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않았던 여정, 로잔으로 가는 길 아침이 밝았다. 새벽 6시 눈을 떠 테라스에 앉아 홀로 책을 본다. 그녀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다. 체르마트의 아침, 아름다운 풍경이다. 시원한 공기, 청명한 하늘, 지저귀는 새소리, 이를 풍경으로 나는 금년에 출판하게 될 원고의 초안을 읽는다. 넓은 베란다, 시원한 테라스, 그리고 아침의 마테호른. 조용하고 굉장히 멋지다. 어제 새벽 한 무리의 청년 여행객들이 새벽 늦게까지 이 조용한 공간에서 시끄러운 음악과 고함을 지르며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풍경을 자아냈던 것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새벽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일당의 무리들이 잠의 세계로 퇴장하자 새벽 6시 체르마트에 남아 있는 것은 침묵과 고요,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바람 소리, 새 소리뿐이다. 이 고요함이 마음에 든다. 그녀는 눈을 뜨자 창문을.. 더보기 잊고 싶지 않은 [주문을 잊은 음식점] 금년에 방송된 여러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이 남은 프로그램이 뭘까? 개인적으로 최고의 프로그램은 [나의 아저씨]였습니다. 언젠가 [나의 아저씨]를 복기할 시간이 있겠지만, 우리 시대의 그늘진 공간의 정서와 이야기를 이토록 따뜻하게 풀어낸 드라마는 앞으로도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아요. 픽션 영역에서 최고가 [나의 아저씨]였다면, 논픽션 영역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은 지난주 종영한 [KBS스페셜 주문을 잊은 음식점 2부작]이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거에요.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이 “영업종료”가 된 식당 곳곳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장면에서 정말 예기치 않게 눈물이 흐르더니 도대체 멈추지는 않는 거예요. 언젠가 어떤 독서모임에서 “노년”에 대한 책을 함께 읽었는데, 이.. 더보기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네.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를 봤습니다. 너무 친근해서 눈에 띄지 않는 동네 보물창고(이발소, 슈퍼, 방앗간 등)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취를 김영철의 발걸음과 따뜻한 목소리로 이끌어 냅니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행복했어요. 어릴 적 슈퍼 아저씨, 이발소 아저씨, 우동집 아주머니, 방앗간 할머니가 떠올랐고, 동네에서 함께 소독차를 쫓아가던 친구들이 떠오르는 거에요. 일을 끝내고 멍하니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식당 할머니를 카메라가 길게 잡을 때는 갑자기 눈물이 나기도 했어요. 어느새 할머니가 된 엄마가 생각나기도 했고, 이모가 보고 싶기도 하고. 참 묘한 기분이었어요. 요즘 KBS에서 이런저런 좋은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는데,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최근 본 프로그램 중 가장 제 마음을 흔들었어요.. 더보기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