 썼을까요? 루쉰의 꿈이 있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시공의 변화요 혁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자기가 사는 땅에서 혁명은 늘 실패하는 겁니다.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 당시 가장 혁명에 가깝다고 생각한 국민당 정부는 실상 중국 역사상 가장.. 더보기
기운을 느끼다, 감기에 대처하는 자세 나의 병은 나의 모든 습성을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나에게 부여하였다. (니체, 이 사람을 보라)무지와 게으름은 환상의 커플이다. 살 만하다,는 게 늘 문제다. 웬만큼 살 만하면 인간은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고 얼마나 게으른가를 정직하게 볼 기회를 놓쳐 버린다. 그래서 아파야 비로소 보게 된다. (고미숙,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P. 5) 고미숙 선생님이 쓴 서문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마흔 줄에 들어선 초입, 그러니깐 30대에 비해 웬만큼 살 만하다고 스스로 느끼기 시작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어디서든지 강골이라고 우기던 저는 감기몸살에 시름시름 앓더니 그 겨울 내내 이불 속을 뒹굴었습니다. 왜 그런지도.. 더보기
삶과 화해하지 마라(루쉰을 읽다 1)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 루쉰의 《고향》 중에서 -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회를 기억하시나요? 미생이 살아남기 힘든 희망없는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거기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담긴 엔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루쉰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 즈음 부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회가 되면 루쉰에 대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관련하여 책도 보고, 세미나도 참여하고, 그러니깐 전 루쉰을 애정합니다. 에서 틈틈이 루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루쉰을 읽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부를 넘어 제게는 어떤 실존적.. 더보기
미디어 문화산업에 부르디외 적용하기 이상길(2006). 미디어와 문화산업 장이론의 맹점. 언론과 사회, 14권 4호, p 70~100. 1. 문제제기 1980년 영국의 미디어 정치경제학과 문화연구를 대표하는 학자 니콜라스 간햄과 레이몬드 윌리엄스는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틀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하나의 통합적 시각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10년 뒤, 간햄은 부르디외 이론에서 미디어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문화영역의 상업화가 진전된 지금의 현실이 부르디외식 접근의 심각한 한계를 드러낸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1997년 부르디외가 출간한 는 미디어 연구자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가져다 준다. 프랑스 매개학(mediologie)의 창시자 레지스 드브레는 그것을 두고, 인용표시 없.. 더보기
피에브 부르디외 장이론에 대하여 이상길 (2000). 문화생산과 지배 : 피에르 부르디외 장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언론과 사회, 9권 1호, p 7~46. 1. 부르디외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부르디외의 이론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다양한 수준들을 서로간에 연결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와 사회과정의 중심적인 차원들과도 연결시킬 수 있는 통합적 틀”속에서 ‘상징권력’의 행사를 통해 관철되는 지배양식을 해부하고 있다(Golding & Murdock, 1978). 이 글을 이러한 맥락에서 부르디외 사회학의 커뮤니케이셕학적 쓸모를 검토해보려는 목적을 지닌다. 부르디외는 인용되기보다는 이용되어야 마땅한 저자이다. 그런데 그가 제공하는 도구들을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의 작업이 지닌 문제의식, 장단점,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 더보기
사당동 재개발지역 현장연구에 문화연구자의 리뷰 (이기형, 2007) 이기형 · 임도경 (2007). 현장연구와 민속지학적 상상력을 재점화하기 - 조은과 조옥라의 사례를 매개로. 언론과 사회, 15권 4호, P 156~201. ▢ 주요 내용 1. 들어가기 “도시의 거주자들은 그가 어디에 있건 정복되는 자와 추방되는 자의 운명을 걷는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도시가 제시하는 유토피아의 환영을 따라 미래의 삶으로 채워진 현재의 공간을 차지한다. 지독히 불운한 사람들은 미래의 환영을 위해 파헤쳐지는 현실의 공간에 부유한다” (김진송, 2006) 이 연구의 목적은 참여관찰과 민속지학으로 수행된 이라는 저작을 사례로 삼아서, 문화연구가 현장연구와 만날 때의 쟁점과 이슈들을 예시적으로, 비판적으로 풀어가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2. 문화연구의 도시공간 분석과 : 현장으로 들어가기... 더보기
배삼룡에 대한 생애사 연구 (손병우, 2006) 손병우 (2006). 대중문화와 생애사 연구의 문제설정, 언론과 사회, 14권 2호, P 41~71. ▢ 주요 내용 1. 문제제기 대중문화는 기록되지 않는다. 체계적으로 기록되지 않았고 역사의 뒤편에서 잊혀진다. 알박스(Maurice Halbwachs, 1950/1980)는 기억이 끝나는 지점에서 역사가 시작된다고 했지만, 대중문화는 역사로 정립되지 못한 채 잊혀져 왔을 따름이다. 주변지대에서 잊혀지는 것이 당연시되던 대중문화가 언제부터인가 대중매체에 의해 재발굴되고, 대중들에게 재향유되기 시작했다. 특히 방송은 과거 자신이 생산하고, 잊혀졌던 프로그램들을 재활용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대중문화 그 자체에 대한 대중매체의 기억을 흥미의 자원으로 사용하는 것, 둘째, 대중매체의 기록성.. 더보기
담론분석과 정치경제학의 조우 가능성 (류웅재, 2010) 류웅재 (2010). 담론분석과 정치경제학의 조우 가능성에 대한 탐색적 연구. , 18권 4호, P 37~73. ▢ 주요 내용 1. 문제제기 담론분석은 텍스트를 특정한 맥락 내에서 두껍게 읽거나 장시간에 걸쳐 텍스트의 기원과 변화양상을 계보학적으로 기술하는 것일 뿐 아니라, 텍스트와는 일견 무관해 보이는 텍스트 바깥의 사회구조적 요인에 대한 분석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텍스트나 수용자의 미시적 범주를 넘어 거시적이고 구조적 층위에 대한 분석에 관심을 두는 정치경제학적 분석은 담론분석과 일정 정도 그 방법론이며 이론적인, 나아가 이념적인 지향점을 공유한다. 이 논문의 담론분석과 정치경제학이 맺는 유기적 관계를 밝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적 논의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