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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미디어 놀이터

나오미족

나오미족
“시집가서 애 낳고 ‘아줌마’가 된다고 해서 좋아하는 취향까지 늙는 건 아니잖아요. 평소에도 친구들과 함께 예전부터 좋아하던 밴드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위저가 직접 온다니 꼭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죠.”
“결혼한 이후에 분명 나보다 아이나 남편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결혼 전 이미 제가 가지고 있던 라이프스타일까지 모두 버리고 싶진 않아요. 공연을 보거나 책을 사는 데 쓰는 돈을 아끼기는 더욱 싫고요.”
누구의 이야기인가? 나오미족이라 불리는 새로운 계층의 이야기다.

왜 나오미족인가?
나오미족 Not Old Image에서 파생된 신조어.
늙어보이지 않는 30대, 40대 여성을 말한다.  이들은 10대와 20대 시절의 소비 및 생활 패턴을 30, 40대 주부가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한다. 
경제력을 지닌 30대, 40대 여성들, 이들이 출판, 방송, 패션 등의 문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파워풀 그 자체다.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면 대박이요, 외면하면 쪽박이다.

사례1.
국내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가, 지난 1년동안 판매한 책 2400만권을 분석한 결과는?
3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37%로 1위, 40대 여성의 구매 비중이 16%로 2위. 이들이 인터파크에서 사들인 책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 
베스트셀러...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사례2. 
케이블 채널인 온미디어가 2009년 5월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는 성인층’을 조사한 결과 30, 40대 여성의 75.8%가 ‘혼자서도 애니메이션을 시청한다’고 답변.  투니버스와 같은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의 시청률은 전체 케이블 중 언제나 3위 안에 든다.  이 순위에 대해 통상적으로 엄마들이 자녀들에게 만화를 틀어주고, 자신은 가사일 등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 조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려서부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난 30대 여성은 애니메이션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고, 그 즐김이 투니버스의 시청률을 높이는 거다. 

사례3.
사례라 할 것 없이, 30,40대 여성으로부터 외면받는 프로그램은 절대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성공할 수 없다. 미니시리즈의 흥행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는 30, 40대 여성의 반응이다. 이들이 움직이면 대박이고,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잘 만든 웰메이드 드라마라해도 실패다. 

사례4.
신세계백화점은 2009년 8월 '뉴 어덜트 존'을 신설해 나오미족의 취향에 맞는 캐주얼식 여성복 브랜드를 내놓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30, 40대 여성들 사이에서 ‘한 살이라도 더’ 젊게 입는 경향이 생겨나면서 기혼 여성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던 부티끄 의류 매출이 줄어들고 영캐주얼 의류 매출이 늘었다. 영캐주얼 의류 인기에 힘입어 아예 영캐주얼 전용 점포를 만드는 유통업체도 있다" (장중호 신세계유통산업 연구소장)

여성 30대, 40대가 문화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어떤 이유때문인가? 그리고 그것의 함의는?
지난주 홍대 어느 술집에 갔는데... LP판이 쫙 깔려있고, 음악은 7080노래. 저녁 9시 이후에는 자리 잡기도 힘들다는 그 술집은...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노는 공간이었다. 각자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누구와 함께 왔는지, 왜 술을 먹는지를 까먹고,  같은 시대의 아이돌과 추억을 매개로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고, 그 시절의 정말 다양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고 그랬던 듯 싶다.... 

80년대부터 90년 초반까지의 주옥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참 신선하고 다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여성 30대 40대가 문화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은 그때문인지 모른다. 정치적 민주화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을 가장 민감한 감수성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하던 여성들,...  당연히, 이들은 신선하고 새로운 이야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문화적 감수성을 이미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고로 여성 30대, 40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어찌보면 잘못된 생각이다. 그 반대로 괜찮은 콘텐츠를 만들면, 그게 여성 30,40대의 감수성에 꽂히는 거다. 마케팅은 언제나 타깃을 이야기하지만, 콘텐츠는 언제나 새로움을 이야기한다.  

<참고문헌>
박재명. <늙지 않는 ‘나오미족’ 문화 소비의 여왕이 되다>, 동아일보,  2009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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