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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나쁜남자, 그 치명적인 매력 뒤엔...



어제 처음으로 나쁜 남자를 꼼꼼하게 봤다. 한 마디로 이 드라마, 김남길을 위한 드라마다. 멋지다. 샘나도록...

“나는 세개의 이름이 있다. 부모님이 불러주신 이름 최태성. 해신그룹이 내게 강요한 이름 홍태성. 그리고 내가 어쩔수 없이 선택한 이름 심건욱. 나도 가끔 내가 누군지 모른다. 누가 날 어떤 이름으로 불러줄까.”

세 개의 이름, 세 개의 시간을 넘나들며 이 드라마는 인간의 비루한 욕망과 치명적인 사랑과 어쩔 수 없는 복수를 그려낸다.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것은 김남일의 캐릭터 때문이다. 한 개인을 하나의 개념으로 절단하여 너는 이렇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참 재미없다. 그리고 폭력적이다. 나쁜 남자의 기호 밑에 숨어 있는 수맣은 불균형하고 불안전한 시선, 나쁜 남자인지 좋은 남자인지, 매력적인 남자인지 소심한 남자인지 알 수 없는 그 치명적이고 인간다운 매력이 참 좋다.

물론 김남길의 이름이 세 개로 불려 지는 것은 불행한 과거가 빚어낸 결과다. 그리고 세 개의 이름에 눌려 또다른 김남길이 성장할 기회가 거세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가면은 상처입은 영혼의 거칠고 날카로운 눈빛,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로티시즘, 그리고 절대 매력의 미소와 카리스마로 무엇이든 해결하고야마는 만능 해결사의 모습이 덧씌워져 모든 여자들 -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는 밝고 천진난만한 모네(정소민),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억제되고 완벽한 삶을 추구하는 태라(오연수), 세속적 욕망을 대변하며 신분상승을 꿈꾸는 재인(한가인)-을 어쩔 줄 모르게 만든다. 이래도 되는거야?

김남길의 캐릭터는 샘나도록 멋지지만, 그래서 참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 세상에 세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인간은 참 많지만, 그 이름 하나 하나가 치명적인 매력으로 다가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이 드라마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절대적 매력 소유자 김남길의 세상에 대한 복수 게임이자,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사랑 게임이다. 그 자신도 자신의 치명적 매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놀이는 아주 빠른 속도로 굵직한 스케일로 성큼 성큼 단계 단계를 넘어서고, 모든 게임에서 김남길은 100전 100승이다. 때론 과거의 트라우마를 어쩌지 못해 식은땀을 흘리며 악몽을 꾸기도 하지만, 김남길의 이름 속에서 과거의 상처와 아픔쯤은 그냥 게임 진행을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이 드라마는 모든 것을 스타일로 환원하는 탐미적인 요소를 흠뻑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탐미적인 이미지를 통해 배우도 시청자도 격정적인 감정의 매력, 그 밀도에 꼼짝달짝 못하게 된다.

김남길의 복수 게임 그 끝 스테이지에는 어떤 세계가 담겨 있을까? 사랑하는 감정으로 시작하여 원수로 끝나는 게임이 있고, 복수하는 심정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끝나는 게임이 있다. 의도와 결과는 대부분 다른 법, 과연 이 복수극의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오랜만에 기다리며 보게 되는 드라마를 만났다. 몇 회 남지 않았지만...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누굴 마음에 두는지 지금 어떤지 내가 듣고 싶은 건 당신 진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