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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2] 배신과 삶에 대하여 배신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의 시대 배경인 1940년대, 50년대의 혼돈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이름입니다. 한 사회가 개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시대뿐만 아니라 평온한 시대에서도 배신은 인간의 단골 메뉴 중 하나죠. 우리는 그만큼 자주 가까운 사람을 배신하고, 또 그들에게서 배신당합니다. 아이라는 의붓딸 실피드의 절친 패멀라와 마사지사 헬기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습니다. 반대로 아내 이브는 그와의 결혼생활을 고백한 책을 통해 아이라를 배신합니다. 의붓딸 실피드는 엄마 이브를 배신하고, 아이라의 절친 박제사는 아이라가 공산주의자임을 폭로합니다. 모두가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배신하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필립로스가 응시하고자 하는 삶의 진면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인간에겐 믿을 수 없는 여러 모습.. 더보기
통즉불통, 통하면 아프지 않다. 통즉불통이라는 말을 들어봤는지. 通則不痛 통하면 아프지 않다. 이것은 동양 의역학을 대표하는 아포리즘이다. 이른바 통한다는 것, 흐른다는 것은 건강하게 산다는 뜻이다. 반대로 아프다는 것은 어딘가가 막혀있다는 거다. 통하고 막히는 것, 이 경계는 실로 다양합니다. 몸과 마음, 나와 너, 몸과 조직, 몸과 우주, 물질과 정신 등등. 요즘 곳곳에서 부동산 값 때문에 말들이 많은데, 사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문명은 그것이 자본, 효율, 이윤, 생산성 등을 강조하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게 쉽지 않다. 자본의 논리는 통함을 욕망하지 않고 축적과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한) 최소비용과 (누군가의 수익을 가로채는) 최대수익과 독식과 배제를 욕망하기 때문이다. 나와 네가 분리되고, 물질적으로는 넘치고 넘치지만 정신.. 더보기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1] 좌절의 공간을 떠나지 못하는 인간들에 대하여. 필립로스가 쓴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필립로스의 팬이 되었습니다. 책을 덮은 후 “필립로스”에 대한 검색질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목소리는 2015년 절필 선언을 한 후 한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입니다. “매일 매일의 절망과 굴욕을 견뎌낼 힘이 더 이상 없다. 쓰는 것과의 투쟁은 끝났다." 그렇습니다. 필립로스의 책을 따라 읽다보면 이건 투쟁이자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집요하게 쫓아가고, 끈덕지게 묻고,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세상, 관계, 삶에 메스를 들이댑니다. 스스로에게 묻고,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이 참 대단합니다. 그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의 절망과 굴욕을 온 몸으로 현시하는 일이며, 그것과 싸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문장 하나 하나, 스토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