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에 시인통신이라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안을 들여다보면 탁자 두개에 의자 예닐곱 개가 전부다. 빙 둘러 빽빽이 앉으면 12명이나 앉을까. 그곳에 장안의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화가 신문쟁이 영화감독 연극쟁이 철학자 사진쟁이 산악인 작곡가 전위예술가 노동운동가 사주쟁이 출판인 자유기고가 정치지망생 애국지사 어중이떠중이 온갖 잡것들이 밤마다 모여 “전두환 노태우 씨×놈”을 내뱉고, ‘나라와 민족의 앞날’을 논하고, 개똥철학과 구라들을 풀어댔다고 한다. 한때 내게도 이런 공간이 있었는데, 음... 이런 아지트 하나씩 가진 인생이라면.. 아무리 세상이 엿같아도 인생은 멋질 수 있다.
그냥 인터넷을 떠돌다 그곳에 적힌 아포리즘 몇 개를 발견하여 남긴다. 피맛골도 없어지는 마당에 왠지 이런거라두 남겨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은 데모하고, 어른들은 술 처먹고, 누나는 화장하고, 선거하는 놈들은 좆나게 바쁘다’
‘有酒有樂 無酒無樂(유주유락 무주무락)’
‘죽었으면 죽었지 지금은 죽을 수 없다’
‘목숨 바치세요. 술 마시려면 한번쯤은 목숨을 내걸고 마셔봅시다’
‘수많은 남자가 살고 갔지만, 당당한 대장부가 몇이나 될까?’
‘맥주는 길고 소주는 짧다’
‘허무 그 단단한 놈’
‘잘 사는 놈이 법을 지킬 때, 못 사는 놈은 기분이 좋다’
‘방관은 죄악이다’
‘깨어있는 것은 입밖에 없나보다’
‘하늘이 어두운 새벽, 사람들이 어둡게 살아가고 있다’
‘누님이 너무 아름다워서 개수작했습니다. 누님은 여전히 누님이고 강물은 저렇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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