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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즐거움/유목과 제국

[제국의 구조] 4부 도덕적 탁월성과 제국의 관계 [제국의 구조] 네 번째 이야기. “로마제국이 번영했던 것은 로마인의 ‘도덕적 탁월성’에 의해서이고 그것이 멸망한 것은 도덕적 타락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개개인의 도덕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 자체의 존재방식을 의미한다." (p. 127) [제국의 구조] 3~4장은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다양한 제국들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페르시아 제국와 로마제국, 그리고 당, 원, 청으로 이어지는 중원의 제국들. 이 묘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도덕적 탁월성’이었어요. 도덕적 탁월성이 한 개인의 도덕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 자체의 존재방식을 의미한다는 것, 이건 제국하면 떠오르는 힘, 폭력, 복종, 무력 이런 단어들과 사뭇 상반된 느낌이더라구요. 그렇다면 제국과 도덕적 탁월성은 어떤 관계가.. 더보기
[제국의 구조] 3부 제국을 나의 것으로 삼는다는 것 가리타니 고진의 세 번째 이야기. 1~2장에서 고진은 정주혁명과 맞물려 등장한 호수제에 대한 설명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합니다. 개인적으로 증여, 호수제, 상호성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게 따뜻하고 휴머니즘이 짙게 묻어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가능한 자가 일상에서 강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역사에서 호수제는 어떻게 퇴장했을까요? 증여의 역사는 어느 시대에 종말을 선언한 것일까요? 정말 그것은 사라진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 먼저 호수제가 어떻게 시스템화되었는지를 잠깐 복기해보겠습니다. 인류의 정주화의 더불어 자유의 상호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어딘가에 머물게 되면서 축적이 시작되고, 축적에 의해 생겨나는 계급, 권력, 국가의 탄생이 예고됩니다. 그러면서 상실되는 것은 자유였.. 더보기
[제국의 구조] 2부 억압해도 회귀하는 열망 가리타니 고진의 [제국의 구조] 두번째 이야기. 제국의 문법과 구조를 나의 것으로 익히고자 할 때 관심을 두어야 하는 단위는 국가가 아닙니다. 국가라는 프레임 하에서는 제국의 문법을 배울 수가 없습니다. 때로는 그를 훌쩍 넘어서 세계무대에 서야 하고, 때로는 그보다 작은 공동체 단위에 관심을 둬야 하는데요, 특히 후자에는 제국의 문법에 차용할만한 많은 보물이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과거의 작은 공동체, 그러니깐 씨족 사회에서 캐어낼 수 있는 보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보통 우리는 씨족 사회에서 국가로 역사가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고진은 역사를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씨족 사회 이전에 유동적 수렵채집민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떠돌면서 공동기탁을 하며 수렵과 채집을 하던 그들이 어느 날 정주를 하기 .. 더보기
[제국의 구조] 1부 잃어버린 자유를 탈취하라! 유목의 삶, 제국의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요즘 제 몸에 익히고 싶은 게 있다면 유목의 삶, 제국의 삶입니다. 우리는 흔히 유목하면 “저 푸른 초원”만 생각하고, 제국하면 “미국”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인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유목은 초원만큼 낭만적이지 않고, 미국은 제국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유목은 무엇이고 제국은 어떤 의미일까요? 지금부터 가을에 읽을 책들은 이 두 개념 위를 오갈 겁니다. 그로부터 개별적인 자유와 집합적인 다원성을 강조하는 유목과 제국의 구체적 면모를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 해요.그 첫 번째 책은 가리타니 고진의 [제국의 구조]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이 2014년에 쓴 책인데요. 그는 지금의 신자유주의 시대가 19세.. 더보기
[반중국 역사] 3부 제국은 차이와 다원성이다. 6장과 7장은 만주 여진족의 시대, 12세기~13세기 금왕조와 17세기 이후 청나라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여진족, 이제껏 살면서 한 번도 관심을 두지 않은 인류입니다. 변방의 야인, 그런 이미지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보면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동북아 지역을 지배하던 강자였다고 합니다. 좀 딱딱하지만 거칠게 강자의 연대기를 요약하면, 12~13세기 거란(키타이)이 세운 요나라를 멸망시키고, 송나라까지 멸망으로 이끌면서 금의 세계를 엽니다. 남쪽으로 도주한 송나라, 우리가 흔히 남송이라 부르는 곳을 신하의 나라로 만듭니다. 그러나 금의 시대는 칭기스칸의 등장과 함께 13세기 중반 몽골, 원의 나라에 패권을 넘겨줍니다. 그렇다고 여진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원의 멸망 이후 씨족 공동체로 점점이 박혀 .. 더보기
[반중국역사] 2부 몸이 문명을 만든다 3장에서 5장은 기원전 7세기 스키타이에서 서기 13세기 몽골제국까지 장장 2,000년에 걸친 초원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정말 많은 민족과 제국이 나옵니다. 스키타이와 흉노(3장), 유연, 투르크 제국과 탁발/선비계의 당나라, 위구르, 티베트제국과 서투르키스탄(4장), 키타이(거란)가 세운 요와 탕구트 왕조(대하제국), 마지막으로 원나라까지(5장). 고등학교 세계사 수업에서 배운 이 시간을 관통하는 동아시아가 어디었나 찾아보니, 춘추전국시대, 진한, (위진남북조 시대), 수당, (오대십국 시대), 송나라였습니다. 교실에서 들은 이야기, 그래서 바로 까먹은 이야기는 이 책에서 아주 짧게 언급되거나 유목민족과의 관계 속에서 설명됩니다. 는 정말 반중국 적인 거입니다. 작가 양하이잉은 유목을 사랑합니다. 그.. 더보기
[반중국역사] 1부 유목은 간소함이다. 유목이라는 단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었습니다. 라는 세미나에 참여하게 되었고 구글맵에서 지도를 바라보며 내가 가진 시야의 좁음에 깜짝 놀라곤 했습니다. 세상에 중국이 이렇게 작은 나라였어? 중앙아시아의 초원이 이렇게 거대한 공간이었어? 몸의 감각이 조금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리하여 금년에도 “유목”이라는 큰 범주 하에서 공부를 계속해 가려 합니다. 그 첫 번째 책은 양하이잉의 입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역사에 반기를 드는 책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한족 중심의 중국사는 그들의 로컬사인데도 자신들이 보편적이라고 믿고 있는 나르시즘적 세계관과 피해의식의 혼합물일 뿐이다.” 히야~ 우리가 역사 시간에 배운 중국의 역사를 나르시시즘과 피해의식의 혼합물이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