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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12일 TV와 감정의 표현 감정을 가진다는 것이 본능적이고 생물학적인 것이라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사회적이면서도 문학적인 것이다. 얼마나 나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가는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데, 그리고 개인의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워나가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은 많은 부분 내 감정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스스로의 감정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서, 타자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TV라는 매체, 더 나아가 인터넷이라는 매체는 원론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면서, 감정 표현을 통해 타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TV는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이번 개편에 신설되는 프로그램의 기획안을 훑어.. 더보기
2011년 5월 11일 수요일 약간의 여유를 위한 조건 온종일 비가 내리던 날, 나는 습하고 어둔 구석진 방에서 책의 잔뿌리 하나도 놓치지 않을 마음으로 책을 읽고, 이파리 끝에서 채 발음되지 않고 떨어지는 생각을 남김없이 받아낼 기세로 부암동 골목길을 걸었다. 사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고, 길을 걸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공부방의 깜박거리는 전등을 이제는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조금은 귀찮고.. 꾸벅꾸벅 졸면서도 데드라인때문에 책을 부등켜 있을 수밖에 없는 내가 안쓰럽고.. 막상 구석진 방에서 나와 부암동길에 들어서자.. 어느 커피숍이 괜찮을까, (가격은 비싸지 않을까?) 부암동에 집을 지으면 어떨까, 정말 집을 지어볼까? 그렇다면 (평당 가격은 얼마일까?) 불법주차한 차는 잘 있을까. 기름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 쓸데없는 생각으로 이파리.. 더보기
2011년 5월 9일 인스턴트 일상과 작은 꿈 어쩌다 나의 과거를 들춰 볼 때가 있다. 지금이 그 시점. 방송사에 들어온 게 2005년, 나간 게 2009년, 다시 들어온 게 2010년, 그리고 지금은 2011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 시간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철마다 돌아오는 개편, 이제는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이야기, 부장님은 이런 나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넌 자판기야. 누르면 바로 나오거든. 이게 좋은 말일까? 이 칭찬이 아프다. 난 어느새 자판기가 되 버린 거다. 싸구려 커피가 자판기 사이로 줄줄 흐른다. 영양가 없는 인스턴트 커피. 이 커피가 한때는 꿈이었던 이 공간의 리얼 현실이다. 며칠전 이대 친구들이 인터뷰를 한답시고 울 팀에 방문했다. 부장님은 급한 회의가 있다고 도망가고, 남은 나와 몇몇 선배들이 인터뷰를 대신했다.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