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지독한 고정관념 : BBC ‘Strictly Come Dancing’ MC교체를 보고

BBC의 인기 프로그램인 ‘Strictly Come Dancing’ 최근 개편에서 여성 진행자를 66세의 안무가 알렌 필립에서 30세의 가수 알레샤 딕슨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진행자 교체, 별로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66세와 30세라는 나이가 앞에 붙으면, 그건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다.

기본적인 통념 하나.
시청자들은 무조건 젊고 예쁜 여성 진행자를 선호한다.

이 통념은 시청자들이 무조건 A급 쭈쭈빵빵 연기자가 나와야 드라마를 시청한다는 통념,
예능 프로그램의 MC는 강호동과 유재석이어야 한다는 통념과 맞물려 있다.

과연 그럴까? 답은 알 수 없다. 이건 검증되지 않은 방송 현장의 직관적인 가설일 뿐이다. 솔직히 이건 직관도 아니고, 그냥 무의식적으로 관행적으로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일 뿐이다.

어쨌든
 ‘Strictly Come Dancing’의  MC교체가 논란이 되자  ‘Age Concern and Help the Aged’라는 단체는  시장조사기관인 ICM에 의뢰하여 MC교체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결과보다 ‘Age Concern and Help the Aged’라는 단체가 궁금해 위키티피아를 뒤져보니..
이 단체는 이런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We all speak with one voice on behalf of all older people. We are listening to what older people want as we improve our services and activities so that we can achieve our vision of a world in which older people flourish. We cannot achieve this on our own. We do not just work on behalf of older people‚ we engage with them in all that we do: listening to what they say‚ campaigning for the change that they want‚ providing services where others are not and selling products where the markets have failed.  Last year‚ between us‚ we reached over 5 million older people with our services‚ information and products.We work with partners to ensure that together we can improve the lives of older people.


노인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단체에서 의뢰한 여론조사의 결과.
질문 : 66세의 안무가 알렌 필립, 30세의 가수 알레샤 딕슨, 누가 다 MC로 적합한가?
답변 : 71% 필립 같이 나이든 여성 진행자.

이 결과를 근거로
‘Age Concern and Help the Aged’의 공공 정책 담당자인 엔드류 하랍은 이렇게 말했다.
“TV가 나이 든 여자보다 젊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주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이는 여자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가치가 없거나 믿을 수 없다는 이미지를 주게 된다"

이런 결과와 해석은 새로울 게 없다. 뻔하다. 또 그 이야기인가 싶다.
그런데 한 번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또 이런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세상은 참... 거시기하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 노인, 여성, 비정규직, 외국인노동자...
이들이 항상 뻔한 이야기를 목놓아 하는 것은 목이 터져라 이야기해도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고정관념, 편견, 무관심
무섭다.

이 여론조사가 아니더라도,
이번 진행자 교체는 정치권과 시청자 사이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예를 들어 평등 및 여성부 장관인 헤리어트 하만은 이를 두고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BBC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나이트(Newsnight)의 정치 에디터인 마이클 크릭은 지난 주 이 문제와 관련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BBC를 비판했다. 그는 이번 진행자 교체는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젊은 시청자만 염두에 두고 전체 시청자를 우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작가이기도 한 크릭은 BBC가 “젊은이 편향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점잖은 표현이라며, 나이든 여성은 같은 나이의 남자에 비해 BBC 내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교체된 나이 든 여성은 필립만이 아니다. 일요일 아침 뉴스 게시판을 진행하던 59살의 모이라 스튜어트, 컨트리 파일의 미첼라 스트라찬, 샤롯데 스미스, 미리암 오렐리, 줄리엣 모리스 등 40~50대 여성이 젊은 진행자로 교체됐다.

이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세상, 방송사..
과학도 아니고, 시청자가 원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우리의 지독한 고정관념, 상식때문에 하게 되는 일상적인 폭력.
어디서 무엇을 하든...
이거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