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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미디어 놀이터

TV의 시대가 끝났다고? 지난 주말에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언론학회 봄철 정기학술대회가 있었는데요, 토론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해운대 바닷바람도 쐴 겸 오랜만에 부산을 갔습니다. 제가 토론을 하게 된 세션의 주제는 .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죠. 근데 발표는 재미있게 들었어요. 이 날 발표를 들으면서 느낀 점이 좀 있는데, 새로운 것, 있어 보이는 것, 멋져 보이는 것, 트렌드에 경도되는 걸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그날 발표문에 쓴 말을 그대로 옮겨보면, “크로스플랫폼 환경, 모바일 전략 등을 논할 때 좀 조심해야 하는 게 TV는 올드미디어고 모바일은 뉴미디어다. 올드는 고루하고 뉴는 스마트하다. 그래서 연구도 뉴미디어에서 해야 하고, 콘텐츠도 뉴미디어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전 이 무의식적인 경계.. 더보기
셀럽PD, 나물캐는 아저씨에서 건져야 할 것 지난 주, 이번 주 금요일 KBS에서는 두 개의 파일럿 프로그램이 방영되었습니다. 하나는 라는 교양프로덕션에서 만든 프로그램이었고 또 하나는 라고 몬스터유니온에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시청률은 둘 다 사이좋게 2%대, 시청자수는 사이좋게 40~50만명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수가 5,000만명 정도 되니 100명 중 1명 정도가 이 프로그램을 본 겁니다. 사실 제작자 입장에서는 힘이 빠지는 결과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요즘에 누가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해서 봐?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여기저기 플랫폼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될 잠재 시청자를 아무리 높게 잡아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KBS 예능 프로그램은 요상하게도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이 두 프로그램.. 더보기
홍천 동면교회와 서로살림 지난 토요일 홍천 동면교회를 다녀왔습니다. 박순웅 목사님은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좋아하는 목사님입니다. 평소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고, 그만큼 많은 시간을 읽고 쓰는데 할애하려 애쓰지만(그렇다고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럴수록 고민이 커지기도 합니다. 점점 더 나는 글과 삶 사이에 거리가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과 실천 사이의 간극이 점점 멀어지는 괴물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이 들 때 박순웅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골의 작은 교회, 거무스레하게 탄 얼굴에 “하하하” 호탕하고 쾌할한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삶을 마주하다보면 교회 안과 밖, 글 안과 밖, 생각 안과 밖이 어떻게 자유롭게 만나고 일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삶이 얼마나 당당하고 호탕한지를 그냥 단박에 느끼.. 더보기
KBS 후보 정책 발표회 시청 후기 : 시민자문단의 승리 시민자문단이 KBS의 사장을 뽑는 날. 반나절 내내 나는 그 현장을 울 회사 홈페이지에서 구경했다. 공론조사가 진행되는 방식을 약간이나마 구경했다는 것,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고, 나름의 합의된 질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양승동 PD는 세월호 추모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왔다. 10년 전 회사로부터 받은 파면 징계 통보고서를 스크린에 띄우며 발표를 시작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에서 뭔가 찡했다. 몰랐던 것도 아니고, 일종의 전략이기도 했겠지만, 뭐라고 할까, 이것만으로도 앞으로 KBS가 나갈 방향을 선언한 듯 싶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배제되지 않게 하는 것, 반대로 평범한 일상인들을 투사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 그리고 이.. 더보기
우리라는 말을 경계함 아침 7시 즈음에 저는 회사 근처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닙니다. 음악이 들립니다. 커피향이 공간을 채웁니다. 커피내리는 소리, 사람들의 대화소리, 그리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어제 어느 회의석상에서 잠깐의 소란이 있었습니다. 변화는 불편합니다. 관행을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왜 당신은 아직도 그렇게밖에 생각 못하는 거야? 이런 질문이 아닙니다. 내 안에서 어떤 결정을 할 때 자꾸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마주하는 겁니다. 그래 어차피 불편하니깐, 모두가 원하는 방식대로 하자. 여기서 모두는 내가 '우리’라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때론 “우리” 밖 타자에 대한 부당한 지시, 요구,.. 더보기
시트콤협동조합, 그 새끼를 죽이기 전에 해야 하는 일. 어느 날 페이스북을 눈팅하다 시트콤 협동조합이라는 흥미로운 공간을 만났습니다. 시트콤을 만드는 창작집단의 느슨한 커뮤니티? 언젠가 한 번 구경해 봐야겠다하고 저장해두었는데 무슨 인연인지 어느 날 대학 동기로부터 간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영화도 만들고, 시트콤도 만들고, 웹드라마도 만들고, 방송 출연도 하고, 전 방위로 대중문화 장을 넘나드는 놈인데 시트콤 협동조합을 추천하는 겁니다. 고래? 한 번 봐야겠다, 해서 오늘 오전에 그 공간에 넌지시 들어갔는데요 ‘본격 노조 말하기 시트콤’이라는 생경한 카피가 걸려 있는 .아마도 이게 시트콤 협동조합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굳이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 이유는 없겠죠. 페이스북이나 유투브 페이지에 회당 5~7분 가량 5부작으로 게시되어 있으니 이런 저런.. 더보기
코코파이를 아시나요? 2월의 첫날입니다. 여러 생각을 합니다. 공부에서 길을 찾기. 최선을 다하지만 열심을 다하지는 않기. 나를 지키며 일하고 공부하기. 관행과 습관으로부터 탈주하기 등등. 다시 돌아온 현장에서 일상은 해야될 일 투성이입니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참여해야 할 회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분주하게 하루 하루를 지내다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놓치기 십상입니다. 조심하는 부분입니다. 어제 저희 팀에서 코코파이라는 수용자 지수를 공개했습니다. TV 브라운관에서, TV 밖 디지털 세계에서 프로그램이 어떻게 시청자, 오디언스, 시민이라 불리는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있는지를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지수라 할 수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주간 단위로 발표될 예정인데, 사실 보고서를 열.. 더보기
고대영 해임, 새로운 시작 141일. 고대영 사장이 해임되기까지 걸린 시간. 작년 9월에 시작한 파업이 해를 넘겨 드디어 오늘 마무리됩니다. 어제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결정될 때 뭔가 울컥하더군요. 생각보다 이 시간을 많이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지난 5개월, 많은 시간의 점들이 떠올랐습니다. 한양대 1인 시위 현장에서 느꼈던 뜨거운 여름 햇살,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서 얼굴을 들지 못했던 시간, 광화문 필러버스트 공간에서 느꼈던 매서운 칼바람과 누군가의 눈물, 강규형 이사가 해임 되던 날 과천 방통위 앞에서 마주한 추위와 기쁨. 그 사이에 여름이 가을로, 가을이 겨울로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파업 마지막 날인 오늘, 서울 온도는 영하 11도. 미세먼지가 걷히니 추위가 왔습니다. 아니 이것은 정확한 말이 아닙니다. 매서운 바람이 부니.. 더보기
B형독감과 블로그의 만남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얼떨결에 이 블로그에 들어온 여러분과 저를 환영합니다. 이 블로그의 마지막 업데이트 날짜를 보니 2012년 8월이네요. 그러니깐 6년 동안 방치한 놀이터에 다시 돌아온 거네요. 왜 돌아왔냐구요? 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독감 때문이랍니다.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다짜고짜 코에 솜뭉치를 쑤셔 넣는 거에요. 그러더니 하는 말 “B형 독감입니다. 5일 동안 격리 치료하셔야 해요.” “그렇게 오래요?” “물론 방법은 있습니다. 좀 비싸서 그렇지 이 링거를 맞으시면 두 시간 만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얼만데요?” “13만원” “다른 방법은 없나요?” “약만 제조해가고, 5일 동안 집에서 격리 치료하는거죠. 둘 중 하나 결정하세요” 이런 사기꾼 의.. 더보기
MBC 골든타임 최인혁 요즘 TV를 통해 만나는 사람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 MBC 의 최인혁 교수다. 생사의 갈림길 마지막 1시간 골든타임. 이 시간 위를 반복해 살아가는 최인혁에게 응급실이란 명예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전쟁터가 아니라 숨 돌릴 틈도 없이 몰려드는 환자들을 일단 살리고 봐야 하는 일터다. 수술실이 없어 응급실에서 수술을 하고, 시간이 없어 배도 봉합하지 못한 채 1차 수술을 마무리하고, 중환자실조차 없어 응급실에서 회복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곳. 그럼에도 환자를 살려냈다는 칭찬 대신 “여기가 최 선생 개인병원이야?”라는 타박이 돌아오는 공간. 이 드라마 매력의 70%는 어찌보면 리얼하고, 그래서 말도 안되게 씁쓸한 아웃사이더 최인혁 교수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인혁이라는 남자. 국내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