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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원한다구? 그럼 사기치지 말아요 <그리스 인 조르바 2> 어제 저녁 퇴근 길 한강을 걸어오면서 주변을 돌아봤습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음악을 들으며 조깅하는 친구, 돗자리를 펴고 친구들끼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미세먼지가 걷히며 조금씩 선명해지는 하늘, 엉금엄금 살포시 강변북로를 밟고 있는 차들, 한강을 흐르는 유람선, 녹음이 짙어진 나무들, 개망초, 노랑선씀바귀, 벌사상자, 벳지, 냉이꽃, 지칭개, 노랑꽃창포, 민들레, 애기똥풀, 인동덩굴 등등 수많은 이름 모를 야생화들. 제게 여전히 이 모든 것들은 스쳐가는 풍경에 불과하지만 조르바는 다릅니다. 조르바는 울타리 곁을 지나다 갓 핀 수선화 한 송이를 꺾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그 꽃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이, 수선화를 생전 처음으로 보는 사람처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 더보기
두려움과 놀라움 사이,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Bahn) 눈을 떴다. 새 소리가 들린다. 주변은 고요하다. 창문 밖으로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진 산야와 들판과 하늘이 자리하고 있다. 해는 언제 지고 언제 뜬 것일까? 인간이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해는 졌고 다시 떴다. 그렇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한참을 가만히 누워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새소리와 함께 창문 밖에서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 여행은 몸을 변화시킨다. 시간과 공간이 변하면서 나타나는 신기한 현상이다. 테라스로 나가 마테호른을 마주한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사이에 우뚝 솟아오른 대지의 여신은 “굿모닝”하며 씩씩하게 아침 인사를 건낸다. 오늘 우리는 이 친구에게 좀 더 가까이 갈 예정이다. 아침으로 치즈와 빵과 요플레를 먹는다. 마테호른을 마주한 테라스에서 춤을 추고 싶다는 생.. 더보기
내 사랑하는 친구 조르바 (1) 과거에는 이런 저런 책들을 마구 마구 읽어내는 것에 대한 어떤 갈망이나 조급이 있었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드는 것처럼 읽는 것에도 이런 허기가 있었던 거죠. 어느 날 거실에서 여기저기 무질서에게 자리 잡은 책들을 바라보다 이제 왠만하면 책을 그만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자는 마음을 먹었다네요. 천천히, 오래오래. 그렇게 지난 한 달 제 가방에는 카잔스키의 [그리스 인 조르바]가 있었습니다. 조르바를 처음 만났을 때 그건 충격이었습니다. 너무 마초적이야. 누군가는 조르바의 야수성과 마초적인 목소리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게 조르바는 한결같은 사랑입니다. 일상이 무력해질 때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하하하 일상에 새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