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 두려움이 올바름을 빼앗아가고 있어요~ 제주도가 예멘에서 온 난민들의 이야기로 시끄럽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섞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제주도 여행을 가지 못할 것 같아요.”“여성에 대해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우리 땅에 살게 할 수 있어요?”“내 아이들에게 위험한 나라를 전하고 싶은가요?”멀리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입니다. 이 목소리에 대해 뭐라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본능적인 두려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 외모, 문화, 종교 너무도 낯선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제 마음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다원성을 말이 아니라 현실에서 품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나와 다른 낯선 것을 품어내는 용기와 담대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라는 작은 땅.. 더보기 저 마을에 언제쯤 도착할까? 리펠알프에서 체르마트로 얼마나 걸었을까? 이정표에 쓰여져 있던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겨 우리는 리펠알프(Riffelalp)에 도착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리펠알프리조트에 도착했다. 리조트 앞 카페 바스코(Basco)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보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이 보는 책은 왠지 세상과 두뼘쯤 떨어진 이야기일 듯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파란 하늘, 흰 설산을 향해 넓게 펼쳐진 노란 우산에 앉아 퐁듀를 시킨다. 부글부글 끓는 노란 치즈탕에 식빵을 데쳐 먹는 퐁듀는 예상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던 것처럼 짜기만 했다. 그래도 지나온 길을 떠올려보면 이 정도 짠 퐁듀야 참을만 했다. 너무 짜 표정이 일그러질 때면 맥주 한 잔으로 위안을 삼는다. 짠 치즈와 시원한 맥주가 들어가면서 그녀의 공.. 더보기 무엇이지 않기 위해... "소년이 온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습니다. “난 이 책이 영 마음에 안 들어. 인물도 상투적이고, 사건도 새로울 게 없고, 문학적으로 새로운 뭐가 없어.” 이 책을 다시 본 것은 점심을 먹던 한 선배의 목소리 때문이었습니다.정말 그래? 난 그렇게 안 느꼈었는데... 그래서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인간에 대해 새삼스러운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지게 합니다. 인간은 정말 숭고한 존재일까? 인간은 정말 아름다운 존재일까? 그 질문이 상투적이고, 1980년 광주라는 공간이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한강의 이야기에는 매서움이 있습니다. 존엄, 자유, 사랑. 인간이라면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무너지는 조건에서 인간이 어떤 모습이 되는지, 숭고한 가치들이 얼마나 쉽게 좌절되는지, 한강의 문장은 날카롭.. 더보기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