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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2PM 판타지는 끝났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벌써 박사 3학기째다. 이번 학기의 컨셉은 방법론이다. 무엇과 왜라는 질문만큼 중요한 게 어떻게다. 어떻게에 대한 솔류션이 찾아지지 않으면 질문은 있지만 답은 허술할 수밖에 없는 거다. 이번 학기 듣는 방법론 과목 중 내 흥미를 끄는 것은 사회학과의 소셜 네트워크 분석이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아무 것도 모른다. 다만 이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속성보다 관계의 그물망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방법론이 요즘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바 있다. 진짜 그런지도 모른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 그물망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개인보다 집단의 힘이, 실력보다 인맥의 힘이 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주된 척도다. 또 블로그, 트위트 등 새로운 미디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존재에 대한 이해만큼 관계에 대한 이해
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출처 : 뉴욕타임즈


나는 관계가 존재를 바꾼다고 믿는 편이다. 그러나 존재가 관계에 의해 너무 많이 규정될 때 관계도 엉망이 되고, 개인도 엉망이 되고, 사회도 엉망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모든지 과하면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재범 문제로 시끄럽다. 나는 2PM의 멤버였던 재범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가 한국을 비하했다는 것, 그가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것, 그건 내가 재범을 좋아하는데 큰 장애물이 아니다. 그러나 JYP가 재범을 탈퇴시킨 게 딱히 문제라고 느끼진 않는다. 엔터테인먼트는 비즈니스이고, 그 비즈니스는 스타를 통해 구현된다. 스타의 가치가 떨어지면 당연히 기업은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 더구나 그에게 심각한 사생활 문제가 있고, 이게 2PM에, JYP에 치명타가 된다고 판단한다면, 그 스타를 기업이 보호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세상의 상식이 꼭 기업의 논리, 자본의 논리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대부분은 그렇지만~~). 특히 명성과 평판을 먹고사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경우는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재범이 때문에 JYP의 경영행위를 비판한다. 그 비판의 중심에는 “우정”, “의리”와 같은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조금 아리송하다. 의리라는 것,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게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중요한 것일까? 난 잘 모르겠다. 내가 사장이라면 의리라는 것,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이 기준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출처 : 이데일리



그런데 생각해보면 무덤은 JYP가 판 거나 다름 없다. 재범 탈퇴 후 2PM은 멤버들의 의리를 강조했다. 2PM의 아이콘이 짐승돌이라는 것을 떠올려보면, “의리”, “우정”이라는 단어는 짐승돌과 기막히게 어울렸다. 앨범 타이틀은 재범의 부재를 그리워하는 의미를 담은 '1:59' (2시에서 1분 빼기)로 때깔나게 처리했고, 멤버들은 승승장구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계속 재범에 대한 그리움을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이게 독이었다. 의리를 강조하면 할수록, 짐승돌에게 배신은 곧 죽음을 의미했고(조폭들이 그렇다), 그렇게 지금 JYP는, 2PM은 팬들에게 죽도록 얻어맞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 NEWSWAY


오늘판 2PM 관련 뉴스
하나, JYP 2PM의 신상정보를 유포한 네티즌에 대한 수사 의뢰 , JYP 팬들과의 전쟁. 둘, JYP 연예인 죽이는 기획사로 전락할 것인가? 기획기사. 셋, 2PM, 재범 팬 집단 히스테리 증상

90년대 후반 이후, 정확히 서태지 이후 (보고싶다 태지~) 팬덤 현상이 학계와 업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스타는 팬은 만들고, 팬은 스타와 함께 성장한다. 이들의 유대관계는 길고 끈끈하며, 어찌보면 영원해보이기도 했다. 2PM이 의리를 마케팅으로 판매하는 것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고 나는 본다. 이 의리는, 대부분 판타지이고 거짓이다. 물론 그게 가짜든 실제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으로 팬도 스타도 행복하면 그만이다. 다만 판타지로 맺어진 의리는 판타지가 계속될 때에만 지속 가능하다. 여기에 리얼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행복 끝 불행 시작이다. 팬들이 신상정보를 파고, JYP가 재범의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모든 행복은 끝났다. 이제는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앞에 두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소모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서태지가 과도하게 사생활을 은폐하는 것은 내게도 태지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우리의 판타지는 끝나지 않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