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열망, 누구도 이 흔적을 지우지 마라. 몽트뢰로 가는 길 짹깍짹깍.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레만호수의 오후는 조용하다. Silence. 짹깍짹깍, 낮게 나는 새의 조그마한 지저귐 이외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 이 고요함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짹깍짹깍 마음의 시계 정도다. 이제 움직여야 하는데... 몸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오후의 태양 때문도 고요함 때문도 아니다. 내가 내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왔다는 감각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오후 나는 내 자신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조금 더 이동하려 한다. 무엇이 나일까? 이 고요함이 나일까? 분주함이 나일까? 어느 쪽이라도 좋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오후 4시, 나와 그녀는 몽트뢰 시옹성으로 향하는 유람선을 탄다. 뱃고동소리와 함께 유람선이 출발한다. 바람이 시원하다. 유람선은 사포린(st.. 더보기 [제국의 구조] 3부 제국을 나의 것으로 삼는다는 것 가리타니 고진의 세 번째 이야기. 1~2장에서 고진은 정주혁명과 맞물려 등장한 호수제에 대한 설명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합니다. 개인적으로 증여, 호수제, 상호성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게 따뜻하고 휴머니즘이 짙게 묻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가능한 자가 일상에서 강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역사에서 호수제는 어떻게 퇴장했을까요? 증여의 역사는 어느 시대에 종말을 선언한 것일까요? 정말 그것은 사라진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 먼저 호수제가 어떻게 시스템화되었는지를 잠깐 복기해보겠습니다. 인류의 정주화의 더불어 자유의 상호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어딘가에 머물게 되면서 축적이 시작되고, 축적에 의해 생겨나는 계급, 권력, 국가의 탄생이 예고됩니다. 그러면서 상실되는 것은 자유였.. 더보기 [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나는 이제 어디로 가려는 걸까? 하루키의 이야기들을 좋아합니다. 그가 만들어낸 주인공들은 대부분 이런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려는 걸까. 근본적으로 나는 대체 누구인가?”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삶이 우울할 때, 쓸쓸할 때, 외로울 때 아파트 옥상에서 가끔씩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 저도 모르게 하루키의 소설을 다시 보게 되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늘 읽은 책은 . 누군가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나름 초상화 시장에서는 평판이 좋은 친구입니다. “나중에 커서 초상화를 그릴거야!” 그렇게 시작한 일은 아닙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먹고 살기 위해 맡은 일들을 해치워 가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붓을 가지고 캔버스 앞에 앉.. 더보기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