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날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이 뭐냐, 물으면 방탄소년단의 봄날입니다. 뮤직비디오로 이 음악을 처음 만났을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전 BTS의 팬이 되었습니다. 이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저는 BTS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일단 제가 방탄소년단에 빠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뮤직비디오 한 번 보시겠습니까?
[봄날 뮤직비디오]
지난 4월 15일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참사 4주기 기억 예배를 다녀온 후 이번 주 내내 이 뮤직비디오를 수십 번도 더 본 것 같습니다. 설원을 달리는 기차, 오멜라스 여관, 기차에 앉아 있는 막내 정국과 바닷가에 앉아있는 지민의 표정, 회전목마에 날리는 노란 리본, 그 위에 쓰여져 있는 “You Never Walk Alone”, 9시 35분에 멈춰져 있는 시계. 나무에 매어진 신발 등등
BTS의 봄날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세월호를 떠올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 주는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이 뮤직비디오를 떠올릴 때마다 세월호가 생각이 날 수밖에 없더군요.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너희 사진을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너무 야속한 시간, 나는 우리가 밉다. 이제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힘들어진 우리가. 여긴 온통 겨울 뿐이야. 8월에도 겨울이 와. 마음은 시간을 달려가네. 홀로 남은 설국열차. 니 손 잡고 지구 반대편까지 가 이 겨울을 끝내고파. 그리움들이 얼마나 눈처럼 내려야 그 봄날이 올까....You know it all. You're my best friend 아침은 다시 올 거야. 어떤 어둠도 어떤 계절도 영원할 순 없으니까. 벚꽃이 피나봐요. 이 겨울도 끝이 나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보고 싶다.
미디어가, 대중문화가 이 세상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 말만큼 압축적으로 설명한 문장이 있을까, 싶습니다. 사회적 상처와 아픔의 공간과 사람에 대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 고통을 언어로 말하고 다루는 것. BTS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동체와 친구들의 아픔에 대해 날 것의 흙냄새로 공감하고 함께 절규하고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리얼리즘도 한 몫 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오멜라스라는 평화로운 마을이 있습니다. 이곳은 이상적인 유토피아입니다. 모두가 행복합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 비밀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한 아이가 비참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진실. 행복했던 멤버들이 어느 날 이 진실을 알게 됩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가 지하에서 희생되고 있다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거죠. 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누구든지 선택을 하게 됩니다. 남던가, 떠나던가.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떨쳐 일어나 불편한 진실에 맞서 싸우거나 마을을 떠난다는 겁니다. 마을 너머의 삶이, 그 저항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비참할지, 알 수 없지만 떠나지 않고는, 싸우지 않고는 참아낼 수가 없는 겁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먼저 떨쳐 나온 멤버는 막내 정국이었습니다. 참고로 정국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BTS에서 유일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정국이 오멜리아 마을을 떠나자 형들도 가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석진(진)과 윤기(슈가)는 세탁기에 과거의 아픈 흔적을 세탁하고, 지민은 바닷가 앞에서 신발을 챙기며, 리더 RM은 남겨진 멤버가 없는지 기차와 여관을 뛰어다닙니다. 모든 형들이 막내 정국의 뒤를 따라 오멜리아 마을을 떠나는 것이지요.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
오멜리아를 떠난 멤버들이 걷는 황량하고 끝도 없이 펼쳐진 광야에 나무 한 그루가 나타납니다. 신발을 들고 나무를 바라보는 지민, 장면이 전환되면 나무에 신발이 매어져있습니다. 이 신발이 외면하고픈 진실, 오멜라스 마을의 희생양, 세월호 친구들을 기억하자는 메시지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세월호 이후 나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는 그 흔들리는 신발이 자리한 그곳에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곳은 오멜리아 마을처럼 행복을 꿈꾸지 않습니다.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삶과 상처와 아픔을 겪은 이웃들과, 힘겨운 시간과 야속한 시간의 기억을 품고 있는 오늘입니다. 온통 겨울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곳에 친구들이 있고 동료들이 있다면, 우애와 환대의 정서가 있고 사회적 연대와 돌봄이 있다면, 그곳은 오멜리아 마을보다 훨씬 살맛나는 공간이 아닐까요? 그리고 분명 그곳은 소수의 희생으로 먹고 사는 오멜리아 마을보다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요? 세월호 참사 4주기, 추운 겨울 끝을 지나 다시 봄날이 올 때까지, 꽃 피울 때까지 그 공간에 좀 더 머물러줄 친구들이 많은 우리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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