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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스쿨/뉴스 놀이터

최저임금 뒤에 서있는 문제들, 시사기획창


시사기획 창 [최저임금은 정의로운가]를 봤습니다. “살아있네!” 공영방송에서 만든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입니다. 홍사훈 기자가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하청업체를 착취하는 대기업, 동네 자영업자를 구석으로 모는 건물주, 통신사를 찾아다니는데 그 기세가 정말 놀랍습니다. 마치 거대 권력과 맞짱뜨는 홍콩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단지 맞짱만 뜨는 게 아닙니다. 꼼꼼하게 제도와 법률들을 검토하고 전문가들을 취재하면서 대안도 제시하는데, 이게 허탈하지 않고, 고개 끄덕이게 만듭니다.

 

이 프로그램은 대략 이런 고민으로 시작합니다.

최저임금 인상, 이건 새로운 정책 실험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불법과 꼼수와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왜 그럴까? 최저임금을 받는 쪽은 물론이고 주는 쪽 역시 경제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줘야하는 사람은 대기업 하청업체 사장님들, 동네 빵집, 족발집 자영업체 사장님들이다. 그런데 이들 상황이 녹록치 않는 정말 이상한 경제구조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번 현장으로 들어가보자.”

 

먼저 찾아간 곳은 대기업 하청업체들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은 업체, 계약서 상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 상승을 막은 업체들의 이야기가 비엔나처럼 쏟아집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악덕 고용주일까요? No. 이들에게도 사연이 있습니다. 하청을 주는 대기업에서 나몰라라하는 겁니다. 지난 10년간 대기업들은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우리도 어렵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원가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임금이든 자재 원가든 단가를 낮춰라. 그러지 않으면 공급선을 재검토하고 향후 비즈니스에서 제외될 것이다.” 이런 갑질을 하는 겁니다. “이러면 저희 너무 어렵습니다.” 하청업체들의 하소연은 대기업의 관심 밖입니다. 원자재 비용이 얼마가 들고, 인건비가 얼마나 들고 이런 견적서도 하청업체가 아니라 대기업이 만들어 여기에 맞추든가, 나가든가이런다고 하니, 참참참.

 

그래서 살림 좀 나아지셨나요? 삼성전자 최고 영업이익률  경신 경신은 그렇게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10.9%, 반면 1차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을 3.2% 3.4배 차이입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마찬가지.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은 9.1%. 그런데 1차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은 3.3%. 그나마 이건 1차 협력업체의 이야기지, 2, 3차 협렵업체의 이익률은 1%도 안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업이익률의 격차가 고스란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지요. 현대, 기아차 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9700만원, 이에 반해 1차 협력업체의 평균 임금은 4800만원, 2차 협력업체의 평균 임금은 2800만원, 비정규직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2,200만원.

 

이 정도되면 사실 너무도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지요?

대기업 제품들이 잘 팔리는 이유가 본사직원만이 잘해서 그런가요? 아니죠. 협력업체가 같이 만들어낸 결과죠. 근데 임금은 차이가 나도 너무 많이 납니다. 대기업의 이윤율이 과도하게 높은 이유는 중소기업과 나누어야 하는 이윤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죠.”

 

홍사훈 기자의 이 멘트는 핵심을 찌릅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사장이 꼭 전해달라는 말을 이렇게 전합니다.

최저임금 반대하지 않는다. 자식이랑 마찬가진데 월급 일부러 적게 주려는 사장이 어디있냐?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현실이 정글인데, 이 정글을 공정하게 만든 다음에 최저임금 정하는 게 순서 아니겠냐, 이 말이었습니다.”

 

고개를 아니 끄덕일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홍사훈 기자가 찾은 곳은 서촌의 족발집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서촌 마을의 동네들이 카메라에 담깁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2009년 돈을 모아 족발집을 연 부부가 있습니다. 그러나 6년 반 만에 쫓겨날 위기에 처합니다. 건물주가 바뀐 겁니다. 바뀐 건물주는 월세를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합니다. 싫으면 나가든가

임대차보호법은 왜 이런 횡포를 규제하지 못하는 걸까요? 법안을 보면 매년 임대료를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되어 있지만, 보호의 기간은 단 5. 5년이 넘으면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죠. 당연히 임차인은 소송에서 지고, 건물주는 인터뷰에서 당당하게 이런 말을 남깁니다.

제가 정한 가격이 정당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임대가격은 임대인이 정하는 거죠. 그 가격이 부당하다 생각하면 자기 능력에 못 미치면 다른 데에서 장사하는 거죠. 그게 자본주의죠”

맞습니다. 자본주의. 그러나 수식어가 붙어야 합니다. 천박한 자본주의. 

지금 국회에는 임차인들이 보호 받을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네요. 이 역시 천박하기 그지 얺습니다. ...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동네 빵집인데요. 여기서 홍사훈 기자가 취재한 것은 대기업 마트(0.73%)보다 훨씬 높은 카드 수수료(2.45%), 통신사 할인 마케팅 비용을 일방적으로 영세상인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 인데요. 한마디로 동네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 아니라 거대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 떠넘기기, 대형 카드사의 불공정하고 과도한 수수료 등 대기업의 횡포 때문이라는 건데요.. 

 

휴~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홍사운 기자는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 박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나라 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으로 풀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그러면서 제안하는 것이 최저임금위원회를 임금위원회로 개편하면서 그것의 권한을 강화하자는 건데요. 전체적으로 대기업 중소기업의 적정 격차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원청하청 납품단가, 상가임대료, 카드수수료, 프랜차이즈 계약 등등 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임금위원회가 조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임금 문제는 노동문제를 넘어 경제의 총체적 문제라는 것이지요.

 

시장은 조정능력을 잃었습니다.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누군가 나서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경제 민주화를 위하여 규제와 조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모두에게 정의로운 최저임금이 되는 길! 문제는 최저임금 뒤에 서 있습니다. 그 성패는 국가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 여기에 달려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엔딩 멘트가 인상적입니다정말 국가의 의지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사실 최저임금에 대해 이렇게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 많은 질문과 고민을 던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사기획 창]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번 아이템은 언론이, 공영방송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보여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밤입니다. 아직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시사기획창] 최저임금은 정의로운가.  (2018년, 4월 24일, 밤 10시, K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