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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쿨/내 맘대로 감상문

노희경 작가의 새로운 도전, 라이브


노희경 작가의 [라이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드라마의 무대는 지구대입니다. 그의 시선으로 풀어낸 청춘의 이야기가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1회의 배경은 노량진의 고시원 등 청춘이 아파하는 공간이었는데요, “맞어, 우리의 청춘들이 저기에서 삼각김밥을 먹으며 있지.” 매일 노량진에서 버스를 갈아타면서도 무심코 지나갔던 수많은 청춘들의 리얼 스토리가 조금은, 아니 많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지난 주 방송된 [라이브]는 여러 가지로 논쟁적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일단 청춘의 아픈 이야기를 조금은 억지스럽게 직설법으로 묘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춘의 애환, 아픔들이 초반에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더라구요. 성차별에 취준생의 비애까지 담았지만 이 부분이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춘의 이야기를 중년의 관점에서 한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나 정말 오랜만에 TV에서 청춘의 민낯을 본다는 건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제가 볼 때 노희경 작가에게 이 드라마는 하나의 새로운 도전 같습니다. 지금껏 이야기가 자기의 나이듦과 맞물려 근저의 타자들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드라마는 자기와 멀리 떨어진 세대에 대한 적극적 껴안음으로 읽히는 겁니다. 그래서 도입부의 어색함은 어쩌면 그 자체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노희경 작가의 놀라움은 이 드라마가 관심을 가지는 경찰 현장으로 들어갈 때 빛을 발하는데요, 한정오(정유미)와 염상수(이광수)가 경찰공무원에 합격해 경찰학교에 입교한 순간부터 상당한 흡입력을 가집니다. 역시 노희경 작가의 취재력과 관찰력은 놀라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뭐라고 할까, 이 작품을 통해 노희경 작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논쟁의 공간에 과감히 뛰어드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그건 바로 이 드라마가 주목하는 공간이 한국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더럽고, 부당하고, 폭력적인 곳으로 비춰진, 또 그렇게 비춰져도 별로 할 말이 없을 비루한 이야기를 두텁게 가진 경찰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1~2회가 끝나고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이대 총장실 점거 시위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을 두고 갑론을박이 많은데요, 전 이 장면은 개인적으로 지난 주 최고의 명장면으로 읽혔습니다. 경찰의 고충을 조명하면서도, 시위현장의 아픈 마음, 슬픔 감정들이 슬로우모션으로 기막히게 잡혔기 때문입니다. 상수가 해산을 거부하는 학생에게 다쳐요. 버티지마라고 말하며 끌고나가는 장면이나, 정오의 당황하고 슬픈 얼굴이나, 이런 것들은 이 드라마의 배경으로 껄려있는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애정이 한껏 묻어 있었습니다(사실 언론의 논쟁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불편하다고 느낀 부분은 이 장면 전에 나온 거리에서 노동자와 대치하는 국면이었는데요, 이 불편함이 총장실 점거 씬에서 말끔하세 씼겼습니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보는 건, 저에게는 하나의 기쁨이자 도전입니다. 저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라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나는 저렇게는 절대 쓸 수 없다라는 무력감을 일으키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라이브”, 노희경의 새로운 도전은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요? 이 반응과 무관하게 저는 정주행!