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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나는 미디어다

나를 브랜드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자기소개하기

 

 

 

지난 목요일에 브랜드 관련 강의를 하나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라는 용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뭔가 지폐 냄새가 나면서도 딱히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라할까요, 요즘 이런 저의 고정 관념에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경영학적인 개념으로 브랜드가 결국에는 정체성과 맞물려 있는 거라면,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는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아주 상식적인 질문이 생긴 겁니다.

 

브랜드란 누군가의 마음에 새겨지는 어떤 색깔을 의미할 겁니다. 이것은 과거 경험의 축적에 의해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누군가와의 차별화된 행위를 통해 새겨지기도 합니다. 특별한 사건, 돌출적인 행동에 의해 만들어지기 보다는 반복적인 경험, 습관, 행위의 연쇄고리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위와 노출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무리 대중들에게 비호감 공인이라 하더라도, 노출이 늘면 저항감이 줄고 선호도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일정부분 이런 결과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은 자꾸 보다 보니 정이 들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자주 관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깐 브랜드 전략의 키포인트는 노출인 거죠.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브랜드하면 떠올리는 이름, 로고, 컬러, 슬로건 등 보여지는 부분의 노출을 늘리라는 건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기표 밑에 담긴 보여 지지 않는 경험 부분의 노출인데요, 뭔가 개인과 조직이 일관된 흐름 위에서 많은 사건과 경험의 노출이 브랜드 전략에서는 정말,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지난 주 우리 동네 꼬맹이 3총사를 데리고 점심을 먹었는데, 모두의 고민은 이런 이야기로 수렴되더군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이것저것 생각 중인데 어떤 게 저한테 더 맞을지 고민이에요.” “일단 좀 생각해보고 해보려구요.”, 사실 많은 청춘들과 이야기할 때 자주 듣는 말인데요, 이들의 목소리를 브랜드관점에서 이야기하면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와 차별화는 안 되고,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한 새로운 사건이나 경험의 시도 앞에서 똑똑한 머리와 알 수 없는 불안이 장벽이 되고, 머뭇기웃망설이다보니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 시절 그랬으니, 그게 그 시절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세상이 인간에게 불어넣는 심리적인 불안과 두려움, 사회적으로 열정을 가지기엔 팍팍텁텁한 현실이 너무도 빠르게 커지는 느낌이 듭니다. 한마디로 한 청춘이 개별화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은 거지요. 소비의 영역이 아니라 생산의 영역에서.

 

지난 주 브랜드 수업은 특히 이름짓기”, 네이밍에 이야기가 집중되었는데요, 이 부분은 자기 소개서의 타이틀을 고민하거나 프로그램 제목을 질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가령

이름인 긴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발음이 어려워서는 안 된다. 듣기에 자연스러워야 하고, 말하기에 편해야 한다.”

익숙한 이름에서 한자를 빼거나 순서를 바꿔보는 것은 창조의 기본이다.”

동일한 분야에 유사한 브랜드가 많을 경우 완전히 새로운 컨셉의 이름을 져야 한다. 커피 브랜드가 너무도 많은데 00커피하면 100% 망한다.”

숫자는 중요한 브랜드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기호가 바로 숫자다. 여명 808이 그 대표적 예다”,

이름짓기의 시작은 자료조사다. 컨셉과 관련된 자료를 모두 모으는 것이 시작이다.”

"아주 큰 틀의 컨셉만 제공한 후 다양한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듣는다. 거기에 새로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컨셉을 다양한 방식으로 쪼개서 그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어 300개 정도의 이름을 만들어라. 양이 질을 만든다.”

모든 것의 답은 현장에 있다. 아버님댁에 보일러 놔드려야 할텐데. 이건 시장에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카피다.”,

산업분석, 제품분석, 고객분석, 경쟁분석은 네이밍 설득의 기본이다. 공을 들이면 설득되기 마련이다

소비자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좋은 이름이 아니고, 과거에 성공한 이름이 다시 성공하기는 힘들다. 지나치게 많이 아는 클라이언트, 너무 앞서가는 전문가, 전략에 신경쓰지 않는 고객의 중간지점에서 네이밍 컨셉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등등.

 

무엇보다 이 부분에서 인상적인 것은 브랜드 전략 성공에서 네이밍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반 상품의 경우 7%, 방송, 자기소개서와 같은 무형 경험재의 경우 3%에 그친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깐 기표보다 이 기표에 걸맞는 기의가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곧 우리에게 이런 걸 묻습니다.

너만의 콘텐츠는 뭔데?”

"너는 어떤 습관을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네가 가고자 하는 길은 어떤 길인데?”

너는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새로운 사건과 관계와 경험을 만들고 싶은데?”

 

어쩌면 우리가 글을 쓰고, 면접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든 것은 결국 경영학적으로 보면 브랜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블로그는 어떻게 해야 노출을 늘릴 수 있는 걸까요? 처음으로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어쩌면 이 블로거질도 새로운 사건과 관계와 경험을 반복적으로 만들어가려는 브랜드 전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잘 되지는 않지만... 잘 되면 좋겠다는 욕망도 거의 없지만.. 이게 문제야. 욕망이 없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