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디어 스쿨/나는 미디어다

달빛요정만루홈런.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달빛요정 역전만루 홈런!
아무 이유 없어요. 그냥 이름이 예쁘잖아요.
저를 응원하기 위해 만든 응원가에요. 인생의 응원가, 지금 바로 내가 홈런을 칠 것이야.

더듬거리는 말투, 배 나오고 뚱뚱한 38세 노총각
더듬거리는 말투, 배 나오고 뚱뚱한 달빛 요정

요정이 예쁘다는 편견은 버려요. 요정이 왜 남자는 없을 거 같아요?



하지만
요정의 현실은...
지하방을 벗어나지 못한 남루한 가내 수공업 뮤지션

그만하자, 아쉽지만,
2003년 음악을 포기하는 마음으로 방 안에서 혼자 만든 1집 2,000장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1집, 절룩거리네 중)
자조 섞인 비애 찌질한 푸념. 음울하지만 솔직한 노랫말.
그 노랫말이 울린 이 시대 청춘들
꿈을 좆는 이 시대 청춘들, 꿈을 좆는 또 다른 달빛 요정들

시험에 낙방한 학생들이, 혹은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그의 노래에서 느끼는 것은 동질감을 넘어선 묘한 위로다. (민중의 소리 정혜림 기자)

덤벼라 건방진 세상아, 이제는 더 참을 수가 없다. 붙어보자 피하지 않겠다. 덤벼라 세상아
(3집 나의 노래 중)

데뷔 8년 차 6장의 앨범 발매 부지런히 뛰어왔지만
연봉 1,200만원 월수입 100만원, 힘겹게 벌던 생활

위대하기보단 그냥 직업으로 가수를 계속하고 싶어요.
야구는 10번에 3번만 쳐도 대단하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잖아요.
하지만 언젠가 저도 역전 만루 홈런을 치는 날이 올 수 있겠죠.

2010년 11월 1일 자취방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지 30여 시간 만에 발견
그로부터 6일 후 끝내 타석에서 내려온 달빛요정
고 이진원

난 잊혀질 거야 지워질 거야 모두에게 영원히
난 노래할 거야 어디에서든 혼자서 가끔 이렇게 아무도 몰라 (3집 요정은 간다 중)

2011년 1월 27일
자발적으로 모인 103개 인디 밴드 26개 클럽에서 열린 달빛요정 추모공연


그들에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음악이란 뒤늦게 발견한 일기장 같은 게 아니었을까.
직구와 같은 서사로 채운,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 게 아니었을까.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요즘 88만원세대와 관련된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다.
요즘 88만원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을 열심히 만나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만나면 만날수록
마음이 짠하다.
나의 이야기이면서, 너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달빛요정은 타석에서 떠났다.
우리는..... ?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절룩거리네>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상처 보석처럼 빛나던 아름다웠던 그대
이제 난 그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 되었다네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깨달은 지 오래야 이게 내 팔자라는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허구헌 날 사랑타령 나이 값도 못하는 게
골방 속에 쳐 박혀 뚱땅땅빠바빠빠
나도 내가 그 누구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놈이란 걸 잘 알아
절룩거리네
하나도 안 힘들어 그저 가슴 아플 뿐인 걸
아주 가끔씩 절룩거리네
지루한 옛사랑도 구역질 나는 세상도 나의 노래도
나의 영혼도 나의 모든게
다 절룩거리네
내 발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코리아
내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 이십승
세상도 나를 원치 않아 세상이 왜 날 원하겠어
미친 게 아니라면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절룩거리네

* 내용은 지식채널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