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카페라떼를 홀짝 거시며 음악을 들으며 여유있게 음미하며 읽었다기 보다는
기말 페이퍼를 쓰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한다는 어떤 강박관념때문에
부랴부랴
마치 패밀리마트에서 왕뚜껑을 먹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이렇게 대충 읽을 책이 아니더라구요.
제가 첫 번째 꽂힌 문장부터 소개하죠
"내 몸이여, 나를 언제나 의문을 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오!"
하악~하악~
질문이 사라지고 의문이 사라진 사람의 눈빛을 보신적이 있나요?
세상 모든 것에 "다 그런거지"라고 말하는 사람의 표정을 보신적이 있나요?
그것만큼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파농의 이 문장은... 자기 자신이 끊임없이 약동하고, 살아있음을 바라는 저자의 욕망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12월..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처럼 저 역시 12월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써야하는 기간입니다. 무언가를 쓴다는 것, 무언가를 연구한다는 것,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 질문의 힘은 참 신기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말 페이퍼를 준비하는 것, 이번에는 죽도록 싫었습니다.
9~10월에는 책을 매듭짓는다고 끊임없이 쓰고 고치고 수정했고, 11월에는 이병순 사장을 KBS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하고 쓰고 고치고 그랬습니다.
책도 나왔고, 이병순 사장도 나갔습니다.
제 힘으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어쨌든 나오기를 바랬던 것은 다 나왔습니다.
그리고 몰려드는 허전함과 외로움.
마치 폐허가 된 것 같은 심정.
이 슬픈 감정을 조금은 무력하게, 조금은 게으르게, 조금은 멍하게 느끼고 싶은 12월이었는데...
그 허전함을 느끼기 전에 몰려든 대학원생이기 때문에 매듭지어야 하는 페이퍼들.
이게 죽도록 싫었는데...
참~
페이퍼 첫 장에 꾸역꾸역 어떤 질문을 던지니
그 질문의 답을 찾아가게되고, 그러다보니 다시 '이거 쫌 재미있네'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다시 빠져들었습니다.
이게 질문의 힘인 것 같습니다. 의문의 힘인 것 같습니다.
삶은 계속해서 뭔가 매듭을 원하고 마침표를 원하지만...
살아가는 것은,
아니
살아간다고 느끼는 것은..
질문을 품고 있을때인 듯 싶습니다.
내가 질문을 만들지만, 역으로 질문이 나를 만들기도 합니다.
요즘 페이퍼를 쓰면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읽으면서 느낀 한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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