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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21일 개편 1. 내 안의 의식의 개편. 필요한 건 이거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말은 인간을 설명하는 가장 허구적인 문장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말을 껴안을 때 나는 “내”가 될 수 있다. 생각할 것, 의심할 것, 상상할 것, 사유할 것, 반성할 것, 통찰할 것, 그리고 기존의 묵은 습관을 떠나 보내고, 새로운 나를 실험할 것. 오늘부터 해야 할 일이다. 오늘은 매제 49제. 잘 보내고, 그럼으로써 과거의 나와 결별할 때다. 안녕. 고마웠다. 2. 공간, 사물, 사람 새로운 나를 위해 중요한 것 세 가지. 첫째 공간, 둘째 사물과 사람 공간이란 형체가 희미한 것이다. 이 공간이 형체를 이루는 것은 필히 사람과 사물에 의존한 후다. 눈으로 보면 형체 가운데 뚜렷한 것을 보고, 지혜로서 보면 희미한 .. 더보기
10월 12일. 애도의 시간 번쩍 눈이 떠졌다. 시계는 새벽 4시를 향하고 있다. 이 시간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또렷한 의식이 당황스럽다. 왜일까? 한 달 넘게 매일같이 중환자실 주변을 서성이다 어제 처음으로 그 서성거림을 멈췄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상황이 변해서 돌아온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상황을 주의깊게 바라보던 나의 시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미도의 의식은 여전히 이 세상을 응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한 달 넘게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그를 응시하던 나의 시선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회수당한 것이다. 그리고 맞이한 첫 새벽 4시, 지금 이 시간에 나의 의식을 깨운 것은 무엇일까? 오랜만에 누워본 나의 침대가 어색해서? 그건 이유가 아니다. 새우잠을 자야 하는 중환자실 보호자 대기실에서도 새벽에 잠을 깨.. 더보기
9월 1일. 이유를 찾는 무력함 난 이유를 중요시한다. 어떤 삶에도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힘들고 아픈 상황이 닥치러라도 자기 담론, 자기 이유를 꽤 건강하게 잘 만든다.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야.. 이런 생각은 많은 부분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에 기대고 있는 듯 싶지만 사실 종교적인 느낌, 색채가 짙게 묻어 있다. 그리고 이런 맹목적인 종교적 믿음은 상당부분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가령 부부싸움이 극에 달해 이별을 생각할 만큼 괴로웠던 시간, 그리고 회사로부터 해고통지를 받고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다니던 시간은 돌이켜 생각하면, 나의 가정과 일과 공부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던 커다란 매듭이었다. 그런데 지금 난 이유를 찾는 나의 모습에 조금은 분노를 느낀다. 누군가 죽음과 싸우는 이 상황에서 “여기에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