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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7월 1일(화) 2010년 6월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 그리고...

내 머릿 속에 폴더가 뒤죽박죽 섞여 일상을 메마르게 했던 한 달, 바쁜만큼 얻은 것도, 그만큼 잃은 것도 많은 6월이 지나갔다. 얻은 것이 둔탁한 지식이라면 잃은 것은 내 안의 씨알만한 감성들. 세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끝내면서 회사와 연구실과 집 책상에 쌓아 둔 수많은 논문들을 정리했다. 난 논문을 써야만 하는 공간에 한 발을 담그고 있으면서도 참 논문 읽는 것을 싫어하는 놈이다. 왜일까 생각했다. 아마, 제대로 된 주장과 아이디어를 논문에서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게다. 이제껏 그게 세상 탓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미디어를 둘러싼 논문의 세계, 그 세계는 미디어만큼 치열하지도 새롭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시하고, 우습게 여기고 그랬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 보고서를 채워가기 위해 이런 저런 최신 논문들을 폭식하면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문제는 내가 제대로 된 주장들, 이야기들, 아이디어들을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다는 데 있었고, 또 다른 문제는 그 반짝 반짝 빛나는 것들이 수많은 그냥 그런 이야기에 묻혀버려 나같은 게으른 사람이 발견하기 너무 어렵다는 데 있었다.

어쨌든 눅눅하고, 습습하고, 중요한 건 스피드였던, 그래서 멀미가 날 정도로 바빴던 6월이 지났다. 많은 시간이 원고 데드라인에 맞춰 재편됐고, 그 속에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소설을 읽거나,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시간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오늘 새벽 마지막 원고를 툭 던져낸 후 2010년 6월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잠깐 생각했다. 몇 가지 배운 게 있다. 하나, 함부로 단정짓지 말 것. 사람, 공간, 일, 어떤 것이든 “좋은 것”, “나쁜 것”, “이상한 것”이라고 단정짓는 순간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가치를 놓치게 된다. 사실 논문을 보며 감탄하는 일이 내 일상에 일어날 줄은 예전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둘, 바쁠수록 일상 속에 소소한 재미, 관계, 여유를 좀 더 잔뜩 펼쳐놓을 것. 이것 놓치면 모두 꽝이다. (물론 쉽지 않지만...). 바쁘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 바쁘다고 울지 않는 것, 바쁘다고 분노하지 않는 것, 이러면 삶은 참 무미건조해진다.

7월이다. 소설 책을 잔뜩 빌렸고, 보고 싶던 다큐멘터리를 잔뜩 다운받는 중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블로그와 트위터의 세계에 빠져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