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탐정] 상처받은 자들의 이야기, 호러와 탐정의 콜라보.

 

[오늘의 탐정]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미니시리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호러가 더해진 탐정물이거든요. 1~2회 이야기는 대단히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오늘의 탐정>의 시작은 흥신소가 아니라 탐정이라고 주장하는 이다일(최다니엘)이 실종된 아이 세 명을 찾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범인은 어린이집 선생님 찬미(미람)인데요. 이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이 정도 수준이 아니구요. 찬미를 뒤에서 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보이는 손이 있는 겁니다. 창백한 표정과 빨간 원피스를 입고 나온 선우혜(이지아)가 그 “손”인데요. 탐정 이다일은 어린이집 지하에서 아이 둘을 구하지만 정작 이 사건을 의뢰한 아버지의 아이를 찾으려다 누군가 휘두른 망치에 쓰러지고, 비오는 새벽 땅에 파묻힙니다. 1~2회의 끝은 그 땅에서 기어 나오는 이다일의 모습으로 마무리되는데요.

 

3~4회는 이다일의 과거사부터 정말 깜짝 놀랄만한 엔딩까지 이제껏 미니시리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휘몰아칩니다. 우선 5년 전 군인 비밀누설죄로 구속되고 파면 처분을 받았던 이다일의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이는 사고사 처리된 김일병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것과 이에 얽힌 군대 내 잔혹행위 및 군 간부의 비리를 이다일이 홀로 파헤친 후 폭로한 내부자 고발 사건이었습니다.

 

이어 이다일의 탐정 조수역을 맡은 여울(박은빈 분)과 함께 그녀의 동생 이랑(채지안 분)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모습이 숨가쁘게 이어지는데요. 우선 청각 장애를 가진 동생 이랑이 자신이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벌건 대낮에 목을 긋는 장면이 가히 충격적입니다. 이랑의 표정은 정말 “난 죽고 싶지 않은데, 보이지 않는 손(이지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리는데, 연출이 기막힙니다. 동생은 죽으면서 수화로 언니 여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언니 도망쳐. 저 여자 보지마. 아무 말도 듣지마.”

 

그러나 어디 우리의 드라마 주인공들이 도망치기만 하겠습니까? 오히려 이야기는 돌격 앞으로! 할 때야 빚어지는 것이죠. 여울은 동생의 죽음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어퓨굿맨 탐정 사무실에 위장취업을 하고 탐정 다일을 도와 사건의 전말을 캐기 시작하는데요. 다일은 죽은 이랑의 휴대폰으로 사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문자를 보내고, 같은 시간 문자를 받은 사람 중 두 사람이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녀를 왕따시키던 알바 웨이터, 그리고 그녀가 청각장애임을 숨기고 취업한 것을 알고 추근대던 매니저.

 

매니저가 문자를 받은 시간은 아들을 데리고 운전 중일 때였습니다.이 씬이 압권입니다. 문자가 전달된 후 옆에 있던 아들이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아빠 그 누나 왜 죽였어? 아빠네 가게 그 예쁜 누나 아빠가 죽인 거잖아” 아버지는 공포에 휩싸이고 차는 전복됩니다. 매니저의 사고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사고차량의 블랙 박스에서 빨간 옷의 여자, 이지아가 찍혔음을 확인하고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매니저는 보이지 않는 손, 이지아에게 조정되어 병원을 나가 레스토랑 옥상으로 향하고 투신하려 합니다. 이를 목격한 다일과 여울. 먼저 손을 뻗은 것은 다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일의 손은 매니저의 몸을 그대로 통과합니다. 정작 투신을 막은 것은 여울. 당황해하는 다일을 보며 여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다일씨는 저 사람 못 잡잖아요 죽었으니까”

3~4회 엔딩은 이렇게 끝납니다. 놀랍고 소름 돋는 반전이었는데요, 이게 화면으로 보면 더 기막힙니다.

 

주절주절 [오늘의 탐정] 1~4회를 복기해본 것은 이 드라마가 창작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꽤 괜찮은 레퍼런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오늘의 탐정] 기획의도에는 이런 말이 쓰여져 있습니다.

 

“혐오와 분노가 넘쳐나는 시대. “저게 사람이야?” 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다. 비인간적인 잔혹 범죄가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사회. 불특정 다수 모두를 두렵게 만드는 사회. 그리고 15년 연속 1위를 기록하는 자살률. 그런데, 그게 정말 사람이 한 일이 아니라면? 사람이 자유 의지로 범죄를 저지르거나 자살한 것이 아니라, 원한을 가진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거라면? 이 드라마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해결해 나아갈 한국판 ‘고스트 버스터즈’ 공식적으로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사립탐정과 법망을 피하는 일에는 자기가 딱이라는 겁 없는 여자 조수. 누구의 주목도 인정도 받지 못하는 이 두 사람의 여정을 각자의 사정을 가진 개성 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이 도울 것이다. ‘귀신’의 무기가 원한, 혹은 분노였다면, 이에 맞서는 이들의 무기는 ‘사랑’일 것이다. 그 희로애락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성장의 이야기가 ‘분노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눈부신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상처 때문에 강해지고 상처 때문에 사랑하고 정의롭고자 하는 자들과 상처 때문에 누군가를 죽이고 혐오하고 분노하는 자들과의 싸움. 인간과 인간, 고스트와 고스트, 인간과 고스트의 싸움. 자 이 싸움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까요?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