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출판사, 봄바람이 불면~~

오랜만에 봄날 출판사 사장님과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낸 저자들, 뭐~~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모임 같지만 알고보면 나랑 내 아내, 그리고 우리 동네 옆집 누나와 술을 마셨다. 일단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홍제동 허름한 횟집에서 만난 작가들이 쓴 책을 소개하면 이렇다.

왜 소개를 하느냐~~ 당근 홍보지... 그런데 이 책들이 잘 팔린다고 내게 떨어지는 것 거의 없으니 인상 쓰지는 말 것.. 뭐~ 술 몇 잔은 얻어 먹을 수 있을테고, 인세 몇 푼 더 받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큰 의미없다. 내가 뭐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이 블로그가 <TV 책을 말하다>만큼의 영향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구 내가 하루 만명씩 들락거리는 파워블로거도 아니고... 이거 보구 한 10명이 책을 사게 됐다구, 내게 얼마나 떨어지겠어? 한끼 점심 값도 안된다. 그런 것 애시당초 관심은 있어도 신경쓰지 않는다. 다만, 내가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자신있게 홍보하는 것은, 이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의 공통된 지향점, 가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참 좋기 때문이다. 봄날 출판사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 대부분 소장가치 충분하다. 정말 출판사 이름 그대로, 봄날을 지향한다.

봄날 출판사 사장님은 내가 본 이런저런 기획자 중 가장 똑똑하고 치열한 기획자다. 사실 이 사람... 개인적인 삶은 참 빈틈투성이다. 열쇠도 잘 잃어버리고, 차도 펑펑 터지고, 귀도 어찌나 엷고, 겁도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 책을 만들 때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한다. 작가가 기획자한테, 출판사 사장한테 제발 그만 고민하라고 말릴 정도로, 열심히다. 그렇게 지난 가을 내 첫 번째 책 <나는 미디어다>가 세상에 나왔고, 이번 봄 내 아내의 책 <우리동네 어린이도서관 101% 활용법>이 출간됐다. 이거 만들고, 나와 내 아내는 작가가 됐지만, 사장님은 망신창이가 됐다. 저자보다 몇 배 더 원고를 꼼꼼하게 보고, 지적질하고, 수정 요구하고, 말 안듣는 작가 달래고, 술먹이고, 고함치고, 이거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했다고, 돈이나 잘 벌려? 이런 책이 IQ84도 아니구, 집에 돈이 많어서.. 뭐 대형 출판사처럼 사재기해 베스트셀러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 서점에서 메인 창에 띄우는 것? 상상도 못할 일이다.

지난주 술모임은 망신창이가 된 사장님이 장기 휴가를 간다고 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이래저래 사연은 있지만, 얘기하면 끝이 없고, 서울에서 봄날을 꿈꾸며 출판사를 차리고, 졸라 열심히 공부하고 책만들던 사장님이 이번주 금요일부로 여성 농부가 된다. 음~~ 농부 출판인이라... 처음에는 이 얘길 듣고 깜짝 놀랬지만, 양파 껍질 벗기는 것처럼 한번 더 생각해보니, 사실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멋진 일이었다. 본인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허구한 날 대안을 이야기하고, 공동체를 이야기하고, 새로운 가치를 꿈꾸던 사람이 출판사에서 책 만들고, 그 다음에는 뭐하겠어? 새로운 삶을 지향하고 몸으로 실천하는 거지. 그게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그건 알 수 없지만, 어짜피 언젠가는 걸어가야 하는 길이였던 거다. 때마침 시기가 온 거다. 서울에서 너무 달렸고, 달리다가 잔머리 쓰는 양아치들도 많이 만났고, 나와 내 와이프 책 때문에 뇌는 과부화 상태에 걸린지 오래이며, 그래서 조금은 쉬어야 하고, 조금은 느리게 가야하는 거다. 맨날 녹색이 어쩌고, 대안교육이 어쩌구 떠들면서, 자기는 노동 과부화상태에 빠져있고, 주변에는 녹색과 거리가 먼 회색인이 즐비한 것, 이거 생각하면 웃긴 거다.

언젠가 이 글을 볼 사장님께 한마디... 농촌에서 푹 쉬길 바란다. 오버! 그런데... 그러면... 내 책은 어쩌죠? 내 와이프 책은 또 어쩌구요? 그냥 만들어놓구, 알리지도 않구 방치하면 괜찮을까요? 이렇게 절판되는 거 아니에요? ㅎㅎ 이런들 저런들 별 상관없다. 그것도 그냥 쉬면 된다. 열심히 장사한다고 안 팔릴 책이 팔리는 것도 아니고, 쉰다고 팔릴 책이 안 팔리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뭐~~ 사실 출판사 사장한테는 얼마나 팔렸냐가 중요하겠지만, 내게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다만 글을 쓸 때, 내가 쓸 수 있는 능력치의 120%를 그 책에 담아냈다는 것, 쓸 수 있는 이상의 이야기를 쓰면서, 그 책을 통해 내 자신이 상당히 많이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그 책보다 더 괜찮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 난 그 정도면 됐다. 옆에서 김명하씨도 자기도 그렇다구 끄덕인다. 

나의 경우, 책을 낸지 6개월이 됐는데, 아직 제대로 내 책을 홍보한 적 없다. 굳이 그렇게까지해야 하나하는 부끄러움, 그리고 쓰는 것은 작가의 몫이지만 파는 것은 출판사의 몫이지하는 책임 회피.. 뭐~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대로 내 책을, 봄날 출판사를 어디가서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은, 그건 쪼금 이기적인 것이었다.

아주 가끔씩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이 출판사와 내 책과 내 와이프의 책을 두루두루 알려야겠다. 그래야 가끔 사장님이 귀농한 시골 마을에 놀러가상추라도 건져 올 것 아니야! 그리고 이건 나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봄날 출판사를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봄날 출판사의 잠재 독자들, 그러니깐 이 세상을 위한 거다(헉! 너무 거창하다).

세상엔 잿빛만이 있는 게 아니다. 봄날도 있다. 이 출판사는, 이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은 이걸 치열하게 말해 준다. 적어도 말해주려고 발버둥치고, 실천한다. 오늘에 냉소하지 말자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 보자고, 좀 더 나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며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손짓한다. 때론 미술관에 찾아가 심난한 마음을 돌보기도 하고, 때론 나와 다른, 아니 나와 똑같은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귀도 기울여보고, 애들 교육이 문제라 생각하면 어린이도서관도 찾아가보고, 뭔가 주류 미디어가 엿같다 싶으면 스스로 미디어도 만들어보면서, 나를 소외시키는 이 똥더미 같은 세상에서 살맛나는 꽃 한 번 피워보자고 말한다.

 
 자 이 커뮤니티에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사람? 지금 서점에가 봄날출판사 책 한 권씩 사볼 것!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주면 매우 쌩큐지... 사실 봄날 출판사와 같이 돈에 연연하지 않고 인간과 사회와 미래를 고민하는출판사가 돈때문에 책을 찍어대구, 열라 비싼 가격에 유명 해외작가 판권 사오구, 책 사재기해 베스트셀러 만드는 출판사보다 잘 커야, 교보문고에 가는 맛도 나는 법이다.

봄날 출판사에 봄바람이 잔잔히 그러나 계속해서 불었으면 좋겠다. 근데 올해 봄은 왜 이리 춥냐? 날씨도 세상 따라가는 법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