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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2일 금요일 두 개의 세계 운명은 항상 나보다 많은 것을 아는 것 같다. 딱 6개월만에 KBS로 복귀했다. 복귀 후 또다른 일상이 시작되었다. 마치 시간이 내가 해고된 2009년 7월 18일에서 복직한 2010년 2월 4일로 훌쩍 뛰어버린 느낌이다. 복직 첫 날, 팀장님이 자신의 자리에 6개월동안 고히 간직해 놓았다는 내 컴퓨터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은 후, 컴퓨터를 켰더니 놀랍게도 모든 것이 똑같았다. 6개월전과 말이다. 단지 6개월의 여백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탕화면에 임시라는 폴더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안에 팀장님이 6개월 동안 손수 작업해 놓은 자료들이 쌓여있는 것 뿐이었다. 그랬다. 자리도 똑같고, 컴퓨터도 똑같고, 사람들도 거의 변화 없고, 그렇게 다시 KBS에서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 더보기
1월 19일(화) 사랑은 엄청나게 시끄럽게... [엄청나게 시끄럽고 및을 수 없게 가까운] 가끔 꿈을 꾸다 훌쩍 거리는 경우가 있다. 사랑하는 그녀가 죽거나, 그놈이 죽거나... 영락없이 이런 꿈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울다 잠이 깬다. 그리고 죽음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묘한 안도감에 사로잡혀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이렇게 중얼거린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꿈이었군요.’ 그리고 다시 잠이 들고, 다시 죽음을 잊는다. 죽음. 누구나 피해갈 수 없지만, 아무도 인정하기 싫은 것.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지만 우리는 그 상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하는 친구가 죽게 된다는 것. 이것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현실을 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 그럼으로서 개인의 역사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후회하거나, 통곡하거나... 그.. 더보기
1월 15일 (금) 쓸쓸함 머리가 지끈거릴때는 조깅만큼 좋은 운동은 내게 없다. 오랜만에 꽤 오랜 시간을, 꽤 긴 거리를 뛰었다. 어두웠고, 바람은 차가웠고, 길가에 쌓인 눈은 꽁꽁 언 상황이었다. 내복 위에 츄리닝을 입고, 그 위에 오리털 잠바를 껴입고, 털장갑을 낀 채, 난 어둠을 밟고, 눈을 밟고, 바람을 헤치며 한적한 홍제천 주변을 뛰는 듯 걷는 듯 했다. "왜 삶이 쓸쓸할까? 왜 삶이 무력할까?" 2010년 1월 갑작스럽게 찾아온 쓸쓸함과 무력함이 당황스럽다. 당황스럽지만 왜라는 질문은 뭔가 어울리지 않다. 그런 질문조차 하기 싫은 것이 쓸쓸함과 무력함이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씩씩하게 지냈던 듯 싶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난 더 씩씩했었던 것 같다. 씩씩해야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위기가 기회라는 상투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